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일 / 직장사역연구소 부소장

미국에서 열린 직장사역 컨퍼런스에서 강의를 하던 한 목사님이 자신의 교회를 홍보하는 동영상 자료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교회를 소개하는 첫 장면이 교회의 건물이나 주일 아침에 드리는 예배의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 교회의 교인들이 출근하는 장면으로 시작하여 일터에서 일하는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준 후 그들이 주일에는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린다는 것으로 마치는 교회 소개 영상이었다.

통상 교회 소개 영상이라고 하면 우리 교회에 어떤 부서가 있고 어떤 조직인지 소개하고 예배를 드리는 모습과 담임목사가 인사하는 것은 연상하는데 그런 것이 없었다. 세상 속에서 성도들이 드리는 삶의 예배를 잘 표현한 교회 홍보 자료였던 것이다. 예배에 대한 인식의 전환 혹은 확대가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교회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아마도 추상적인 대답을 할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교회가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 것이 더 적합하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다. 주일에는 틀림없이 교회당 안에 교회가 있어서 성도들이 모여 예배를 드린다. 그러나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교회가 어디에 있는가? 흩어진 성도들이 머물러 있는 곳이 바로 교회이다. 이 교회를 이름 붙여 ‘흩어진 교회’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면 세상에서 성도들은 무엇을 하는가? 바로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로 우리의 몸을 드리는 영적 예배가 바로 세상 속 크리스천의 삶이다(롬 12:1).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삶 속에서 드리는 예배의 비중을 결코 약화시키면 안 된다. 중요성을 따지는 것이야 무의미하지만 모인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와 비교하면 흩어진 교회에서 드리는 삶의 예배는 결코 무시할 수 없어 보일만큼 삶에 있어서 절대적이다. 주일에 예배를 잘 드리더라도 월요일부터 시작된 삶의 예배를 제대로 못 드려서 오늘 우리 사회를 복잡하고 어지럽히는 이원론적 크리스천들이 많은 것 아닌가.

이런 의미에서 직장에서 드리는 예배는 중요하다. 한국교회 선교 역사 120년이 지난 이 시점에 세계 교회에 자랑할 만한 한국교회의 특징으로 ‘새벽 기도’와 ‘직장 선교회’를 꼽곤 한다. 다른 나라에는 거의 없는 한국교회만의 특징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개별 직장에서 크리스천들이 모여서 ‘신우회’를 조직하여 예배드리는 모습은 특이하지 않을 수 없다. 일터에서 예배를 드린다고 하는 것은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같은 일을 하는 크리스천들의 직능별 모임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능할 뿐만 아니라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크리스천 직장인들이 모여서 드리는 예배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삶을 통한 예배이다. 우리의 직장사회에서 크리스천 직업인들에게 있어서 이 부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일단 많은 크리스천 직장인들은 일터에서 크리스천으로 드러내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잠수 크리스천’, ‘비밀 크리스천’으로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나 거래처 사람들에게 자신이 크리스천인 줄을 알리지 않는 것이다. 굳이 크리스천임을 드러내지도 않을 뿐더러 구별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사실 우리 사회와 같이 보수적이고 크리스천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독특한 문화가 있는 일터에서 크리스천임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드러내지 않으면 크리스천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크리스천임을 알려야 하는데 그렇다고 종교성을 드러내면 안 된다. 대표적이 모습으로 교회 용어와 교회 호칭을 자주 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물론 종교성을 완전히 감출 수는 없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크리스천다움을 드러내는 것이다. 지나치게 교회적인 이야기는 피하면서 자신의 삶 속에서 일어난 일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우리 크리스천들은 일터에서 착한 행실을 드러내는 빛된 삶을 살아야 한다(마 5:16). 자신의 업무에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탁월함을 인정받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성실함은 분명히 드러내면서 일해야 한다. 일터는 이익을 얻기 위한 집단이기에 그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면 직장인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일로 우리의 존재를 드러내어야 한다.

또한 일 그 자체뿐만 아니라 일상의 삶에서도 신실함을 드러내어야 한다. 종교성이 아닌 참된 영성은 신실성(integrity)이라는 단어로 표현될 수 있다. 크리스천의 정체성은 이런 신실성을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것도 바로 이런 삶 속의 신실함을 말씀하시는 것이다.

또한 직장에서 일을 할 때 윤리적인 결단을 해야 할 순간은 크리스천임을 드러내기 좋은 때이다. 때로 순교적 결단을 하고, 점진적 결단을 하면서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의 모습을 동료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래서 세상에서 크리스천들은 무엇을 하든지 그것을 주께 하듯 하면서 일의 예배를 드리고 있음을 사람들에게 입증시켜야 한다.

존 휴스턴 감독이 그의 작품 <천지창조>에서 아벨의 예배와 대비되는 가인의 예배를 묘사하였다. 그가 드린 제사의 문제점은 무엇이었는가? 자신이 농사지은 곡식을 제사드릴 바구니에 옮겨 담던 가인은 하늘을 한 번 힐끗 쳐다보더니 아깝기라도 하다는 듯 다시 몇 주먹의 곡식을 자신의 바구니로 옮겨온다. 휴스턴 감독은 ‘탐욕’이 바로 바람직한 예배를 드리지 못하게 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자본주의 시대, 물질만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적당한 교훈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일터에서 삶의 예배를 드릴 때 탐욕을 포기하고 하나님께만 온전하게 예배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