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국 청소년교육선교회 총무. 염광교회 협동목사

 우리 기독교인에게 있어서 중고등학교생활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언젠가 교육개발원에서 실시한 "왜 학교에 다니는가?"란 연구조사에서 학생들은 1)사회에 나가 남보다 잘 살고 출세하기 위해서(17%) 2)인간다워지고 보람있는 생활을 하기 위해서(46.8%) 3)지적이며 신체적인 능력 등 자신의 타고난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서(7.4%) 4)사회에서 요구하는 인간이 되어 국가사회 및 가정에 공헌할 수 있기 위하여(28.3%) 5)기타(0.5%) 등으로 응답하였다.

 이에 반해 부모들은 자녀가 1)인생을 나름대로 행복하고 보람있게 살아갈 수 있기 위하여(39.5%) 2)일상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얻게 하기 위해서(12.7%) 3)졸업 후 남보다 훌륭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28.7%) 4)부모님이 못다한 공부에 대한 미련을 위하여(9.3%) 5)국가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9.4%) 6)기타(0.5%)라고 응답하였다.

 교육은 모든 인간사회에서 일어난다. 학교는 다른 기관들이 그 집단의 문화적 유산을 다음세대에 적절히 전달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즉 문화의 축적과 그 전달의 필요성이 사회통제의 한 기관으로서 교육적 과정이라는 학교의 윤곽을 형성하게 한 것이다.

학교 3가지 역사적 기능

 학교가 시작되고 역사적으로 발전해 오면서 갖게 된 기능에는 다음의 3가지가 있다.

 먼저 모든 사람을 위한 교육이다. 이와 같은 사상은 학교교육의 목적을 '인간의 向上'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균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동시에 교육받아야 할 의무도 갖고 있다.

 둘째, 사회화와 문화이식의 기능이다. 학교의 중요한 기능의 하나는 국가사회의 통합에 공헌하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다양한 문화 속에 국민의 가치관과 생활철학이 다양화되고 있어서 학교는 통합문화 유지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셋째, 다양화의 기능이다. 통합문화형성이라는 기능이 어떤 중앙집권적인 형태로 통제될 때(과거처럼) 학교는 그 중요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이 기능은 다양화의 기능이다.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서 새로운 문화가 개발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학문의 자유가 지켜져야 한다. 물론 학교교육의 특성은 통제와 선택으로 이 두 가지가 적절하게 운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학교에 대해서 우리가 견지해야할 원리는 무엇인가?

 "또한 그가 만물보다 먼저 계시고 만물이 그 안에 함께 섰느니라"(골 1:17).세상의 모든 사물과 사건은 하나님과 예수님의 주권 아래 있다. 이것은 결혼과 종교, 직업의 선택에도 적용이 된다. 개인과 국가, 세계의 경영도 역사와 함께 주님이 주관하신다. 따라서 학교생활도 주님의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 기독학생들은 학교생활에 있어서 주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나름대로의 적용원리를 찾아야 하는데 우리가 학교에 다니면서 해야할 일은 학업과 인간관계훈련, 자기의 건강과 취미생활을 통한 인격도야, 학원의 선교사로서의 역할이다.

  학교의 병리현상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고등학교 교육의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병리현상들이 우리를 우울하게 하고 있다. 입시전쟁, 재수생문제, 시험불안, 학교 등교거부, 퇴학, 가정 내 자녀폭력, 학원폭력, 약물남용, 비행, 자살 등 다양한 청소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은 문제학생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보일 뿐만 아니라 정상적이라고 여겨지는 학생들에게서도 그 가능성을 늘 느끼곤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병리현상의 원인들은 무엇인가?

시험체제

현대는 고학력시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지역을 초월해서 중학교, 고등학교 진학률이 높아졌고 대학의 진학률도 40%에 임박하고 있다. 이러한 고학력 사회는 개인적 부유와 성공만을 희구하게 되고 이러한 이기주의적 학력주의 풍조는 오히려 개인의 행복을 저해하고 병리적 교육현상을 발생시키고 있다.

