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안 교수

강영안 교수(서강대 철학과, 기윤실 공동대표)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오픈 강의를 통해 △교회가 정치 및 사회 문제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교회 고유의 임무는 영혼 구원에 두어야 한다 △구원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면적 차원에 한정한다는 세 가지 가르침 때문에 교회 공동체가 시민으로서의 존재와 책임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게 됐다고 지적해 관심을 끌었다. 강 교수는 ‘시민사회의 윤리적 과제와 그리스도인의 역할’라는 강연을 통해 “이런 세 가지 사고는 서양 근대가 낳은 사고이며 개인주의, 영육 이원론, 그리고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분리를 가져왔다”며 “성경은 인간의 내면성과 하나님과의 지극히 친밀하고 사적인 관계를 중시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삶을 영적인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을뿐더러 구원을 한 개인의 구원, 그것도 영적 구원에만 한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강 교수는 “‘성도로 부름받은 존재’인 그리스도인은 그 부르심의 뜻에 맞게 ‘거룩함’을 이루어가는 존재다”며 “거룩함을 이룬다는 것은 ‘구별된’ 삶을 살 뿐 아니라 죄로 인해 훼손된 삶의 모습을 온전히 회복하는 것을 일컫는 것이다”고 말했다.

“당연히 우리는 이른바 ‘세속적’ 삶과 뗄 수 없다. 주되심은 바로, 여기서 주되심이고 우리가 타인과 맺고 있는, 타인과 주고받는, 삶의 연관 관계 안에서 주되심이다. 그런데 그 삶의 연관 관계 가운데 우리가 타인과 맺고 있는 관계 가운데 하나를 일컫는 말이 ‘시민’이란 말이다. 한 도시의, 한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말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속에 존재하지만 세상과 구별된 존재라고 강조한 강 교수는 “시민이면서 이방인이요, 이방인이면서 시민인 존재가 시민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존재다”며 “이러한 존재인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긴장 속에서, 그러면서도 책임 있게 타인과 함께 삶을 살 수 있으며, 무엇을 할 것이며, 어떤 태도로 살 것인가 하는 물음이 우리 자신을 시민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이 되게 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의 윤리적 과제와 그리스도인의 역할 강영안 / 서강대 철학과 교수, 기윤실 공동대표) 1. 그리스도인의 시민적 책임 : 시민이면서 이방인인 존재 시민사회의 형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듯합니다. 기업이나 국가뿐만 아니라 공동선을 창조하는 일에 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이젠 널리 퍼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어떤 의미에서 시민교육의 한 장(場)으로서 가장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교회 공동체는 시민으로서의 그리스도인의 존재와 책임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세 가지 편견이 이것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첫째, 아직도 교회는 정치 및 사회 문제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구분이 여기서 중요합니다. 둘째, 정치 및 사회 문제에 대한 무관심은 교회의 고유 임무를 영혼 구원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이와 같은 생각은 구원을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면적 차원에 한정하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는 어떤 의미에서 서양 근대가 낳은 특유의 사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주의, 영육 이원론, 그리고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분리가 그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이것들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내면성과 하나님과의 지극히 내밀하고 사적인 관계를 성경은 중시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삶을 영적인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을뿐더러 구원을 한 개인의 구원, 그것도 영적 구원에만 한정하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의 논의는 여기서 출발해 볼 수 있습니다. 2.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 ?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할 때 영어적 표현이 갖고 있는 깊은 의미를 함께 생각해보기를 원합니다. Christian은 "Christ + ian"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특별히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ian’입니다. 