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때문에 사람의 생명까지 잃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과 토고전을 시청하는 중국의 한 주부가 한국이 역전을 하자 심장에 문제가 생겨 사망했다. 월드컵 시청을 하며 죽는 경우는 2002년에도 있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도대체 월드컵이 뭐길래? 강문민 교수는 월드컵을 두고 광기라고 표현한다. 사회학자는 스포츠를 종교로 표현했다. 한국이 다른 국가와 대결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시청앞 광장은 물론 상암월드컵경기장 등 공공장소에 수만 명의 인파가 모여든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한국전쟁의 붉은 피가 흘렀던 6월에 또 다른 의미의 붉은 물결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2002년과 2006년의 월드컵은 한국에서는 매우 다른 양상으로 접근되고 있다. 가장 다른 것은 2002년 월드컵 길거리 응원의 성공을 기업들이 철저하게 경영마케팅으로 도입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2006년 월드컵은 보다 상업적이라는 것이 2002년과 차별화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독일월드컵을 공식 후원하는 세계 유일의 자동차 회사다. 자동차부분 독점 후원을 통해 현대자동차는 전세계에 기업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데 막대한 자금을 동원했다. 월드컵 개막이 되기 전부터 ‘굿윌볼 로드쇼’를 후원하기도 했고 32개국 대표, 전세계 VIP들에게 차량 1250대를 제공했다. 기아자동차는 고객 45명에 토고전 티켓과 항공권을 증정하여 기업이미지 홍보를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에서 월드컵 중계 서비스를, 경남기업, 월드건설 GS건설 등 건설업체는 지하철과 기차역에 월드컵 홍보물을 내걸고, 각종 이벤트 사업을 통해 경품을 고객들에게 주고 있다. SK텔레콤의 길거리 응원 지원, 삼성전자의 모바일 월드컵, KT의 영화와 함께 축구 동시보기 등 다양한 월드컵 마케팅이 전국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월드컵 특수에 계산기를 두드리며 좋아하는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 중에 가장 수익을 올리는 곳은 국제축구연맹(FIFA)이다. FIFA의 월드컵 수익은 올림픽보다 월등하다. 월드컵은 축구 자체의 즐거움을 넘어 세계의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거대한 경제시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월드컵을 둘러싼 엄청난 메커니즘이 창출되고 있다.

만성적인 실업과 높은 조세율로 인해 경기 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독일 경제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2∼3년 전부터 신규투자, 신규채용 및 소비가 늘어나고 있어 현지 전문가들은 이로 인한 부가가치 창출이 100억 유로(약 12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월드컵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기대 때문에 빚어지는 기업들의 월드컵 홍보는 자발적인 참여보다 상업적인 쇼에 치중한다는 점에서 스포츠의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에서는 안티 월드컵운동을 벌이고 있기도 한다. 월드컵의 축제도 좋지만 현실을 잃어버린 광기만이 남아 결국 일상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월드컵에 대한 국민의 광적인 반응은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 일산의 한 주부는 “텔레비전이 미쳤다”는 말로 빗대어 표현했다. 방송 3사가 동일 시간대에 동일한 내용의 축구를 보여주는 것은 좋지만 모든 프로그램을 월드컵과 연결시키고, 정규프로그램을 아예 방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방송, 하이라이트 방송 등 월드컵으로 도배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중파 방송이 모두 월드컵 특수를 노리는 것은 좋지만, 정작 월드컵을 주최한 독일의 경우 공중파와 케이블 채널 등 40여 개의 채널이 있지만 중계는 한 채널에서만 중계해 중복을 피하고 있다. 결국 한국의 무차별 전 채널 월드컵 중계는 월드컵의 열기와 세뇌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월드컵은 스포츠이고 65억 인구가 동시에 보는 축제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월드컵을 두고 ‘광기’라든가 ‘종교’라고 지적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이들이 있다.

월드컵은 분명한 스포츠의 축제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고 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축제로 즐길 수 있지만 거기에는 유형화된 것과 무용화된 가치들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아마추어리즘의 올림픽이 있지만 거기에도 엄연히 상업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월드컵의 경우는 이보다 더 심하다.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각종 문화를 만들어 내고 각종 이득을 발생시킨다. 순기능의 경우 일상적인 삶에서 해방시키고, 즐거움을 선사한다. 한데 어울려 응원하는 것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고양시키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적 충성과 민족적 일체감을 만들어내는 데 스포츠보다 효과적인 수단은 없을 것이다. 대중문화의 요소로 모든 계층에 호소를 할 수 있는 분명한 매력이 있다. 그러나 이런 순기능과 함께 지나친 몰입을 통한 중독성을 가져온다는 점은 문제다.

코클리(Coakley)는 <스포츠의 사회>에서 스포츠의 역기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첫째, 스포츠는 사회 성원들에게 표준화된 규칙과 경직된 구조를 강요함으로서 개인의 소외를 가져온다. 특히 자발성, 자유 및 창의성이 소외 과정에서 상실된다. 둘째, 스포츠는 사회 구성원들로 하여금 중요한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을 마비시키고 또 그러한 문제해결의 집단적 시도를 저해하는 효과가 있다. 셋째, 자본주의 사회에서 스포츠는 자본 축적의 기제로서 상품화된다. 상업주의와 물질주의의 만연이 스포츠의 대중화가 지니는 역기능이다. 넷째, 스포츠는 국력의 과시를 통한 대중 동원과 사회통합을 위해 과도한 민족주의를 조장한다.

이원규 교수는 <종교사회학의 이해>에서 스포츠는 하나의 새로운 대체종교, 혹은 ‘종교에 대한 기능적 대행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개인에게 최상이 중요성을 부여하고 시간, 관심, 정력 모든 것을 바친다는 점에서 종교적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현실과 괴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광신자와 비슷한 양상을 나타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종교가 행동적 참여를 요구하는 것처럼 스포츠도 적극적인 참여와 응원, 관람을 요구한다. 종교가 통합적 기능을 하듯이 스포츠도 그런 기능을 하고 있다. 월드컵과 함께 교회가 장소를 개방해 이웃들을 초청해 함께 축구를 관람하는 일이 2002년에 이어 2006년에도 벌어지고 있다.

독일의 시차로 인해 새벽에 열리는 경기에 대해 일부교회에서는 새벽기도 시간을 변경하고자 하는 움직임조차 일고 있다. 월드컵은 한국에 새로운 대중문화를 만들어낸 것은 사실이다. 교회도 이 시류에 편승해서 지혜롭게 대처해나가고 있다. 교회가 공존의 지혜를 알고 있는 것이다.

이원규 교수(감신대 종교사회학)는 “교회는 스포츠가 하나의 대체 종교로서 그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대하여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대체종교로서의 스포츠가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은 교회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한다.

월드컵은 분명히 스포츠로 즐기면 된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인식한다면 그것은 종교가 될 수 없다. 월드컵에 더 관심을 빼앗긴다는 두려움이 있다면 그것은 교회가 교회답지 못함으로 생기는 불안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