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일 / 직장사역연구소 부소장

전에 섬기던 교회의 청년부의 여름 수련회 때 강원도의 한 작은 농촌 교회로 봉사 수련회를 갔던 적이 있다. 봉사를 목적으로 한 만큼 마을의 어르신들을 위한 위로회와 전도, 어린이 여름 성경학교와 더불어서 교회당 수리를 대대적으로 계획했다. 그래서 우리 청년들만 가지고는 힘이 모자라서 남전도회의 일 잘하시는 두 분 집사님들을 모시고 갔다. 그런데 그만 두 번째 날 아침에 비가 살짝 내렸는데 지붕 위에 올라가서 작업을 하던 집사님 한 분이 지붕에서 떨어지셨다.

바로 나의 눈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정신을 잃은 집사님을 부둥켜안고 기도했다. “하나님 제발, 이 분 좀 살려주십시오. 한 가정의 가장이요, 교회의 충직한 일꾼인 하나님의 이 귀한 아들을 좀 살려 주십시오. 하나님, 제가 이 봉사 수련회 결정하고 이 분들 오시는 것을 허락해서 결국 이런 일이 생겼군요. 긍휼히 여겨주시옵소서.” 하나님이 큰 은혜를 베풀어 주셔서 어깨뼈에 금만 조금 가는 정도로만 다쳐 그 날로 치료 후 퇴원했다. 정말 감사했다.

또 그 일이 있은 지 얼마 지난 후에는 운전을 하다가 앞차를 추돌하는 사고를 냈다. 운전에 집중하지 못할 만큼 피곤했던 때였는데 어쨌든 사고를 낸 나는 정중히 사과하고 정성을 다해서 그 분을 병원으로 모셔 진단을 받게 했다. 또 감사하게도 별 이상이 없게 하나님이 인도해주셨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생각했다. 내가 직장인이고 또 크리스천이고, 또 목사인데, 사람들을 살리는 일을 하고 세상을 구원하는 일을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데, 실수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해를 주고 고통을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명기 22장 8절에 나오는 말씀이 기억났다. “네가 새 집을 건축할 때에 지붕에 난간을 만들어 사람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라 그 피 흐른 죄가 네 집에 돌아갈까 하노라.” 이렇게 일터에서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 우리가 경직된 법이라고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구약 율법에서도 강조한 점이다.

세상에서 직업인으로 살아가면서 과연 우리 크리스천들이 가장 중요시 여겨야 할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다. 사람들을 세우고 섬기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결국 우리가 남길 것은 우리가 만들어내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통해서 사람들을 세우는 것이다. 또한 함게 일하는 사람들이나 거래하는 사람들, 그들을 주님께로 인도하여 구원 얻게 하는 것도 결국 사람들을 세우는 일이다.

이것은 비단 성경 속에서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 기업들도 사람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세계적 기업 제네럴 일렉트릭을 만들어낸 잭 웰치 회장은 말한다. “나의 일이란 사람들을 선택하고, 평가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며, 아이디어를 확산시키는 것이며 사람 문제에 실패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사람은 염두에도 두지 않고 일만 해서 그런 초일류 기업을 만들어냈을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하는 말로 좀 의외가 아닌가.

우리도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 일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 직장생활을 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윗사람을 모시고 아랫사람을 데리고 일하는데, 때때로 윗분에게 서운할 때도 있고 아랫사람들이 답답할 때도 있을 것이다. 일은 나 혼자 다하고 아랫사람이나 윗분은 노는 것 같아 속상할 때가 있다. 그러나 잠시 생각을 바꾸면 그런 생각은 사라질 수 있다. 윗분은 그분의 고민이 있고 인간적인 어려움들이 있다. 아랫사람들은 내가 게으르고 무관심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고민과 걱정과 어려움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일들을 제대로 알 수 있어야 내가 나의 역할을 다하는 것인데 그러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을 조금 미루더라도 사람을 성장시키고 살리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배려가 필요하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앞을 못 보는 한 사람이 밤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길을 걸었다. 그와 마주친 동네 사람이 물었다. “정말 어리석군요. 앞을 보지도 못하면서 등불은 왜 들고 다닙니까?” 그 앞 못 보는 사람이 말했다. “당신이 나와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요.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한상복이라는 사람이 쓴 직장인들 위한 소설, <배려>에서 소개하는 이야기 중 하나다.

사람, 내가 귀중한 만큼 결국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배려해주는 노력이 오늘 우리에게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