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훈 교수 /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몰트만의 삼위일체론적 단일성 개념에 대한 상반된 평가들

이와 같은 몰트만의 삼위일체론에 대하여 비판하는 이들은 몰트만의 “개방적 단일성(open unity)” 혹은 “페리코레시스적 단일성(perichoretic unity)”은 삼위 하나님의 존재론적 단일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단지 임의적인 도덕적 단일성의 특징을 지니고 있을 뿐더러, 결국 삼신론의 오류에 빠져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오돈넬(John O’Donnell)에 따르면, 몰트만의 연합성의 개념과 같은 공동체적 단일성으로 하나님의 단일성을 설명하는 시도는 “하나님의 본질의 단일성을 파괴할 위험성”을 야기시킨다. 오돈넬은 “삼신론이라는 이단에 빠지지 않은 채 공동체의 모델을 삼위일체 신학에 통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오돈넬은, 몰트만이 페리코레시스의 개념을 몰트만 자신의 삼위일체적 단일성에 적용하고 있지만, 그의 페리코레시스의 개념은 하나님의 단일본질을 정당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낱 도덕적 연합(moral union)에 불과하다고 결론을 짓는다.

한편 오돈넬의 비판과는 정반대로, 모로니(Stephen K. Moroney)는 몰트만이야말로 페리코레시스의 고전적 교리를 삼위일체론의 이해에 적용함으로써 양태론과 삼신론이라는 서로 상반된 두 가지 오류를 극복한 삼위일체론을 제시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를 한다.
믹스(M. Douglas Meeks) 또한 이르기를, 몰트만은 갑바도시안 교부들의 페리코레시스 교리를 창조적으로 이용하여, 자신의 삼위일체 신학의 방법과 양식의 본질로 삼고 있다고 하였다.

 몰트만이 자신의 신학의 모든 결정적 접점에서 연합, 공동체, 교통, 일치, 상응성, 상호적 교류 및 침투, 내주, 그리고 중재 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바로 페리코레시스 교리에 대한 충실한 반영이라고 믹스는 평가를 한다. 이들이 보는 견지에서는, 몰트만의 페리코레시스적 단일성은 단순한 도덕적 혹은 의도적 단일성(moral or intentional unity)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초월하며, 세 위격들이 서로 깊이 영원한 교통을 나누는 단일성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비록 몰트만이 전통적으로 신학이 강조하여 왔던 하나님의 본질의 단일성이나 현대 신학의 단일주체의 단일성을 거부하였다하더라도, 몰트만이 삼위일체 하나님의 존재론적 단일성을 부정하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그리쉠(John L. Gresham)은 주장한다.
즉, 몰트만은 아들 하나님과 성령 하나님이 아버지 하나님으로부터 나오심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런 맥락에서 세 위격들의 존재론적 단일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  이다.

몰트만에게 있어서의 삼위일체 하나님의 존재론적 단일성

앞서 살펴본 몰트만에 대한 상반된 평가는 몰트만이 삼위일체 하나님의 존재론적 단일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해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몰트만이 삼위일체 하나님의 존재론적 단일성을 부정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할 만한 근거로는 두 가지 점들이 관찰이 된다. 하나는 세 위격들의 존재론적 상호 관계에 관한 것으로, 아버지 하나님이 다른 두 위격들에 대하여 단일군주적인 기원(the monarchial origin)이시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세 위격들이 신성에 관하여 공통본질을 지니고 계시다는 점 이다.

몰트만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구성과 관련하여 이르기를, 아버지 하나님에게로부터 아들 하나님과 성령 하나님이 나오시는 것이므로 아버지 하나님이 하나님의 출처이며 기원이라고 하였다. 물론 여기서 다른 두 위격들의 군주론적 기원으로서의 아버지 하나님에 대한 몰트만의 이해는 삼위일체의 단일성이 군주론적 단일신론에 의해서 대표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논문의 앞에서 이미 밝힌 바와 같이, 몰트만은 단일절대주체로서의 단일성의 개념을 단호히 배척한다. 따라서 몰트만이 아버지 하나님을 다른 두 위격의 군주론적 기원으로 언급을 하는 것은 삼위일체 하나님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 지를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다시 말해, 하나님의 기원이 아들 하나님이나 성령 하나님으로부터가 아니라 아버지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임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이 된다.

