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자 소장 / 아하가족성장연구소

1. 부부는 통해야 산다.
부부학자인 미국의 죤고트만은 ‘행복한 부부조건’에 대해 서로 존중하고 비난을 삼가며, 공동의 취미생활을 개발하고 부부만이 지내는 시간을 따로 만들며 서로 경청할 줄 알고 관심과 사랑을 자주 표현하며 함께 하기 위한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의사소통’이 필수적인 도구라고 말한 것이다. 즉 행복한 부부는 대화의 통로가 항상 열려 있음으로 서로 의논하고 서로 배우고 성장하면서 많은 것을 함께 이루며 살아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구나 연애시절에는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시인이 되기도 하고 문학가가 된다. ‘사모할 연(戀)’이란 한자를 잘 살펴보면 두 사람이 하나의 마음(心) 위에서 말(言)을 실(絲)처럼 뽑아내고 있는 모습이다. 대화란 바로 이런 모습이다. 두 사람이 말을 할 때 하나의 마음이 된다는 것은 ‘감정을 같이 느낀다(共感)’는 의미이다.

즉 대화란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의견과 감정을 함께 공유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자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존중의 표현인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혼 이후 세월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부부들은 점점 대화가 줄어든다. 언제부터인가 꽉 막힌 수도처럼 소통이 되지 않는다.

“아내와는 말이 안 통해요!” 혹은 “남편이 말을 하지 않아서 답답해 죽겠어요!”라는 하소연을 자주 듣는다. 식당에서 대화를 나누는 커플들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대체로 애정지수를 측정할 수 있다. 즉 사랑에 빠진 커플일 수록 주고받는 대화의 양이 많을 뿐만 아니라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등 말과 몸이 함께 대화한다. 하지만 중년부부일 수록 말이 짧고 무표정한 얼굴과 굳은 몸짓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던지는 경우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사실과 정보를 주고받는 대화는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있는 낮은 수준의 대화형태이다. 생각과 아이디어를 나누는 것 역시 필요한 대화이지만 마음을 주고 받는 대화는 아니다. 그러나 부부의 대화는 차원이 다르다. 서로의 열망을 표현하며 긍정적인 느낌과 부정적인 감정을 나누며, 심지어 영적인 상태까지 함께 고백하는 전인적 대화이며 마음 깊숙한 것까지 공유하는 최고 수준의 대화이다.

2. 서로의 차이에 대한 존중
부부가 서로 착각하고 있는 것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배우자도 자기와 같이 생각하고, 자기와 같이 느끼고, 자기 같이 행동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또 하나는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그 정도는 이해해야 되지 않겠는가?라는 환상을 갖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큰 오해이자 착각이다.

남자와 여자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신묘막측하게 창조하셨다. 남자와 여자는 평생을 함께 살아도 알기 어려울 정도로 다르게 지으셨다. 남자와 여자는 신체적으로, 생리적으로, 심리적으로, 성(性)적으로, 심지어 대화방법과 기본욕구까지 모두 다르다. 이 가운데 대화에 있어서 남녀의 차이를 알고 인정하면 부부의 대화수준이 달라진다. 그리고 대화가 달라지면 관계의 깊이와 넓이가 달라지며 삶의 질까지 변한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남자는 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상대방을 지배 혹은 설득할 수단으로 대화를 하는 편이다. 따라서 정보수집이 목적이고 사실을 중심으로 객관적으로 말하기 때문에 논리적 비약이나 모순을 참기 어렵다. 하지만 여자는 감정적 공감을 얻기 위해 대화하며 주관적인 생각이나 느낌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종종 논리적 비약이 있고 주제가 산발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크다. 또한 남자들은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가급적 요약해서 함축적으로 말할 것을 요구한다. 더욱이 질문을 받는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간섭이나 권위에 대한 도전 혹은 자기 말에 대한 불신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질문을 불쾌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여자는 정반대이다. 질문이 관심과 돌봄의 표현이기 때문에 오히려 질문을 통해 대화의 연결점을 찾고 대화 자체를 즐기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

따라서 부부가 친밀하고 건강한 대화를 통해 서로 마음을 주고 받으려면 먼저 남녀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배우자가 사용하는 언어와 대화방식을 배워야 한다.

