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일 / 직장사역연구소 부소장

몇 년 전 직장사역연구소에서 263명의 성도들을 대상으로 주일성수 문제에 대해 질문한 자료집을 낸 적이 있다. 이를 통해 한국교회 성도들이 주일성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개략적으로 추론해 볼 수 있었다.

“성도가 주일에 출근하거나 매장에서 영업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성도들의 대답은 예배를 우선시하여 일을 포기해야 한다는 경우가 38%였고 출근하고 매장 문을 열어도 좋다고 응답한 사람이 44%, 예배를 드리고 출근하거나, 퇴근 후 예배를 드리는 등 지혜로운 절충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응답이 19%였다.

“취업을 위해 주일에 치러지는 시험에 응시하거나 주일성수를 제대로 못하는 직장에 취업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도 각각 불가능 33%, 가능 44%, 절충 23%로 대동소이했다.

“주일에 야유회, 경조사, 가족여행 등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35%, 31%, 33%로 직업적인 고유 업무와 관련한 위의 두 질문들과 비교할 때 예배를 중시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비율은 비슷했으나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10% 이상 낮아져 절충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교회에서 주일성수에 대해 어떤 가르침을 받기를 원하는갚라고 질문한 것에 대해 전통적인 방식의 주일성수에 대한 교훈을 원하는 사람은 35%였고 적극적이고 융통성 있는 주일성수의 지침을 원하는 사람은 55%였으며 중도적 입장이 10%였다.

이런 네 가지 유형의 질문들을 종합해 보아도 한국교회 성도들은 주일성수에 대한 전통적인 가르침(=예배를 위해 다른 것은 포기)에 수긍하기(35.2%) 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처하거나(43.4%) 절충적인 방식의 주일성수 방안을 찾는 경향이(21.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설문의 결과로 한국교회 성도들이 주일성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모두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간 교회가 가르쳐 온 전통적인 주일성수 방식에 수긍하기보다는 주일성수 문제를 세상 속에서 적극적으로 적응하는 쪽으로 이해하는 성도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현실은 분명하다. 이제 구체적으로 주일성수에 관한 직업인들의 구체적인 고민에 대해 살펴보자.

사례 #1. 우리 회사에서는 토요일과 주일까지 이어지는 엠티나 행사들이 자주 있습니다. 일직이나 숙직 등 정기적으로 주일에 출근해야 하는 경우도 잦아서 더욱 힘듭니다. 전에는 단합대회를 갔을 때 주일 새벽에 빠져나와 교회에 가곤 했습니다. 회사 일로 주일성수를 제대로 못하니 부끄럽고 회사의 행사를 자주 빠지려니 직장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는 직장인들이 가장 자주 일반적으로 겪는 문제인데 율법적인 태도는 버리되 세상과 타협하려 하지 않는 균형이 필요하다. 주일성수는 성도의 의무이고 특권이지만 반드시 져야 하는 율법적 짐은 아니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몸이 아플 경우에는 병원이나 집에서 혼자 예배드릴 수도 있다.

따라서 주일에 출근을 해야 하는 경우 획일적인 대응보다 지혜로운 대응이 현명하다. 직장인으로서 피할 수 없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에 미리 다른 사람과 바꾸어 보려고 노력하고(물론 그 대신 더 희생하고 봉사해야 한다) 여의치 않으면 근무에 성실히 임하는 것도 크리스천의 바람직한 모습이다. 물론 그런 상황이더라도 주일 새벽이나 밤에 드리는 예배에 참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야유회나 단합대회 같은 경우는 고유 업무가 아니니 조정을 시도해 보거나 여의치 않으면 거부할 수 있다. 그 때에도 정중하게 자신의 신앙과 형편을 대화로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그런 선택의 순간마다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마 10:16)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

