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국 청소년교육선교회 총무. 염광교회 협동목사

 무선 호출기(일명 삐삐)가 널리 보급되면서 호출기를 이용하는 중?고교생이 급증, 학교마다 호출기의 올바른 이용 방법 지도가 학생 생활지도의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최근 서울시내 고교생의 호출기 이용실태 및 악용 사례를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올바른 호출기 이용 지도대책을 마련, 각 일선 학교에 보냈다.

 실태조사 결과 무선호출기 소유 학생수가 지난해 9월 전체 51만 6천7백68명 중 1만 4천4백78명(2.8%)에 그쳤으나 올 6월에는 전체 53만 3천4백21명 중 3만 6천2백73명(6.8%)으로 큰 폭의 증가추세를 보였다.

 학생들이 호출기를 갖게 된 배경은 부모가 구입해 준 경우(59%)가 가장 많았지만 학생 본인의 독자적 판단으로 부모 몰래 구입한 것(27%)도 상당히 많았다.

 호출기 사용료를 납부하는 방법은 부모에게 알려서 납부한다는 학생이 55%,본인이 용돈을 절약해 납부하는 학생이 29%였다. 그러나 7%의 학생은 부모나 형제자매를 속여 받은 돈으로 납부한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은 호출기 이용의 좋은 점으로 첫째, 자율 학습을 저녁 늦게까지 하거나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의 경우 가족과의 연락이 편리 둘째, 호출기 진동을 이용해 기상 가능 셋째, 친구와의 약속이나 연락할 때 편리 넷째, 가지고 있으면 멋져 보임 다섯째, 긴급하거나 위급할 때 지원요청 가능 등을 꼽았다.

 그러나 학생들이 호출기를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호출기를 욕설?음담?협박에 이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가출학생이나 불량서클 학생들이 호출기를 연락망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많다.

 이밖에 호출기를 이른바 '삐삐팅'이라고 하는 이성교제에 이용하는 경우, 시험부정행위에 이용하는 경우, 음성서비스함에 거짓말을 남기는 등 장난에 이용하는 경우, 오락실 등에서 외상값 담보물로 맡기는 경우, 호출기 이용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비행을 저지르는 경우 등이 꼽혔다.

  호출기와 상업성

 한국의 삐삐 가입자 수가 미국?중국?일본에 이어 세계 4위에 오르고, 보급률도 싱가포르(23.5%)?홍콩(22%)에 이어 세계 3위(20%), 그리고 수도권 보급률로만 보면 세계 1위(24%?95년 말 기준)에 이른 데는 10대들의 삐삐 수요가 크게 작용했다. 가격이 해마다 인하되어 지금은 가입비와 단말기 비용을 포함해 5만원 선으로까지 내려 삐삐는 청소년들의 용돈으로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93년 이후 30개가 넘는 단말기 제조업체가 등장해 디자인?경량화?색상 경쟁을 치열하게 벌인 것도 새롭고 개성적인 것을 선호하는 10대들을 끌어당기는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나래이동통신이 자사 가입자를 대상으로 컴퓨터 전산망을 통해 무선호출기 이용자의 93, 94년 연령별?성별 분포변화(93년: 12월 기준, 94년: 6월 기준)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종전의 주된 가입자였던 30, 40대층의 비중은 줄어든 반면 신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가입자의 비율도 크게 늘어 무선호출기의 주사용층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30대와 40대가 무선호출기 가입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3년 총가입자의 31%와 18%에서 94년에는 29%와 15%로 감소세를 보인 반면 10대와 20대의 신세대층은 93년의 7%와 29%에서 12%와 33%로 증가했고, 여성 가입자의 비율도 33%에서 39%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무선호출기 시장이 이처럼 다양한 층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무선호출기를 정보산업 종사자들만의 필수품으로 보던 인식이 이제는 누구나 편리하게 원하는 사람과의 연락을 취하기 위해 필요한 생활 통신기기라는 생각으로 변화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나래이동통신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국 삐삐시장의 반이상을 석권하고 있는 한국이동통신이 한 순간에 챔피언에서 도전자로 뒤바뀌는 등 '012 대 015'의 삐삐광고전이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이동통신(012), 서울이동통신 나래이동통신(015) 등 수도권 무선호출사업자 3사는 지난달 초 광역서비스, 신호음 숫자삐삐를 놓고 일전(一戰)을 벌인데 이어 제 3세대로 불리는 문자삐삐에 대한 광고전을 일제히 시작했다.

