시한부종말설이 또 등장했다. 이번에는 ‘내년(2009년) 5월 8일’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 종말을 올바르게 맞기 위해서 모든 교회는 소유하고 있는 건물, 땅 등을 팔아 그 재산을 천국계좌에 입금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모든 호적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그날(5/8)에는 벌거벗은 채로 종말을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는 등의 얼토당토 않는 주장들이다.

▲ 김한종 목사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는 9월 9일 김한종 목사를 찾았다. 5월 8일 시한부종말설에 대한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 취재하기 위해서다. 또한 예전 시한부종말론의 대부격인 이장림 씨를 만나 인터뷰를 했던 것처럼, 그 주창자를 직접 만나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영동고속도로 여주IC를 빠져나와서도 약 1시간 동안 자동차 핸들을 잡아야 했다. 흔히 시한부종말론 주창자들은 한적한 곳에서 신도들과 함께 집단생활을 하거나 광적인 신앙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김 목사는 인적이 드문 경기도 여주의 한 농가에 아내와 단 둘이서 조용히 기거하고 있었다. 마르고 작은 체구의 그는 기자를 만난 시간에도 자신이 제작한 그 소책자를 한창 포장하고 있었다.

▲ 소책자 발송하는 게 그의 주된 일이다

김 목사는 영적인 음성을 받았다고 하는 그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말을 잠시 잇지 못했다.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마치 요한계시록의 저자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감정을 진정시킨 후 그는 계속해서 자신은 거짓 선지자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나는 ‘종말의 선지자’입니다. 하나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종말의 선지자로 예정되었으며,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이제껏 훈련되며 살아온 것입니다. 그 동안 거짓선지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그들과 관계가 없습니다. 나는 청렴결백하게 살아왔습니다. 오직 하나님 말씀대로만 살아온 것입니다.”

자칭 ‘종말의 선지자’라는 그는 자신은 ‘가짜’가 아니고 ‘진짜’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확실한 음성을 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윤리적으로 깨끗하게 살아왔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다. 기자는 그에게 ‘2009년 5월 8일 종말설’ 등에 대해 좀더 자세한 내용을 듣기로 했다.

▲ 발송되고 있는 김 목사의 소책자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는 ‘김 목사의 주장을 전달 받지 못한 이는 어떻게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다시 말해 만약 김 목사의 주장이 옳다고 가정하고, 이 땅의 많은 기독교인들이 김 목사의 주장을 전달받지 못했을 경우 어떻게 되느냐는 것이었다. 종말의 때에 구원을 받지 못하는가 아니면 그것과 상관없이 구원을 받게 되는가 하는 내용이었다.

김 목사는 한 마디로 ‘잘 모르겠다’고 말을 돌렸다. ‘구원의 촛대가 이스라엘에서 한국으로 옮겨졌다’, ‘한반도는 축복 받은 나라다’ 그리고 ‘초림 예수님을 일부 사람들이 알았던 것처럼 재림예수님도 일부만 알게 된다’는 등의 비성경적인 주장들을 나열했다.

호적관계를 포함한 모든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김 목사의 주장은 충격이었다. 그것이 그가 주장하는 종말을 맞이하기 위한 자세라는 것이다. 남편과 아내 사이는 물론이고 자식과의 관계, 심지어 부모와의 호적관계도 모두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호적 관계가 구원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해하기 힘든 주장들이다. 그것이 내년 5월 8일의 종말을 맞이하는 자세라는 것이다.

모든 재산을 팔아 천국열납계좌에 입금시켜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인데, 그것도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의 일부인 셈이다. 단순히 가난한 자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이라기보다는 금전관계를 포기해야 한다는 ‘관계 정리’가 더 큰 의미다. 계속해서 5월 8일 당일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말고, 즉 벌거벗은 채로 종말의 시간을 맞이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 앞에서는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도 그것을 의식했는지 ‘종무식과 같은 그날에 순종을 보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경기도 여주에서 실제로 목회를 5년간 했었다는 그의 경력이 무색해 지는 순간이다.

▲ 황당한 김 목사 계시(?) 내용들

“만약 그날 종말이 안 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 목사는 “내 믿음은 확실하다”며 질문 자체에 거부반응을 보였다. 그 동안 많은 경우 허풍으로 끝났다며 재차 질문을 던지자 그는 “거짓선지자가 됐으니 교도소 가야 할 것 같다”며 자신 없어 보이는 작은 목소리로 응답했다.

취재를 마친 그 다음 날 기자의 전화기가 울렸다. 바로 김 목사였다. 그는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기사에 반영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 내용의 핵심은 “지금은 회개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이 바로 그 말이다. 바로 지금은 ‘회개’할 때다. 그도 회개의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 중의 하나일 뿐이란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