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만 집사 / 대림악기 교회음향담당이사 . 상지대·원주대 강사

며칠 전 나이가 예순이 훨씬 넘은 장로님께서 전화를 통해 음향 장비와 관련하여 이것저것 꼼꼼하게 물으셨다. 내용인즉 교회에서 찬양하는 청년들이 PA 장비를 사달라고 하는데, 그게 지금 교회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굳이 바꿔야 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그리고 찬양을 하려면 꼭 그런 제품들이 필요한 것인지, 무슨 자세한 설명도 없이 무조건 사달라고만 하니 답답하기도 해서 전화를 했노라고 말씀하셨다.

나 역시 교회음향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글을 쓰지만 장로님의 생각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이 있다. 우선 찬양을 주도해 가는 젊은이들이 제품 구입에서부터 활용에 이르기까지 나이 드신 분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설명과 재정의 어려움 등 교회를 배려하는 면에 있어서 수용력이 떨어진다는 것과 구입 후 제대로 된 기기의 활용과 분실방지 및 관리 면에서 만족할 만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들 수가 있다.

어쨌든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보면 대화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을 볼 수 있다.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진, 제품구입에 대한 보고서 하나쯤은 작성 제출하는 것이 그분들을 위한 배려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것이 제품 구입보다 우선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10년 전만 해도 PA 시스템이란 말 듣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가끔 지방의 공설 운동장이라든가, 아니면 학교 운동장에서 선거 유세가 있을 때, 대형 확성기를 통해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를 듣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던 것이 십여 년 전 미국에서 유행되었던, 대형화된 ‘사탄적’ 성향의 대규모 음악집회에 대응하기 위하여 역시 대형화된 교회 음악의 한 장르가 모 교회의 찬양사역자들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면서 PA시스템이란 말이 우리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PA는 음악이나 음향을 직업으로 하지 않는 일반인들에게까지 보급된 단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음악을 좋아하는 교회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어제 콘서트에 사용된 PA가 엉망이었다느니 또는 PA시스템을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했다느니 하는 등 일상대화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보통 우리가 말하는 PA는 콘서트의 무대 옆에 산처럼 쌓여 있는 스피커, 객석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믹서, 무대 위 마이크 스탠드에 꽂혀 있는 수많은 마이크 정도를 말한다.

그러나 PA의 원래 뜻은 영어의 ‘public address’의 약자로 직역하면 대중 확성, 다시 말해 많은 사람들이 듣기 위해 고안된 고성능의 확성기기라고 말하면 될 것 같다. 이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PA에 대한 고정관념 즉 음악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을 향해 확성하는 것이 PA라고 할 수 있는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선거운동의 선전 자동차나 학교의 체육대회 등에서 볼 수 있는 손잡이 메가폰형의 스피커를 포함한 모든 것이 PA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대중확성이었던 PA가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그 의미가 전문화되고 확대되어 오늘날에는 위에서 언급한 모든 것이 수용되는 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며 수준 높은 음악을 위해 양적인 것뿐만 아니라 질적 차이에 있어서도 그 격을 달리하는 만큼 구입의 여부를 떠나 PA시스템에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

하지만 교회의 규모나 재정의 여유 정도에 맞는 제품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좋은 장비를 선호하기 보다는 제품의 관리와 활용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수 천 만원의 장비를 갖춰 놓고도 값싼 장비만큼도 사용하지 못하는 교회도 있고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장비를 갖고도 은혜로움과 감동을 연출하는 교회도 있다. 장비의 양과 질 그리고 구입 여부를 얘기하기 전에, 교회가 가지고 고민과 계획에 먼저 관심을 갖고, 대화하는 성숙된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