 "내 삐삐 속에 첫눈이 왔다. 삐삐 012문자서비스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띄워보세요"(한국이동통신).
 "너에게 나를 보낸다. 숫자가 아닌 한글로. 소리가 아닌 그래픽으로"(서울이동통신).
 "그리움을 글자로 보낸다. 네가 올 때까지 기다릴게"(나래이동통신).

 3사 모두 감성 취향을 바탕에 깔고 10대, 20대 여성을 모델로 기용하는 등 신세대 사로잡기에 광고전의 성패를 걸고 있다.

 외관상 3사의 광고내용은 차별성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엇비슷하지만 내용면에서는 한국이동통신이 서울 나래이동통신의 안마당인 신세대시장에 뛰어든 양상이다.

 서울 나래이동통신은 지난 93년 9월 한국이동통신이 독점하고 있던 삐삐시장에 후발사업자로 뛰어들면서 10대, 20대를 겨냥한 집중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여 신세대시장에서 만큼은 확실한 우위를 다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점잖은 기업이미지 광고에 치중해 온 한국이동통신이 올초부터 부랴부랴 후발주자의 안마당에 뛰어든 것은 최근 시장상황의 급변 때문이다. 015는 012의 공세에 맞서 신세대시장을 조금도 내놓지 않을 기세다. 지속적인 감성광고로 신세대시장만은 확실히 지킨다는 전략이다. 서울이동통신은 지난 6월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콘서트 취미교실 등 이벤트행사를 대대적으로 실시, 장외에서도 이탈 고객막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과열을 막기 위해 삐삐의 TV광고를 금지함에 따라 삐삐 3사는 인쇄매체와 라디오를 통해서만 광고전을 벌여왔으나 내년부터는 TV광고에도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어 더욱 불꽃이 튈 전망이다.

 호출기의 부정적인 사용

 명함의 문구
 최근 젊은이들이 붐비는 신촌, 대학로 등에 `3분이면 OK'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고 즉석명함을 판매하는 가판점이 등장, 청소년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이 명함에는 X세대의 취향, 청소년들의 호출기문화, 자기 PR 등에 대한 특색있는 문구가 적혀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13일 서울 시내 8곳에 가판점을 운영하고 있는 P社에 따르면 36장들이 1통에 5천원하는 즉석명함이 하루 평균 4백～5백여 통씩 팔려나가고 있으며 현재 판매량이 급증추세에 있다. 특히 이 즉석명함을 원하는 고객층은 대부분이 중고생이지만 간혹 국교생과  대학생, 일반인도 포함돼 있다. 중고생들은 이 명함을 자신을 소개한다는 기본적인 목적 외에 주로 이성교제용으로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 社의 한 관계자는 "청소년들을 위한 이렇다 할 놀이문화가 없는 상태에서 최근 이성과의 만남에 대한 중고생들의 관심이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따라서 이름과 전화번호를 쪽지에 적어주던 옛날과는 달리 지금은 좀더 명확히 그리고 간단하게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매체가 필요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명함들은 기존의 '흰 종이위에 검은 글씨'로 인쇄된 틀에 박힌 명함에서  탈피, 울긋불긋한 도안이나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깜찍한 밑그림 위에 이름과 전화번호, X세대의 필수품이 된 무선호출기 번호, 그리고 광고의 카피를 본따 세태를 반영한 자기 PR문구 등이 함께 인쇄된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이들의 명함을 보면 X세대의 사고와 가치관을 대충 눈치챌 수 있다.

