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월 입법 예고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에 대처하기 위해 교계 5개 단체로 결성된 한국기독교공동대책위(이하 공동대책위)가 2월 28일 한국교회100주년 기념관에서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는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복지법인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종속돼 설립목적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개정안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개정안은 현재 5~10명인 사회복지법인 이사 정원수를 7~15명으로 늘리고, 국고보조를 받는 사설법인은 이사 정수의 1/4이상을 시, 도 사회복지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임명하도록 돼있다. 또 이사의 1/3이상은 사회복지분야, 감사 중 1명 이상은 법률회계분야 전문가로 각각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국고보조금을 횡령, 사유화하는 일부 복지법인들의 비리를 막자는 취지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먼저 정부측 관계자가 발제를 시작했다. 보건복지부 사회정책기획팀의 김우중 사무관은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추진배경 및 주요 내용’이란 제목의 발제를 통해 “사회복지법인은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자율성 못지않게 책임성과 투명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관은 “오늘날의 사회복지 발전은 종교계의 헌신이 없었다면 이루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일부 법인에서 국고보조금 횡령 등 불법, 부당집행, 기본재산 임의처분 등이 발생했다”며 “이것은 법인의 재산을 개인재산처럼 유용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이어서 “타종교신자나 법인의 특성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이사로 추천되면 종교의 정체성과 자율성이 훼손되고, 공익이사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 것이라는 데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며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부청하 사회복지법인대표이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정부의 개정안에 반대하는 것을 사회복지 현장에서의 불법을 뿌리 뽑자는 정책에 반대하는 것과 동일하게 보아서는 안 된다”며 “이번 사회복지법개정안은 소수 복지법인들의 부정부패를 근절한다는 명분으로 대다수 복지 법인을 매도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부 대표는 특히, “개정안 가운데 개방형이사제는 사회복지법인의 본질과 자율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개정안 근거자료로 복지부가 제시한 복지법인들의 부정부패와 불법행위 사례도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부 대표는 이어서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논하기 전에 먼저, 사회복지법인의 실태를 조사하고, 사회복지법인과 관련한 부정부패, 불법사례의 정확한 통계와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주형 나사렛대 재활의학과 교수는 “공익이사제의 취지가 간섭이 목적이 아닌 공정성, 투명성 및 개방성 확보에 있는 만큼 법인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을 것 같다”며 정부 개정안에 공감하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이날 공청회에는 한국기독교사회복지협의회 김종생 목사,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영락사회복지재단 신동헌 사무국장 등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한편, 이날 공청회는 지난 2월 9일 ‘사회복지사업법개정안’을 놓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기독교사회복지협의회, 한국교회사회사업학회, 한국기독교사회복지관협회 등 5개 기독교 단체가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에서 ‘공동대책위’를 결성하고 28일 공청회를 갖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공동대책위는 “금번 보건복지부의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충분한 논의 없이 급히 제안된 것”이라면서도 “그동안 복지시설에서 간과하기 힘든 문제들이 계속 발생한 만큼 일정부분 수용할 필요가 있다”며 인식을 같이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