① 시험체제 중심의 교육에서는 취업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소외되어 있다. 40%만이 대학을 갈 수 있는 상황에서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② 진로지도에 문제가 있다. 학생의 희망과 능력, 소질과 수학능력을 완전히 무시한 채 모든 것이 성적에 의하여 학교를 배정하고 대학학과를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실업학교를 가거나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열등감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실제로 여상의 경우는 3학년이 되면 거의 2개 학급 정도의 학생들이 자퇴를 하여 학급 수를 줄이기까지 하고 있다.

③ 청소년기는 심신의 균형과 발전, 단련을 필요로 하는데 현재의 우리 교육은 기억중심, 암기중심, 지식중심의 교육으로 인격이 왜곡될 대로 왜곡되어 있다. 잠을 많이 자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할 청소년기이지만 사당오락(四當五落)이 말해 주듯이 취침시간을 잃어가고 있다.

④ 긴 시간 긴장이 계속되면서 인격과 심리, 신체가 붕괴되고 있다. 학생들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이 긴장에서 도피하여 자기생활을 갖고자 한다. 고학년일수록 현실도피현상으로 가출, 장기결석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교과서 중심 교육

고학력위주의 교육, 입시와 진학 중심의 교육에 짜 맞추어진 교육과 교과서 중심 교육은 학생개발에 적지 않은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학교에서 청소년교육은 인간의 전인교육에 도움이 되는 교육활동이어야 하는데 오늘날 우리의 학교교육은 일방적이고 일사불란한 수업과 시간표에 따른 지식축적 교육에 치중하고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병폐를 가져온다.

① 학교에서는 지식과 경험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평가하는 데 주력한다. 무엇이 올바르고 무엇이 그른지는 학생 자신이 판단할 기회가 적고 교사 혼자서 주도한다.

② 배우는 것이 어떤 객관적인 능력을 기르는 것은 아니다. 이 과정은 객관에서 주관으로 바꾸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므로 이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③ 학교에서의 학습이 타인들과의 경쟁을 의미하게 됨으로써 순수한 배움의 의미가 사라지고 배움이 도구화되어졌다. 따라서 개성형성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인간관계형성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④ 학교교육은 자발적으로 개개인의 소질?취미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계획되고 획일화된 수업 안에 따라 진행된다. 여기서 교육 본래의 기능은 상실되고 개인에게 중요하지 않은 치열한 경쟁심만 길러준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병리

입시체제 문제, 교육과정 문제, 과대하고 과밀한 학급에 대한 문제는 학교 내에서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관계가 결여되게 한다. 특히 중3과 고3학생들이 경우에는 더욱 심하다.

① 교사의 과중한 수업량과 업무량은 교사와 학생이 진정한 인격적인 만남을 기대할 수 없게 만들고 협소한 학교환경은 조용히 학생을 만나 상담할 만한 장소를 제공하지 않는다.

② 청소년 시기의 문제는 부모와 친구 그리고 교사의 순서로 대화를 통해서 고민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부모와도 입시와 공부 때문에 대화통로가 막히고 친구는 경쟁상대로서 어렵고 교사는 나쁜 교육체계 때문에 관계가 나쁘다.

시험불안

이것은 시험이라는 상황 때문에 나타나는 불안의 한 형태로 이해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시험이 있는 사회 속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험불안을 경험하였고 시험불안을 가지고 있다. 특히 고학력 사회인 우리 나라에서 시험불안은 개인으로부터 출발하여 가족 구성원의 문제로 더욱 확대된다. '고3병'이 있고 '고3 어머니병'이 있다.

  신학기를 맞는 청소년의 자세

 이러한 학교생활에서 우리 자녀들이 유익을 얻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다. 특히 신학기를 맞는 다음과 자세를 지도해야 할 것이다.

첫째는 열린 마음이다

선생님을 신뢰하고 그분과 협력하도록 한다. 모든 선입견을 없애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모든 물음에는 두 가지 면이 있기 마련이다. 선생님이 물으시는 질문에 양쪽 면을 다 볼 수 있도록 자신을 훈련시키도록 한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한다.