 실제로 판매된 명함의 문구들을 보면 '웬 신세대 난 X세대' '신세대는 자신있게 표현한다' '세상이 내게 맞춰야 한다' '무난한 건 싫어 톡톡 튀는 게 좋아' '정답은 없는거야. 내 뜻대로 사는거야' 'X세대 대표주자' 등 X세대 취향의 것이 대부분이다. 또 '그리울 땐 눌러주세요' '열번만 꼭 눌러주세요' '오고가는 삐삐 속에 싹트는 情' 등의 내용도 있어 청소년층에 확산돼 있는 무선호출기 문화를 실감케 해주고 있다. 이밖에 '아빠가 받으면 끊어주세요' '이 전화번호는 없는 국번이 아니오니 주저없이 연락주세요' '버리면 혼나!' '金수로왕 00대 집안 딸 아무개' 등 재치와  기지가 번뜩이는 문구도 눈에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그러나 'I am a sexy girl…이에요' '빵빵한 날 연락주세요' '딴말은 필요없어.마음에 들면 따라와' '톡톡 쏘는 여자' '나를 찾는 영계들에게' 등의 저속한 표현도 있어 청소년들의 정서 함양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음담패설과 폭력전화
 전화폭력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어제 오늘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전화폭력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이달부터 지역에 따라 필요한 자료들을 첨부하면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추적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화 못지 않게 삐삐(호출기)사서함을 통한 전화폭력도 성행하고 있다. 하루는 삐삐사서함이 같은 시간에 여러 번 들어왔기에 내 비밀번호를 누르고 사서함을 들었더니 웬 이상한 음담패설을 짠뜩 녹음해 놓은 것이었다. 상습적으로 아무 번호나 호출을 해서 듣기에도 민망한 말들을 녹음해 놓은 것이다.
 하루에도 여러 번씩 그렇게 녹음을 해 놓으니 듣기도 겁이나 결국엔 사서함을 없애고야 말았다. 필요해서 신청한 사서함을 몰지각한 폭력전화 행위자들 때문에 취소해야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호출기 구입의 문제
 대전지역 청소년 중 상당수가 부모의 동의없이 무선호출기를 구입,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대전 YWCA에 따르면 지난 6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대전지역 중학생 5백1명과 고교생 8백80명 등 1천 3백81명의 남여 중고생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밝혀졌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호출기를 가지고 있다고 답한 학생은 중학생 40명(8%), 고교생 1백35명(15.3%) 등 모두 1백75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12.7%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60%가 '부모 동의 없이 호출기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부모 동의없이 호출기를 구입한 학생들 중 '현재 호출기를 가지고 있는 사실을 부모가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3.7%가 '모른다'고 응답했다. 호출기의 필요성에 관한 질문에 '필요하다'고 응답한 학생이 30.2%(2백93명)에 달해 상당수 청소년들이 호출기를 갖고 싶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문화 현상에 대한 의견들

 요즘 10대들에게 삐삐(호출기)는 필수품이다. 컴퓨터와 함께 없어서는 안되는 물건으로 자리잡았다.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선물이 삐삐다. 삐삐를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심지어 도둑질을 하기도 한다. 청소년 전문가들은 90년대 중반 청소년문화를 '삐삐문화'라 부르기도 한다.

 6일 오후 2시 40분 서울 K여상 1층. 휴식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학생 30여명이 교실을 나와 공중전화를 향해 뛴다. 두 대의 공중전화 앞에 순식간에 줄이 만들어졌다. 줄선 학생들은 대부분 삐삐를 꺼내 들여다보며 초조한듯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삐삐로 친구들과 연락하는거죠. 이젠 삐삐 없으면 불편해 못 살아요. 우리반 학생 56명 중 반 이상이 삐삐를 갖고 다녀요. 무슨 얘기를 하느냐구요.