사례 #2. 모태 신앙으로 생활해 왔는데 백화점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유통과 판매 등의 업무가 적성에 맞아 일 자체는 만족스러운데 주일에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것이 큰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교회에서도 목사님이 회사를 그만 두고 주일성수하는 직장을 찾으라고 자주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저는 백화점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영혼을 구원하는 일도 중요한 선교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현대 사회 속에서 직업의 특성상 주일성수를 할 수 없는 직종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경찰관, 소방관, 군인 등의 공익 직종이 그렇고 서구에서는 백화점 판매업도 공익 속에 포함되는 추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직업적 성취도 이루고 선교적 사명도 다하기 위해서는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한다. 주일 새벽이나 아침에 교회 예배에 참여하고 선교지에 파송된다는 심정으로 출근하여 주님께 하듯이 일한다면(골 3:23) 주님이 어떻게 보실까. 주일 외에 대휴로 쉬는 날이 있을 터인데 그 날을 나름대로 자신만의 ‘주일’로 정하고 심신을 휴식하면서 경건하게 지키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래도 갈등이 계속된다면 주일을 지키는 유통업체로 전직을 모색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질문한 분의 생각대로 백화점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 대해 영적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바울이 고린도에서 일하면서 복음을 전할 때 환상 가운데 나타나신 주님이 이렇게 격려하셨다. “두려워하지 말며 잠잠하지 말고 말하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매 아무 사람도 너를 대적하여 해롭게 할 자가 없을 것이니 이는 이 성중에 내 백성이 많음이라 하시더라”(행 18:9-10). 주일에 문을 여는 우리의 일터에도 주님의 백성이 많이 있다!

사례 #3. 직장 생활을 하면 할수록 주일에 생기는 경조사가 많아집니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부조금만 인편에 전달했으나 이제는 관계를 고려할 때 꼭 참석해야 할 곳도 생깁니다. 이런 때 어떻게 해야 합니까?

믿지 않는 사람들이 크리스천들의 주일성수를 배려해 줄 리도 없고 주일에 생기는 경조사로 예배와 봉사를 포기할 수도 없으니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때 원만한 직장생활과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평소에 좋은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평소에도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데 경조사에도 참석하지 않으면 더욱 관계가 멀어질 수 있다. 그러나 평소에 좋은 대인관계를 가지고 있다면 주일에 생긴 경조사(특히 결혼식이 대부분이다) 때에 미리 찾아가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나중에 가면 핑계가 되지만 미리 가면 당사자에게 더욱 인상적으로 축하하는 것이 된다. 요즘 같이 바쁜 세상에 미리 가서 부조나 선물을 전하고 축하해주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러니 주일성수를 하면서 경조사를 챙기면 일거양득이다. 축하받는 사람은 멋진 방법으로 자신의 경사를 축하해주면서 주일 예배를 귀중히 여기는 멋진 크리스천의 인상을 강하게 받게 될 것이다.

사례 #4. 얼마 전 주일성수 문제로 사표를 냈습니다. 주일 아침에 부서 직원들의 등반대회가 있다고 하기에 부장님께 예배 때문에 빠진다고 하니 그러면 차라리 사표를 쓰라고 해서 홧김에 사표를 냈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평소에 직장 생활을 잘 하지 못한 후회가 생기기도 하고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선택에 대해서 한마디로 답하기는 무척이나 힘들다. 크리스천으로 살아가면서 때로 손해를 감수하면서 결단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결단은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믿음의 분량대로 지혜롭게 할 일이다(롬 12:3). 다니엘의 세 친구들이 보여준 “그리 아니하실지라도”의 믿음인 것이다(단 3:17-18). 믿음에 따른 결정이 잘못은 결코 아니다. 다만 예배와 회사의 일 사이에 갈등이 있을 때 지나치게 율법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전 7:16-18).

주일 예배를 위해 회사의 요구를 다하지 못할 때 일단 회사의 윗사람에게 겸손하게 죄송함을 표현하면 많은 경우에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화가 나도 참을 필요가 있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기도하면서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 있다. 감정적인 결정이 아니라 충분히 하나님의 뜻에 따르는 결단이라면 하나님이 기뻐하실 것이다.

이 외에도 주일성수에 관해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안식일은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니 이러므로 인자는 안식일에도 주인이니라”(막 2:27-28). 이 말씀은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주일성수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 돌려야 하는 진리를 포기하거나 변질시켜도 좋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다만 주일성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님의 관점으로 사람들의 영혼을 귀하게 생각하면서 결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자세를 가져야 교회와 성도들이 세상을 이겨낼 수 있는 선한 경쟁력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