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갱신’ 이라는 말은 우리 귀에 너무나 익숙하다. 그리고 그런 것을 위해서 소위 패러다임의 변화를 많이 이야기했다. 심지어 변화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해서 아내를 빼고는 모두 바꾸어야 한다는 어느 기업가의 이야기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어쨌든 그동안 교회는 소위 문화, 변화라는 것에 의해서 많은 변화를 가져 왔다. 그래서 넥타이를 매지 않고 강단에 서야 신선함이 있고, 마이크를 잡고 왔다 갔다 하면서 예배를 인도를 해야 예배의 회복과 다이나믹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졌다.

이런 모든 것은 정형적 모습이든 자율적 모습이든 우리의 하나님 나라 사역에 부정, 긍정의 모습을 역력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서 교회는 성장신드롬에 빠져 외형위주의 성장으로 물량의 마술에 빠지게 되었고 정말 예수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하는 것은 외면된 적도 많이 있었다. 하나님의 교회는 성장해야 되고 확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일방적 성장이나 확장이 아니라 정말 씨를 잘 뿌려서 그것이 잘 자라는 성장, 뿌리가 잘 내리는 성장, 그것이 지속되는 성장, 그리고 거룩함과 깨끗함을 갖는 성장이어야만 한다. 과연 우리의 성장이 그런 온전한 모습의 성장이었는가?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교회의 갱신, 종교개혁이라는 것이 어떤 패러다임이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하고 그리고 그 길에 서서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개혁이며 갱신의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입장에서 우리의 패러다임은 중세 로마교회로부터 새로움을 시작한 교회 개혁자에게서 찾아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것이다. 어쩌면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내가 새 계명을 주겠다”고 하실 때 과연 제자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들은 모세를 통해서 주어진 십계명 외에 어떤 다른 계명이 주어지는가를 기대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주님은 “너희는 서로 사랑하라”고 하시면서 새 계명을 주셨다. 바로 그것이다. 우리의 개혁 패러다임은 어떤 특별한 프로그램, 이벤트가 아니다. 아주 간단하다. 명료하다. 새로운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주님께로부터 주어진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오직 믿음’이다. 이 믿음은 하나님을 바로 아는 믿음이며, 성령의 감동으로 고백된 믿음이다. 하나님의 구원, 사랑, 섭리, 부활을 믿는 믿음이다. 하나님의 구원을 믿지 않는 것은 믿음이 아니다. 복음에 나타난 하나님의 의를 통해 구원 얻는 믿음, 죄인이 의인되는 믿음이다. 세상적 만사형통, 성공이 믿음이 아니다.
오늘 교회는 한 사람의 성도가 남는다 할지라도, 한 사람의 영혼을 구원하는 모습으로 이 믿음에 굳게 서도록 해야 진정한 갱신, 개혁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또한 ‘오직 성경’이다. 말씀이다. 정말 말씀인가? 떡인가? 우리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말씀의 능력보다는 말씀을 통해서 떡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그런 모습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소위 이단·사이비는 성경 말씀을 가지고 성도들을 미혹한다. 교회보다 더 열정 있는 제자훈련, 말씀훈련을 하고 있다. 성경을 철저하게 외우게 하고 있다.

오늘 우리는 보혈의 복음보다는 윤리적이고, 재담적이고, 감성적인 말씀선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를 온전케 하는 것인가 보다는 그야말로 귀를 즐겁게 하는 설교를 좋아하고 있지는 않은가? 말씀의 선포보다 우리는 설교를 더 좋아하고 있다. 그 말이 그 말 같지만, 오늘 교회는 설교하려고 하지 말고 복음을 선포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교회개혁, 인간구원의 기본적 패러다임이다.

결국은 ‘오직 은총(은혜)’이다. 믿음과 말씀으로 사는 삶이 무엇인가? 은혜이다. 우리의 모든 것은 하나님의 은총이다. 교회는 은총이며, 신학도 은총이며, 구원도 은총이다. 이 하나님의 불가항력적 은총, 거절할 수 없는 은총,  그것 때문에 오늘 내가 여기 있다고 하는 감격이야말로 모든 성도들의 본연의 모습이며 겸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은총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며, 사람을 섬기며 자기공로를 만들지도 않고 내세우지도 않는다. 하나님의 사람들이 진정으로 이 세상과의 관계에서 개혁적인 삶을 살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은 바로 이 패러다임으로 가능한 것이다.

생각해 보라! 중세 철벽같은 로마교회의 교권과 문예부흥으로 만연된 인간중심의 물결 속에서 ‘오직 믿음! 오직 말씀! 오직 은총’을 부르짖었던 개혁자들을! 그들의 손에 돈이 있었는가? 권력이 있었는가? 명예가 있었는가? 그야말로 오직 믿음, 오직 성경, 오직 은총만이 있었을 뿐이다. 우리는 이 패러다임을 훼손시키지 말자. 우리는 이 본질적 패러다임을 회복시킴으로 다시 한 번 이 땅에 진정한 하나님 나라의 소망이 있게 하자.

교회를 개척해 교회를 이루고 발전하는 목회를 하는 어느 목회자의 고백이다.
“나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이라면 교단도, 교회도, 전통도 다 버릴 각오가 되어있다.”
바울은 유대교의 모든 것을 버렸다. 루터는 로마교회의 모든 것을 버렸다.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 오직 믿음, 오직 말씀, 오직 은총이라고 하는 것으로 교회를 새롭게 하기 위한 소명에 대한 헌신 때문이다. 이것은 지금의 교단이나 교회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목회자들이여, 성도들이여, 교회갱신에 용기를 갖자. 바울, 루터, 칼빈과 같은 용기를 갖자. 그 용기, 그 능력은 바로 오직 믿음, 오직 말씀, 오직 은총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