방과 후에 만날 약속도 하고 밤에 전화통화 약속도 하고 그러죠 뭐." 휴식시간마다 공중전화 앞에 줄을 서지만 통화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는 安모(16) 양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공중전화를 늘리는 정도의 서비스는 해야지 학교에 공중전화가 두 대밖에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푸념했다. 서울 J여고 1년 方모(17?서울 양천구 목동) 양은 지난달 친구 5명과 함께 '호출기 계(契)'를 만들었다. 곗돈은 월 1만원. "다음달이면 호출기가 생겨요. 친구들과 밤늦게 통화하고 싶어도 부모님이 무서워 그러지 못했는데 이젠 호출기 음성서비스를 통해 마음껏 얘기할 수 있을 거예요."方양은 벌써부터 기대에 들떠 있다.

 실제로 94년 이후 삐삐시장은 급격히 팽창했다. 서울 종로 3가에서 가판으로 삐삐를 팔고 있는 金모(33) 씨는 "하루 평균 6～7대를 파는데 절반 이상이 청소년"이라며 "특히 여학생들의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한 패스트푸드회사는 햄버거를 살 때마다 구형 호출기를 신형으로 바꿔주는 경품권을 주며 청소년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호출기 및 이동통신회사도 무시할 수 없는 청소년 고객을 의식, 각종 광고를 통해 '10대 고객 끌어안기'에 힘을 쏟는 실정이다. 왜 우리 10대들은 이렇게 삐삐를 좋아할까.

 이화여대 김재은(金在恩?교육심리학) 교수는 삐삐 열풍의 원인을 청소년들의 해방심리와 연관짓는다. "치열한 입시경쟁 및 놀이공간의 부재(不在)는 청소년들을 끊임 없이 압박해 들어갑니다. 당연히 그들만의 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호출기는 그 공간을 제공해 줍니다. 음성녹음을 통해 자신들만의 대화를 나누고 각종 암호와 약어를 통한 의사표현이 바로 그들의 '해방구'일 수 있죠."

 학부모인 최준석(48?회사원?서울 중랑구 면목동) 씨는 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청소년기에는 원래 비밀이 많고 할 얘기도 많습니다. 우리 모두 그런 시절을 보내왔지만 삐삐 없이도 모든 의사소통이 가능했지요. 지금 아이들이 너나 없이 삐삐를 사용하는 것은 겉멋이 들어 그래요." 호출기 열풍이 거세지면서 뒤늦게 그 부작용이 학교와 부모들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서울 S여고는 학생들의 호출기 소지를 엄격히 규제한다. 호출기가 발견되면 즉시 압수, 부모님과 함께 오지 않으면 졸업할 때 돌려 준다. "대부분이 남자친구와의 연락용으로 호출기를 사용하고 있어요.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잦은 호출기사용은 집중력을 떨어뜨려 면학 분위기를 망칩니다." 이 학교 李모(55) 학생주임의 말이다.

 인신매매단이 활개치고 온보현의 부녀자 납치살해사건이 터지면서 한때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삐삐를 사 채우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부모들이 이를 회수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고등학생이 된 딸의 안전을 위해 삐삐를 사준 徐모(44?주부?서울 은평구 불광동) 씨는 최근 딸의 삐삐를 압수했다.

 "집에서 친 호출에는 아예 응답도 하지 않고 밤늦게 집을 빠져나가기 일쑤예요. 공부에 방해만 되지 무슨 필요가 있겠어요." 물론 당사자인 10대들은 시각이 다르고 불만이다. 

 서울 Y여고 2학년 李슬기(17) 양은 어른들의 이같은 시각을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경직된 사고"라고 반박한다. "우리가 남들 한다고 따라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예요. 어른들처럼 호출기가 편리하고 효용에 비해 값이 저렴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뿐이에요. 어른들은 괜찮은데 우린 왜 안된다는 거죠."

