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환 목사 / 컴미션 대표
 

2004년 선교한국이 천안 대학에서 열렸다. 나는 여기서 강사로 참석한 영국사람 로버트 리브(Robert Reeve)선교사를 처음으로 만났다. 그리고 그와 불어권 아프리카를 향한 전략적 선교를 위해 실무 담화를 나누며 두 번째 만남의 기회도 가졌다. 마침 아직 출판하지 않은 그의 책을 미리 읽을 수 있는 기회도 주어져서 그에 대해 적은 지식도 갖고 있었다.

그는 월드 호라이즌스(World Horizens)라는 선교 단체에 속하여 불란서에서 사역하는 선교사였다. 월드 호라이즌스는 미전도종족 선교의 가장 일선에서 개척사역에 총력을 기울이는 선교단체이다. 아직 여러 면에서 미흡한 우리가 불어권 아프리카 지역 선교에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월드 호라이즌스와 어떻게 동역을 할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를 하면서 나는 그가 믿음의 거인임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언어 연수와 선교사 훈련을 위해 재정에 관계된 것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려고 할 때였다. 그는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 아! 예, 하지만… 돈은 우리의 필요를 아시는 하나님이 채워 주실텐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뜻이….” 나는 눈치를 채고 “ 그렇습니다. 당신 말이 옳습니다. 우리로서는 우선 기도의 제목으로도 필요하고… 그래서”라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그는 철저하게 Faith Mission을 하는 경건주의 선교사였다.

그는 영국에서 태어났고 아내는 스위스사람이었다. 두 분에게는 슬하에 두 자녀가 있는데 이 아이들은 불란서에서 태어나 영어를 할 줄 모른다. 그는 진정 영적으로 죽어버린 불란서를 사랑하여 스스로를 불란서 사람이라고 박장대소를 하며 말한다. 자신은 정말 행복한 선교사이며 영원히 불란서인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두 아이는 철저하게 불란서인으로 양육한다고 말했다. 많은 선교사가 이 분처럼 자기의 자녀들을 그 선교지의 사람으로 만들고 있을까? 머리가 수그러졌다. 누구에게나 겸손하게 대하는 태도와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믿음이 아름다웠다.

선교한국에서 강의한 내용을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는데 그는 말하기를 한 향유 옥합을 깨뜨려 주님의 발에 부은 성경의 이야기가 곧 선교의 이야기라고 하였다고 한다. 우리의 그릇이 깨어짐으로 선교지의 사람들이 복음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것이라고…. 내가 죽음으로 그리스도의 복음의 향기가 선교지에 퍼지는 것이라고…. 희생과 헌신이 없는 선교란 가능하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

그가 컴 미션 안내 팜플렛을 보았을 때, 거기에 기록된 ‘성육신 선교’라는 단어에 깊이 동감을 하였다고 말했다. 하나님의 나라를 사모하는 사람들이라면 국가와 인종을 뛰어넘어 함께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닌가 한다. 멋지게 헌신된 하나님의 사람을 만나는 것은 마치 하나님을 대면한 것과 같은 깊은 감격을 맛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