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지난 뒤에 새로운 국회 회기가 시작되면서 오랜 동안 원 구성을 못해 국회가 열리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잘 아는 목사님이 한나라당에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기에 안부차 전화를 했다.

그 분은 대뜸 “국회에 갔더니 정말 힘들었어. 웬 그리 좋지 않은 영들이 많은지, 특히 거짓의 영들이 많아. 날마다 기도하는데 죽을 뻔 했네. 이제는 좀 나아졌어. 잡혀가거든. 아침마다 기도회 하거든. 올 수 있으면 와서 함께 기도하자구. 아침 7시야”라고 말했다.

어린아이의 심성을 가진 분이라 정치꾼들이 모인 곳에서 잘 견딜 수 있을까 했던 터라 씩씩한 목소리가 듣기에 좋았다. 이분은 원래 데모를 열심히 하고 빈민 사역에 뛰어들었던 가난한 아이들의 대모 강명순 목사다. 그런데 빈민사역인 부스러기선교회를 하면서 기도꾼이 되었다. 그가 기도꾼이 된 것은 빈민 사역을 하면서 절실하게 느낀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결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번 국회 입성도 쉬운 결단은 아니었다. 비례대표 1순위라는 소문을 듣고 전화를 했을 때 그는 며칠 울었다고 했다. 정치가 싫고 국회에 가기 싫어서 하나님께 가기 싫다고 울면서 기도했다고 한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이스라엘이 전쟁에서 빼앗긴 법궤를 지고 벧세메스로 올라가는 암소에 대한 말씀을 떠오르게 하셨다.

벧세메스로 올라간 암소는 법궤를 인도하고 나서 그 자리에서 번제물로 바쳐졌다. 죽으라는 소리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하나님께 그가 순종하기로 하고 국회에 입성했다. 강 목사가 원구성도 안된 상태에서 빈민을 위한 포럼을 열고 국회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으로 서 있기를 기도한다는 소식이 정말 반갑다.

어떤 이들은 순수한 사람이 국회에 들어가 이용만 당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강 목사의 성격으로 봐서는 호락호락 당할 위인은 아니다. 그는 죽기를 각오했다고 한다. 우리는 순교가 교회사에서 얼마나 풍성한 열매를 주는지 목격했다. 아무리 작은 빛이라도 어둠을 물리친다. 강 목사는 권력의 맛을 보기 위해 입성한 사람은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양 목사, 국회의사당이 궁녀가 죽으면 화장하는 터래. 그런데 얼마 전에 이들의 원혼을 달랜다고 남근상을 세웠다고 하네. 미칠 일이지.”

첨단을 걷는 시대에, 그것도 나라의 법을 세우는 국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것은 국회에 얼마나 영적전쟁이 심각한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 목사의 기도전쟁에 많은 이들이 동참했으면 한다. 물론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하다. 떠들썩하게 국회에 들어가 근본주의자처럼 소란스럽게 하자는 말이 아니다.

▲ 국회 입성후 국민과의 언약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강명순 목사

그리스도인들은 나라와 지도자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그것은 평안을 위해서도 해야 할 일이다. 국회를 하나님께 드리자는 성시화 같은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그치자는 말도 아니다. 다만 국회 안에 거짓된 영이 판을 치고 하나님을 대적하는 갖가지 영들과 대적하자는 것이다.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들로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성경이 말하는 정사와 권세, 사상과 권력 가운데 자리 잡은 악한 영들의 영향력을 분별해야 하고 이들과 영적 전투를 벌여야 한다. 이것을 두고 신비주의자라고 말한다면 그는 오직 보이는 것만 믿어야 할 사람이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께 기도하면서도 그분이 말씀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일이다.

세상은 분명히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로 창조되었다. 그리고 두 세계는 서로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으로만 만족하고 살아서는 안 된다. 더구나 새로운 전략으로 다가오는 악한 세력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대적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강 목사의 죽을 각오를 한 국회 입성은 권력을 맛보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저 하나님이 주신 마음으로 이 땅에 하나님 나라가 이뤄지기 위해서다. 그런 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그리고 더 많은 기도와 격려, 지혜로운 연합의 협력이 있어야 한다. 나라와 민족, 그리고 지도자들의 지혜로운 활동을 위해서도 무릎 꿇는 그리스도인들이 많아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