 YMCA 청소년사업부 박태범(朴泰範) 간사는 "청소년들에게 컴퓨터 사용을 막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이듯 삐삐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왜 10대들 사이에 삐삐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나 하는 것을 어른들이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죠." YMCA 청소년상담실 이명화(李明花) 실장은 "자기들만의 문화를 만들어주는데 삐삐의 강점이 있다."며 "문제는 삐삐 사용 자체가 아니라 어른 몰래 이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세대 조혜정(趙惠貞?사회학) 교수도 "아이들의 문화를 부 정만 할 경우 기계가 갖는 역기능을 초래하게 되고 10대들이 기성세대를 부정하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결국 그러한 괴리가 심해진다면 우리 청소년들이 외래문화의 공격에 쉽게 잠식당하고 끝내 전통과 아무 연관이 없는 '고아 문화'를 만들게 된다는게 趙교수의 진단이다.

 청소년들 사이에 무선 호출기(삐삐)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삐삐에 사용되는 은어를 정리한 '삐삐 약어집'이 서점가에 등장,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시중에 나온 대표적 삐삐 약어집은 (주)계명월드의 <삐삐로 삐삐로>와 도서출판 느낌의 <내 친구 삐삐> 등 두 종류로 여기엔 연인간에 나누는 사랑의 속삭임을 비롯, 빠른 답신 요구, 축하 인사, 약속장소 및 시간변경, 인물 묘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은어가 나와 있다.

 예를 들어 '영원히 사랑해'는 '0404', '당신의 사랑이 사무치오'는 '3575', '급히 연락을 바람'은 '1472'(일사천리)로 나타낸다. 또 '0090'(빵빵구장-야구장 가자), '0100'(영백-영원한 백수), '0002'(땡땡이-지금 땡땡이 치자), '0772'(영칠칠이-칠칠맞은 인간), '0972'(장구치리-축하한다), '0112'(경찰 좀 불러주세요),  '0949'(빵구사고-타이어 터졌다)

 교회 청소년의 지도

 이미 향유하고 있는 문화에 대해서 금지나 회피는 진정한 의미의 해결방안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가?

 (1)삐삐 사용에 대한 예절을 갖추도록 한다. 심야나 식사시간에 호출을 받는 것은 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 따라서 호출을 받는 사람의 생활시간대를 생각하면서 호출하도록 한다. 그리고 공개적인 장소에서는 발신음을 진동으로 변화시키는 습관을 갖도록 한다. 늘상 하루에도 여러 번 진동과 발신모드를 변화하는데 하루는 어느 교회에서 설교를 하다가 변환의 실수로 세 번이나 삐삐음이 울려서 난처한 적이 있었다.

 (2)내용에 대한 발전된 태도를 노력한다. 시중에 나오는 약어를 통한 호출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장난스러운 의미를 갖는다. 이로 인해 상대에 대한 인격적인 태도에 손상이 오거나 자신의 인격에 대한 비하가 일어난다. 또한 음성사서함을 사용하는 경우는 익명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준비된 말을 사용하도록 한다.

 (3)호출기의 사용이 소모적이 아닌 생산적인 용도가 되도록 노력한다. 예를 들면 좋은 시간약속, 상대방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이야기, 그리스도 안에서의 사랑을 확인하고 신앙의 체험을 나누는 내용을 전하도록 한다.

 (4)삐삐 사용에 대한 반성과 계획을 하도록 한다. 하루의 일과가 마치면 그날 수신된 삐삐의 번호와 내용을 간단하게 일기에 메모를 남겨두고 잊어버리기 아까운 좋은 내용들은 녹음내용을 별도로 녹음해 둔다.

 (5)선생님 스스로가 좋은 방향으로 삐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모범을 보이고 좋은 경험을 갖도록 한다. 예를 들면 학생에게 위로의 말과 축하하는 내용을 전하는 기회를 매주 또는 수시로 전하도록 한다.

 (6)학생들의 인간관계가 보다 발전적이 되어서 함께 드러내 놓고 교제하는 일을 장려하여 함께 만나 다양한 경험을 나누도록 한다.

 (7)하나님과의 교제인 경건의 시간을 갖는 일에 적극적이도록 지도하여 하나님과의 관계에도 소홀하지 않도록 지도한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6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