3. 작은 의사결정에 대한 합의를 서로 기분좋게 하지 못하는 것이 위험하다.
지난 주간에 본인은 가정법원에서 이미 이혼신청을 한 세 부부를 만나 이혼상담을 하였다. 각각 결혼한 지 43년, 34년, 31년의 부부들이었다. 이혼을 통하여 이제라도 그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 마음의 고통과 신체적 아픔을 달래보고 싶은 것이었다. 그 중 가장 오래된 부부는 둘째 아들이 지금부터라도 부모님이 헤어져 감정의 고리를 청산하고 ‘텔레비전이라도 마음 놓고 보라’며 이혼을 주선하였다고 하였다. 상담을 하며 매번 확인하는 바는 이혼은 결혼초기부터 형성되어오고 있으며 이혼 과정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이다.

즉 대화가 끊기고(소통불능), 감정이 차단되며(정서적 이혼), 가정불화의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기 때문에(피해의식), 더 이상 함께 살 수가 없어서(신체적 별거) 헤어져야겠다(법적 이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관계를 이어주는 대화가 단절되면서부터 부부는 정서적. 신체적으로 분리가 시작된다. 언어폭력과 신체적 학대 같은 대부분 잘못된 말과 대화방법 때문에 부부의 삶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적시에 건강하게 처리하지 못함으로써 미해결과제가 증폭 누적되다가 결국 관계를 파괴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혼은 작은 일상적인 문제들을 부부 서로가 충족할 수 있도록 합의해 내지 못하는 일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정해야 하는 작은 일에 부부서로가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건강하게 교환하지 못하고 상호 비난과 무시의 태도를 보이다가 한쪽이 냉담하게 되면서 어떤 다른 대상을 찾게 되고(사람이나 다른 환경)서로 벽을 쌓으면서 악의 패턴을 강화시켜가는 것이다.(J. Gottman) 그렇게 되어지면 부부란 가장 가까운 관계이면서도 가장 상처를 많이 주고받는 관계로 전락하고 만다.

4. 새로운 것으로 새롭게 접촉하여 새로운 것을 경험해간다.
‘부부가 서로 잘 살고 싶으면서도 왜 아는 것처럼 잘 되지 않는가?’ ‘우리 부부문제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하고 있거나, ‘상대방이 변하면 다 해결된다’는 막연한 회피 현상에서 머물기 때문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부부 중 하나라도 배우지 않으면 문제는 점점 강화되고 부부관계의 고질적인 패턴은 대부분 자녀세대에 전수되면서 자녀들도 유사한 고통을 겪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부 문제에 정직하게 직면하고 회복을 열망하고 배우고 연습하는 길을 선택하여 우리의 생활을 새롭게 구성해 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듣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다. 상대방이 무엇을 말하는지 무엇을 원하고 있으며 그 느낌은 무엇인지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

곧 진정한 대화는 표현되는 말이 의미하는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며, 상대방의 감정과 느낌 뒤에 숨어있는 열망과 욕구의 외침을 듣는 것이다. 그러므로 잘 듣는 것(경청)은 배우자에 대한 사랑의 태도이며, 마음으로 함께 느껴준다는 것(공감)은 곧 사랑의 행위이다. 부부는 마음이 하나되어야 진정으로 몸이 하나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대화는 자기정체성을 확인하고 자기존중감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마음을 주고 받음으로써 관계를 맺는 방식이고, 문제와 갈등을 해결하는 수단이자 시너지를 창출하는 통로이다. 따라서 단순히 대화기술을 배우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인간이해와 남녀 차이에 대한 학습 및 자신과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배워감으로써 믿음과 사랑을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우선 판단하고 비난하는 능력에서 벗어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