배우고자 하는 열정을 가지도록 한다

자녀들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 일하도록 해야 한다. 한 노인이 미국 서부로 금을 캐러 떠나는 사람에 대해 한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그들은 열정은 있으되 금을 캐는 방법을 몰랐다" 선생님이 자녀들에게 음식을 씹어서 소화까지 시켜줄 것으로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하는 법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배부를 것이요" 라고 말씀하셨다. 선생님이 자신 머리 속으로 지식을 쏟아 부어 주는 것을 통해서가 아니라 문제를 스스로 해결함을 통해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른 사람, 심지어 여러분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도 기꺼이 함께 일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오늘날 매우 필요하다. 미국의 존슨 대통령이 오늘날 미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뭐냐는 질문에 대해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런 것을 배우는데 학교는 매우 좋은 장소이다. 내가 아는 한 학생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매우 유능한 학생인데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법이 없어 결국에는 많은 발전을 하지 못했다.

미소를 짓도록 한다

"기뻐하는 마음은 약과 같은 효력이 있다"는 말이 있다. 미소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다른 사람에게 복을 준다. 자녀들이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기분 좋은 인사를 나누도록 하라. 그 인사가 그날에 있었던 우울한 일들을 쫓아 버리는데 유익할 것이다. 한 선생님이 어떤 학생에 대해 말하면서 "그 애는 내가 아는 가장 밝은 크리스천이에요. 그 애가 짓는 미소가 학교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아마 당신은 모를 거예요" 라고 하는 말은 들은 적이 있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될 때까지 결단력 있게 행동하도록 한다

인생을 살아가노라면 많은 문제들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학교는 자녀들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장소이다. 보스턴에 사는 유명한 목사님이신 헨슨 목사님이 리치몬드 대학의 입학식 연설자로 초청 받았다. 그가 일어나서 한 말은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충실(stick), 바로 충실입니다" 라는 말이다. 그 목사님의 말을 통해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한 일에 끝까지 집착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고 한다.

 교회의 역할

우리 중고등부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돕기 위해서 우리 교회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먼저 학생 개인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일들을 할 수 있다.

바른 학교생활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한다. 왜 학교를 다니며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하도록 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활수칙을 결정하고 그대로 따르도록 격려한다. 그리고 학교생활에 대한 점검과 상담을 실시한다. 학교에서의 학업과 인간관계 그리고 신앙활동 등에 대해서 각 반의 교사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어려움에 대해서 그때그때 이야기를 나누어 해결하도록 한다. 또한 학교생활에서 미비한 점들을 정규 교회교육의 프로그램에 반영하여서 보완하도록 한다.

 학교교육은 어쩔 수 없이 입시위주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도덕성을 가치관지도와 함께 인성교육 차원의 공동체 프로그램이나 감수성훈련 등을 정규교육활동에 포함시켜서 실시한다. 그리고 학교현장에 방문하여 학생의 인격적 성장을 위해 입체적 지도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학생들의 담임선생님을 만나보고 학교생활의 실제를 파악하며 함께 상의하도록 한다. 그리고 학교 주변에서 학생들을 만나면 친밀한 관계를 돈독히 하고 학교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점검을 할 수 있다.

두번째로는 방과후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교육기관의 한 축으로서 사회와 학교의 교육기능을 보완하는 일이다.

학업을 돕기 위해 독서실을 운영한다. 대부분의 교회들이 교육관을 개방하고 대학생들을 자원봉사자로 하여서 실시하고 있다. 다음으로 문화적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지역사회의 청소년들에게 개방을 한다. 영화보기나 문화축제 등을 열어서 청소년들을 교회 안으로 불러들인다. 또한 청소년의 개인적인 인성교육을 위한 특기교육을 실시한다. 예를 들면 서예나 컴퓨터, 종이 접기 등 학생들의 필요에 따른 정규강좌를 개설하여 일정기간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지역이나 문화시설을 탐방하는 답사프로그램을 개설하여 실시한다. 개인이 할 수 없는 활동으로 전문지도자가 인솔하여 유적지나 시설 등에 단체로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개방하도록 한다.

청소년기는 내일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방향을 설정하고 가치관을 정립하며 일을 할 수 있는 태도와 능력을 배양하도록 하기 위해서 교회와 가정은 학교생활에 대한 집중적인 지도가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신학기에도 좌절하거나 탈락하는 청소년이 없도록 세심한 배려와 지도가 필요하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9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