이 말은 희랍어로 이야노스에 어원을 두고 있습니다. ‘ian'은 ’～를 따르는 자‘입니다. 여기에서 따른다고 했을 때 그 말의 의미는 단순히 지적인 따름이나 추종을 넘어서 죽음까지도 함께 하는 따름을 의미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로서 ’그리스도인‘은 ’섬기는 자로서 왕의 직분‘과 ’불의를 지적하고 정의를 선포하는 자로서 선지자적 직분‘과 ’고통받는 자를 품고, 죄인들을 위해 중보하는 제사장적 직분‘이라는 삼직을 수행하게 됩니다. 결국 그리스도인은 세상 안에서 특별한 위치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부름받았다”는 말이 그 위치의 특별함을 말해줍니다. 구별되어 부름받은 존재, 다시 말해 ‘성도로 부름받은 존재’가 곧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 안에서 성도로 부름받은 그 부르심의 뜻에 맞게 ‘거룩함’을 이루어가는 존재입니다. 거룩함을 이룬다는 것은 ‘구별된’ 삶을 살 뿐 아니라 죄로 인해 훼손된 삶의 모습을 온전히 회복하는 것을 일컬을 것입니다. 이러한 회복은 성경의 가르침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의롭다하심을 통해서 시작합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그리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산다는 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의롭다 하심을 받고 그 안에서 하나님의 온전한 뜻을 분별하여 거룩한 삶을 살아가는 것을 말할 것입니다. 하나님을 주로 삼고 사는 삶, 우리의 일상적이고 구체적 삶에서 하나님의 주되심을 인정하면서 사는 삶이 곧 그리스도인의 삶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당연히 우리의 이른바 ‘세속적’ 삶과 뗄 수 없습니다. 주되심은 바로, 여기서 주되심이고 우리가 타인과 맺고 있는, 타인과 주고받는, 삶의 연관 관계 안에서 주되심입니다. 그런데 그 삶의 연관 관계 가운데 우리가 타인과 맺고 있는 관계 가운데 하나를 일컫는 말이 ‘시민’이란 말입니다. 한 도시의, 한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말입니다. 3. 삶의 긴장 ; 성도이면서 시민, 시민이면서 성도인 우리 그런데 그리스도인에게 특이한 것은 이 땅의 시민이면서 동시에 하늘의 시민권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요한복음의 표현을 따르면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에 있으나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세상과의 이러한 관계는 세상 안에서의 그리스도인의 위치에 긴장을 조성합니다. 이것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은 “in the world”로, 세상에 대하여 구별된 존재라는 것은 “of the world”로, 마지막으로 세상을 향하여 존재한다는 것은 “to the world”로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 긴장 관계 속에서 삶을 지탱하고 책임지는 것이 시민으로서의 그리스도인의 삶이 지닌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민(civis)이면서 이방인(peregrinus)이요, 이방인이면서 시민인 존재가 시민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존재입니다. 영어로 말하자면 ‘resident alien'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존재인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긴장 속에서, 그러면서도 책임 있게 타인과 함께 삶을 살 수 있으며, 무엇을 할 것이며, 어떤 태도로 할 것인가 하는 것을 묻는 물임이 우리 자신을 시민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이 되게하리라 믿습니다. 4. 기독교적 시민운동의 핵심원리 이것을 우리는 기독교적 시민운동의 핵심원리라는 표현으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다음의 세 가지 개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정의입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정의는 두 가지 의미를 갖습니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의미의 공평과 각자의 몫에 따라 적절한 몫을 나누는 분배정의입니다. 이것은 소위 편견된 사랑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기독교적 정의관에 따르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몫을 주는 획일적인 균등이 아닌 차등적 배분을 추구합니다. 둘째는 평화입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 참여하고 땀을 흘리는 것이 요구됩니다. 하나님의 평화를 선포하여 샬롬의 시민사회를 추구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는 연대입니다. 특별히 기독교가 추구하는 연대는 고통 받는 자들과의 연대입니다. 흔히 사랑이 있는 곳에 고통이 있다는 말은 기독교적 시민운동이 꼭 유념해야할 원리이며, 방향입니다. 정의, 평화, 연대는 기독교 시민운동의 윤리적 책임이자, 그리스도인들의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