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신약학회(회장 양용의 교수)가 11월 24일 서울 사당동 총신대학교에서 ‘교회가 보는 세상, 세상이 보는 교회’라는 주제로 공개 세미나를 열고 현대 한국사회 속에서의 목회자와 신학자의 사명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사회 속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은 목회와 신학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교회의 선포와 행실이 하나로 묶여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국 목사(나들목교회)는 ‘목회자와 신학자의 사명’이라는 발제에서 “목회자는 목회현장에서 신학을 해야 하고(doing theology), 신학자는 신학연구에서 목회적 자세를 갖고(doing ministry)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회자와 신학자의 각자의 삶의 자리와 역할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목회자는 신학자이어야 하고, 신학자는 또한 목회자이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김 목사는 이어서 “불행하게도 ‘신학함’이 결여된 목회, ‘사역함’이 결여된 신학이 큰 문제없이 받아들여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학과 목회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결여와 분리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세속 사회 속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 김형국 목사

그러면서 김 목사는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드러나지 못하게 막는 ‘가장 큰 함정’으로, 목회자와 신학자의 ‘자기 합리화 문제’를 꼽았다. 목회자는 성경에서 가르치는 이상이 현실 목회 현장에서 불가능하며 현실적이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신학자들은 주로 교단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그 교단의 신학적 전통에 충실해야 해서 자유로운 신학적 토론과 연구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목사는 “목회자들이나 신학자들에게 있어 자기 합리화의 위험은 교회가 존재한 이후로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존재해왔다”며 “교회의 갱신과 회복이 일어나지 않았던 시대에는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의 침묵이 있었고, 개혁과 갱신의 시기에는 목회자와 신학자의 외롭고 치열한 수고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베드로서신에 나타난 세상 속 그리스도인의 신행불이(信行不二)’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최승락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는 “교회의 싸움은 항상 양면적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고 “하나는 교회 자체의 정화를 위한 싸움이요, 또 다른 하나는 세상의 악과의 싸움이다”고 말했다. 베드로서는 교회 내부에서 거짓 교사들과의 싸움을 싸워야 하고 또한 행실의 결핍 내지 신행불일치와의 싸움을 싸워야 하는 교회의 양면적 싸움의 현실을 보여 준다는 분석이다.

▲ 최승락 교수

그러면서 최 교수는 “이 시대는 핍박을 통한 배도보다도 타협을 통한 배도의 위험성이 더 큰 시대”라며 “영광스러운 소망의 구현체로서의 교회의 본질을 회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또 “목회자와 신학자들이 스스로의 가르침을 돌아보지 않고 떨어져가는 당사자들의 잘못에만 원인을 돌린다면, 이는 사역자들의 직무유기에 해당할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행실’을 강조하는 설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구원의 안심을 심어주는 데만 급급하고, 구원적 삶의 계속적 실현을 강조하지 않은 잘못은 한국의 목회자들에게 있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이어서 “교회가 세상을 해롭게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교회에 대하여 비방의 말, 협박의 말, 선동의 말, 나쁜 이름 붙이기, 물리적 핍박 등을 가하기도 한다”며 “이는 성도의 오래된 고민이요, 논리적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더욱 예리하고 정교한 비판적 사상의 칼을 사용해 교회가 선포하는 복음을 하나의 수사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세상의 논객들에게는, 그들이 가지지 못한 요소, 곧 권력의 카테고리 속에 들어오지 않는 그리스도 십자가의 희생적 사랑을 교회가 삶으로 살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자기포기의 행진이 없이는 교회가 진정으로 세상을 주님 앞으로 이끌 수 없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