이러한 몰트만의 해석으로부터 볼 때, 몰트만에게 있어서 궁극적 원리(ultimate principle)는 단지 하나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고전적으로 아버지 하나님의 군주론적 단일성의 개념은 궁극적 원리의 복수성이라는 개념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삼신론이란 궁극적 원리의 복수성(the plurality of ultimate principles)을 의미한다고 할 때, 몰트만에 대한 삼신론의 비판은 타당성을 잃는다고 말할 수 있다. 더욱이 몰트만이 신성(divinity)에 있어서 세 위격들 서로간에 아무런 차이가 없음을 반복하여 강조하고 있으며, 그러한 세 위격들 사이의 신성의 공통본질(consubstantiality among the three divine Persons)이 아들 하나님과 성령 하나님에 대한 아버지 하나님의 군주론적 단일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음은 몰트만의 삼위일체론이 삼위일체 하나님의 존재론적 단일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을 더하여 준다.

몰트만이 삼위일체에 있어서 아버지 하나님의 군주론적 단일성(the monarchial unity of the Father)을 인정하고 있고, 또 이로부터 세 위격의 신성의 공통본질(the consubstantiality of the divine Persons)을 강조하고 있으며, 세 위격의 연합적 단일성(united unity) 혹은 페리코레시스 단일성(perichoretic unity)을 주장하고 있다는 지금까지의 관찰은 몰트만의 삼위일체론을 삼신론이라고 비판하는 모든 시도들이 정당성을 가지고 있지 못함을 말하여 주는 듯하다.
페리코레시스 교리에 대한 몰트만의 이해와 교부들의 이해의 상이성

그러나 몰트만의 삼위일체론이 지니고 있는 문제는 페리코레시스 교리가 신적 본질의 동일성(the homogeneity of one divine substance)이라는 개념과 대립이 된다는 그의 확신으로부터 드러난다. 앞에서 이미 살펴 본 바와 같이, 몰트만의 연합성의 단일성, 혹은 페리코레시스 단일성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세 위격들은 결코 단지 존재양식의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것이 아니고, 인격적으로 서로 다르다는 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몰트만에게 있어서, “연합성”이란 개념은 오직 인격들 상호 간에 가능한 것이지, 한 주체의 여러 존재양식들 사이에는 가능할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님을 하나의 초월적 단일본질로서 이해하는 맥락에서의 신적 본질의 동일성의 개념, 곧 니케아신경의 “동일본질(homoousios)”과도 같은 개념은 세 위격들의 인격적 차이를 바르게 설명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몰트만은 페리코레시스 교리를 신적 본질의 동일성의 개념과 상호 모순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몰트만의 이와 같은 이해는 교부들에게 있어서는 생소한 주장이다. 왜냐하면 페리코레시스 교리를 가르쳤던 초대 교부들에게 있어서는 페리코레시스의 교리가 삼위일체 세 위격들의 동일본질의 교리에 의해서 지지를 받고 또 이를 확정하는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즉 페리코레시스 교리와 세 위격들의 동일본질 교리는 상호 의존적 관계성을 지니는 것으로 이해되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씨릴(Cyril of Alexandria)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세 위격들이 그들의 상호 관계성에 따라서는 구별이 되지만 본질에서 있어서는 완전히 동일하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하여, 기독론으로부터 페리코레시스의 교리를 차용하였다. 씨릴은, “위격들은 본질에 있어서 동일하며 단지 그들의 기원의 관계성에서만 다르며… 혼동됨(confusion)이나 나뉨(division)이 없이, 서로들 안에 상호내주(coinherence)한다”고 함으로써, 삼위일체 하나님이 세 위격들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격들의 본질이 동일한 하나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위격들의 상호교류 및 내주의 교리를 제시하였던 것이다.

씨릴에 이어서, 다마스커스(John Damascus)는 삼위일체 하나님이 어떻게 세 위격들로 계시면서 신적 단일성을 가지고 계시는가에 대한 대답을 두 가지로 제시하였다.
그 중의 하나는 세 위격들의 본질의 동일성 교리이며, 다른 하나는 페리코레시스 교리였다. 즉, 초대 교부들에게 있어서 페리코레시스 교리는 세 위격들의 동일본질(homoousios)의 교리와 불가분의 관계였던 것이다.
이러한 고대 교부들의 이해는 삼위일체의 단일성과 복수성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개념으로서 중세신학에서도 분명한 줄기로 이어졌다.

아퀴나스에게 있어서, 세 위격들이 서로를 포괄하며, 서로 안에 내주, 침입 그리고 교통하는 페리코레시스의 관계는 무엇보다도 그들의 신적 본질이 오직 하나라는 사실과, 그들의 존재의 기원 양식과 이에 따른 그들 사이의 내재적 관계성을 인하여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결과로 설명이 된다. 이러한 이해는 중세의 동방신학에서도 분명히 확인이 된다.

고대 교부들과 중세신학자들의 관찰을 기초로 생각할 때, 한 마디로 말해서, 페리코레시스 교리는 삼위일체 하나님에게 있어서의 하나님의 단일성을 표현하거나 반영하는 것으로서 세 위격들의 동일본질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