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원 / 미주중앙일보 기자
 

▲ 마펫선교사

사무엘 오스틴 마펫 선교사는 남가주 몬로비아 시의 한 주택 차고에서 1939년 숨을 거뒀다. 그나마 지인의 배려로 집 차고를 개조해 말년의 삶을 의탁했던 것이다. 오늘날 선교사 파송 세계 2위에 이른 복음의 강국 한국. 그 곳에 믿음의 씨를 뿌리고 자생의 뿌리를 내리는데 결정적으로 공헌한 위대한 선교사.

한국의 교회사를 이야기 할 때면 첫 장에서 마주칠 만큼 커다란 선교의 거목이 보낸 마지막 여정으로는 너무 쓸쓸한 길이었다.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한국 생각만 했어요. 일본의 압제로 고통당하는 한국 사람들을 위해 밤낮으로 기도하셨죠. 그리고 반드시 한국으로 돌아가 그 곳에 묻히겠다는 게 아버지의 마지막 소망이었습니다.”

산타바바라 인근에 생존해 있는 넷째 아들 하워드 마펫 박사는 눈시울을 붉히며 아버지의 유언을 전했었다. 지난 2004년 중앙일보를 통해 처음으로 마펫 선교사의 묘지와 행적이 세상에 보도됐던 때였다<2004년 11월26일자 참조>.

그리고 한 해 반이 흐른 20일 마펫 선교사가 최후의 순간까지 꿈에 그리던 소망이 이뤄지게 됐다. 이날 하워드 박사의 자택에서 멀지 않은 카펜테리아 공동묘지에서 마펫 선교사의 유해 이장 예배가 열렸다. 화장한 유해의 일부를 본국으로 가져가 장로교신학대 캠퍼스에 묻기 위해서다.

▲ 샌타바버러 인근의 묘소 앞에서 마펫 선교사의 4남 하워드 마펫 박사(왼쪽에서 3번째)가 한국의 지인들과 예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예배에는 마펫 선교사의 묘지를 발견하고 이장준비위원회 미주대표를 맡은 서정운 미주장신대 총장이 설교를 했다. 그리고 공동대표인 림형천 나성영락교회 담임목사와 장신대 동문들이 마펫 선교사 유족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본국에선 장신대 교회학 교수 김인수 목사와 역사신학 교수 박경수 목사가 유해를 이송하기 위해 참석했다. 장신대는 오는 5월9일 개교 105주년 기념일을 맞아 이상조 기념도서관 앞동산에 마련한 묘지에 그의 유해를 안장할 예정이다.

묘지 앞에는 사무엘 마펫 선교사의 반신상이 세워진다. 거기에는 ‘설립자이며 초대 교장인 마포삼열’이라는 한국 이름이 영어와 함께 새겨진다. 그리고 반신상 뒤에서 마펫 선교사는 부인 루시아 사모와 함께 나란히 안장된다. 일본의 탄압과 위협으로 가방 두 개만 들고 쫓겨 난지 67년 만의 일이다.

이 자리에는 역대 교단 총회장, 총학장, 동문들이 모두 모이고 마펫 선교사의 후손들이 남가주와 뉴욕에서 방문해 감격적인 순간을 지켜볼 예정이다. 마펫 선교사는 평양신학교를 세워 한국 최초의 목사들을 배출했다. 내년 100주년을 맞는 평양 부흥운동의 선도자 길선주 목사를 비롯해 이기풍, 방기창, 한석진 목사 등이 1회 졸업생이다.

▲ 1920년대 마펫 선교사가 평양의 사택에서 동료들과 함께 한 모습.

또 마펫 선교사는 숭실학교를 세우는 일에 동참하고 교장을 지내는 등 교계와 사회 안팎에서 한국의 미래 지도자를 키우는 일에 전념했다. 평양 외국인학교 옆에 자리 잡은 그의 한옥 집은 당시 동북아 선교사들의 중심 가교 역할을 했다. 3.1운동 때는 장로교 총회장을 맡아 독립운동을 지지하고 미국에 일본의 만행을 알리는 일에 앞장섰다.

이런 그의 복음전도와 한국민을 향한 열정은 자녀들에게도 그대로 전수됐다. 그의 셋째 아들 사무엘 휴 마펫 목사는 한국 선교사로 장신대에서 한국 학생들을 가르치며 학장을 역임했고 프린스턴 신학대학원 교수를 거쳐 지금은 석좌교수로 존경을 받고 있다. 또 넷째 하워드 마펫 박사는 의사로 평생 한국에서 의료 선교를 펼치며 대구 동산병원을 오늘의 모습으로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지난해 10월 프린스턴대학 캠퍼스를 방문했을 때 사무엘 휴 마펫 교수는 아버지의 유난한 한국 사랑을 회고했다.<2005년 10월7일자 참조>

“아버지는 한 번도 선교사가 되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어요. 아버지가 항상 한국을 편들고 힘을 다해 복음을 전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죠. 우리도 자연스레 대를 이어 한국 선교사가 된 겁니다.”

▲ 마펫선교사 이장 예배 후 찍은 사진. 맨 앞줄 왼쪽부터 마펫 선교사의 넷째 며느리 마가렛, 4남 하워드, 서정운 미주장신대총장, 림형천 나성영락교회 담임목사.

미국에서 이장을 준비한 림형천 목사는 이번 마펫 선교사 유해 이전이 한국교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고 말했다.

“100년 전 한국 복음화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선교사의 열정을 본받아 이제는 한국교회가 다른 민족과 국가에 공헌해야 할 차례입니다. 머나 먼 이국 땅에서 한국교회의 뿌리를 만나는 감동도 있습니다. 이민교회에 주어진 선교적 사명을 다시 배우게 됩니다.”

한편 장신대 김인수 교수는 “언더우드 선교사는 화란개혁교회 출신이었고 마펫 선교사가 한국에 온 사실상 첫 장로교 목사였다”고 밝히면서 한국 장로교의 정통성을 정립하며 복음주의 청교도적 신앙이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 마펫 선교사는 그리도 꿈꾸던 한국으로 돌아간다. 제자들은 그의 묘소를 둘러보며 세계 열방을 섬길 꿈을 가슴속에 새기고 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