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근 목사 / 열린문교회, 전 안양대신대원 원장

샬롬! 온 세상이 따뜻한 봄기운으로 살아 있음을 느끼는 계절입니다. 봄나물과 봄 꽃, 그리고 생명 있는 것들은 연녹색 옷을 입고 사뿐히 다가오며 인사를 건네는 춤의 계절입니다. 교우들의 가정에도 생명과 사랑 그리고 부활로 다가오시는 주님을 만나는 기쁨이 충만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오늘은 월요일, 신학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날입니다. 오전 강의를 마치고 점심을 거르고 도서관에서 잠시 기도시간을 가진 후에 미우라 아야꼬의 <삶을 주시는 하나님>을 읽던 중 나의 영혼에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신앙이란 하나님 앞에서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문제 삼는 것이다"

항상 실수하면서도 고쳐지지 않는 것은 ‘나는 문제가 없다’ 는 게으르고 안일(安逸)한 생각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면 남을 깔보고 무시하는 실수를 범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어려운 일이 부딪히면 의례히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습성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오랜 세월 신앙으로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하나님 앞에서 철저하게 나 자신을 문제 삼으려고 하지 않는 게으름과 오만함에 대한 미우라 아야꼬의 이야기입니다. 그렇습니다. 신앙이란 철저하게 자신을 문제 삼는 것입니다. 또 문제 삼아야 합니다. 신앙은 타인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복음 10장30절-42절을 보면 마리아와 그녀의 자매 마르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마르다는 준비하는 일이 많아 분주하게 일을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마리아는 예수님 앞에 앉아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아마도 마르다는 동적인 여자였고 마리아는 정적인 여자였음에 틀림없습니다. 이 때, 마르다가 분주한 자신을 돕지 않는 마리아에 대해 불만을 품습니다. 동생이지만 얄미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리아는 예수님 앞에 앉아 말씀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두 사람사이에 약간의 불편한 감정이 흘렀던 것 같습니다. 형제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이러한 데가 있습니다. 자신의 일에 대해 누군가가 무관심할 때에 섭섭함이 있습니다. 또 알아달라는 욕구가 있습니다. 심지어 낯간지럽게 스스로를 알리기 위해 자신을 홍보하는 이도 있습니다. 마르다와 마리아, 두 사람의 내면의 문제가 무엇일까요? 분명 자신의 문제를 보고 다루는 데에 익숙하지 못했고 그러한 훈련이 안되었던 것 같습니다.

신앙은 하나님 앞에서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문제 삼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들이 알았더라면 예수님이 계신 자리에서 불편한 관계를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남을 탓하는 것만큼 비생산적이고 비합리적인 말은 없습니다. 세상에서 남을 탓하는 것만큼 보기 흉한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 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아프게 했습니까?

죤 G 밀러의 “바보들은 항상 남의 탓만 한다”는 말을 빌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신을 보는 냉철한 눈과 자신에 대한 철저한 비판만이 나와 내 주변을 아름답게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노래에 듀엣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 부르는 노래를 말하는데 화음을 맞추어 노래하는 것을 말합니다. 제가 대학에 들어가서 난생처음으로 선배와 함께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찬송을 부른 적이 있습니다. 선배는 베이스로, 저는 멜로디로, 그 날 저녁 저는 “사람의 소리도 어우러지면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구나”하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물론 저보다도 선배의 노래실력이 탁월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를 위한 선배의 배려는 지금도 제가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이기도 합니다.

혼자의 소리, 한껏 자기를 표현하고 멋을 낼 수 있는 소리입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자기만이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착각을 갖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마르다와 마리아, 각자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 두 사람을 듀엣으로 오늘의 무대에 데뷔시켜야 합니다. 듀엣은 분명한 자기의 소리를 내는 동시에 상대방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예술이며 연합과 일치입니다. 듀엣은 나를 알 수 있는 척도입니다. 듀엣의 깊은 뜻을 감지하는 교우들이 되기를!

홀로 그리고 솔로의 만끽보다는 나눔의 듀엣으로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기 원하는

박종근 목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