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일 / 직장사역연구소 부소장

미국의 스탠더스 석유회사에 애치볼드라는 신입사원이 입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의 별명은 '한 통에 4달러'가 되었다. 이것은 스탠더스 석유회사의 광고 문구였다. 기안서를 올릴 때 사인을 할 때도 옆에다 '한 통에 4달러'라고 쓰고, 출장을 자주 갔는데 호텔에서 체크인을 할 때도 자기 이름 옆에다 '한 통에 4달러'라는 자기 회사의 광고 문구를 써넣었다는 것이다. 이런 유별난 직원에게 동료들이 조롱삼아 별명을 붙여준 것이다. 이 소문이 회사의 사장인 석유왕 록펠러의 귀에 들어갔다. 그런 정도로 열정을 가진 직원이 있다면 한 번 만나보자고 했다. 그 만남을 계기로 결국 록펠러가 은퇴했을 때 애치볼드가 뒤를 이어 석유왕이 되었다.

애치볼드가 보여준 열정은 바로 '주인의식'(Ownership)이다. 주인 의식을 가진 사람은 자기 '직급'에 맞지 않는 일종의 '오버 액션'을 하는 사람이다. 사원이 대리같이 일하고 대리가 과장처럼 일한다. 신입사원이 팀장처럼 일한다. 물론 윗사람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안 해도 될 일, 안 해도 월급 받는데 지장 없는 일, 남들은 다 하기 싫어하는 궂은일을 한다.

주인의식은 실제로 주인인 사람이 가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욕심 때문에 큰일이 난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재벌 상속이나 교회의 세습 문제가 왜 생기는가?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기업의 오너들이 못된 주인의식을 가지고 그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이다.

나는 세습 문제에 대해서 간단하게(?) 정리한다. 직업의 세습은 참 귀하다. 아버지가 평생 하시 일을 자식이 또 한다는 것은 직업적 감화를 아버지가 자식에게 주었다는 것이니 귀하지 않을 수 없다. 회사를 설립해서 숱한 어려움 겪으면서 기업 경영하는 아버지를 뒤이어 사업을 하는 아들의 직업 선택은 참 귀하다.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자식이 목사가 되는 것은 참 귀하다. 이렇게 '직업'을 세습하는 것은 아름다운데 '직장'을 세습하는 것이 문제이다. 탐욕일 수 있고 위험하기도 하다. 잘못된 주인의식을 드러낼 가능성이 많다. 그러니 직업은 세습하되 직장의 세습은 거부해야 한다.

아무리 주인인척 하는 사람이 있어도 진정한 주인은 따로 있다. 기업은 회사 주식 많이 가지고 있는 창업주나 오너가 주인이 아니다. 진정한 주인 의식을 가지고 있는 신입사원이 있다면 그가 바로 주인이다. 바로 이런 측면으로 주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주인의식은 전혀 주인인 것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가질 때 의미 있다.

바람직한 주인의식의 대표적인 모습을 우리는 성경 속의 요셉에게서 볼 수 있다. 요셉은 주인이었다. 아버지의 집에서 목동으로 일할 때도 주인이었다. 형들이 잘못한 것을 아버지에게 일러바쳤다. 아마도 돈을 좀 빼돌리거나 양들의 수효를 속이는 일이었을 것이다. 집안의 재산에 손해가 나는 일을 요셉은 그냥 눈감지 않고 사실대로 처리했다. 이것이 바로 주인 의식이다.

이집트의 시위대장 보디발의 집에서 종살이를 할 때에도 요셉은 주인이었다. 그 집의 주인 보디발이 어떤 문제도 간섭하지 않고 다 요셉에게 맡길 만큼 그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던 사람이었다. 이것은 감옥에 들어갔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감옥의 책임자가 죄수로 들어와 있는 요셉에게 모든 일을 다 맡겼다고 한다. 아무 것도 돌아보지 않았을 정도로 말이다.

나중에 이집트의 총리가 되었을 때도 요셉은 주인이었다. 그는 주인 의식을 가지고 나라 전반을 책임지는 사람이었고 파라오는 곡식이 없어 울부짖는 백성들을 요셉에게 보낸다.

이렇게 주인 의식을 가진 사람은 어떤가? 그저 언제나 마음의 변화도 없이 그저 성실함의 미덕만 한껏 발휘하며 묵묵하게 일하는 사람인가? 어디 떠날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자기가 처음 입사한 회사가 평생직장이겠거니 생각하면서 소처럼 우직하게 일하면 되는 것인가? 그것이 주인의식인가?

아니다. 그렇지는 않다. 요셉은 감옥생활을 하면서 그 감옥을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었다. 술 맡은 관원장의 꿈을 해석해 준 후 그가 살아나가면 자신의 결백을 파라오에게 아뢰어 자신을 석방시켜 달라고 간절하게 청탁(?)하고 있다(창 40:14-15).

요셉은 떠나고 싶었다. 감옥이 싫었고 지긋지긋했다. 그런데 그렇게 자기가 일하던 곳을 떠나고 싶었던 요셉이었지만 그가 어떤 주인 의식을 가지고 있었는가? 요셉은 수종들라고 명령받은 두 고관들을 성심껏 섬겼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난 두 사람의 얼굴에 수심이 있었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물어보았다(40:7). 그 두 고관 죄수들을 섬기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그들의 얼굴에 근심 빛이 있는 것까지 살필 필요가 있었는가? 이것이 바로 주인의식이다. 당장 떠나고 싶은 일터였지만 그런 곳에서도 최선을 다해 자신이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일하는 것이다.

이런 특별한 행동이 바로 요셉의 주인의식을 잘 보여준다. 그렇게 할 필요 없어 보이는데 그 일을 사람에게 하듯 하는 것이 아니고 주님께 하듯 하는 것이다. 이렇게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노력한다. 일터에서 복음 전하는 전도자가 되려면 능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주인의식을 가져야 험난한 세상 속에서 언제나, 어디서나 나의 직업을 스스로 설계하고 개척해나가는 '1인 기업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