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종상 목사 / 종암교회 담임

요즘 시대의 키워드는 ‘변화’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변화’에 대한 감각은 지식보다도 기술보다도 이념보다도 중요하다고 어떤 사회학자가 말했습니다. 이런 변화에 대한 감각을 쫓아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새로운 정보 습득 능력이 요구됩니다. 새로운 정보를 효과적으로 습득하지 못하면 빠른 변화의 흐름을 쫓아가기가 힘든 것입니다.

변화를 어떻게 수용하고 이에 어떻게 적응하느냐는 결과의 차이 뿐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까지 확대된다는 교훈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의 어윤대 총장은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두 가지 중요한 점을 교육 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학생들의 전공을 하나에 국한시키지 않고 둘이나 셋까지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발상입니다. 입학 때 전공을 정하고 들어오는 것보다 들어와서 일정 시간을 지낸 후에 자신의 재능에 따라 두어 분야의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변화무쌍한 시대에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전공 분야가 소멸되더라도 다른 쪽 전공으로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전공을 선택할 때는 유사 분야가 아니라 아예 계열을 뛰어넘는 다른 분야의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게 될 것입니다.

어 총장이 주장하는 또 하나의 교육 방향은 국문학을 제외한 모든 강의를 영어로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세계의 새로운 정보가 거의 영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영어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은 당연히 새로운 정보로부터 소외될 것이고 변화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프랑스인들이 소르본느대학에서부터 영어로 강의를 시작했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전통적으로 보수성이 강한 교회가 변화에 대해서는 가장 둔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대 교회가 갖는 취약성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용납되었다 하더라도 이후로는 죽고 사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심각성에 교회는 눈을 떠야 할 것입니다. 교회가 사라진 다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한 들 의미가 있겠습니까?

21세기의 Metha-Church가 추구하는 방향성의 핵심에는 ‘평신도 지도력’이 있습니다. 그 동안 교회는 소수의 교역자 지도력에 의해서 유지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다양성과 전문성과 변화에 적응하는 데는 소수의 교역자로서는 역부족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연히 다양하고 전문적이고 변화에 민감한 평신도 지도력이 합류되어야만 교회는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 나가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평신도 지도력이 교회를 위해 발휘되려면 지도력 자체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이 시대는 더 이상 직책에 의한 객관적 권위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현대 지도력의 핵심은 영향력과 존경심입니다.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존경을 받게 될 것이고, 바로 이 존경심이 지도력의 근거가 될 것입니다. 실로 이 시대의 교회는 영향력 있고 존경받으면서 변화하는 시대의 교회를 이끌어갈 많은 평신도 지도자들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로버트 K. 그린리프의 책 이 시사하는 의미는 크다고 하겠습니다. ‘서번트 리더십(종의 지도력)’이란 종이 주인을 섬기는 것처럼 리더십을 발휘하라는 의미입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막 9:35)”는 말씀에 근거한 것이지만, 21세기 리더십의 모델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100대 기업의 1/3 이상이 이것을 주요 경영철학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리 한국교회에 이런 ‘종의 지도력’을 가진 훌륭한 평신도 지도자들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나서 섬기는 본을 보이기를 기대합니다.

류종상 목사
서강대학교, 장신대 신대원(M.Div), 장신대 대학원(M.A. 기독교교육)
미국 매코믹 신학대학(D.Min 목회학)
영락교회 부목사
종암교회 담임목사(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