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성령 하나님이 아버지 하나님 그리고 아들 하나님과 본질상 같다고 주장하는 몰트만의 견해는 언뜻 보기에 니케아신경의 ‘동일본질(homoousios)’이 의미하는 바와 비교하여 별 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몰트만은 니케아신경의 ‘동일본질’의 개념을 단일신론(monotheism)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양태론적 해석의 경향성을 지니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몰트만은 다른 곳에서 삼위 하나님의 단일성을 신적 본질의 동일성(the homogeneity of the divine substance)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신적 본질의 동일성(homogeneity)은 자신이 아닌 다른 어떤 것과 교통할 수 있거나 그것을 향해 열려져 있는 것으로 생각될 수는 거의 없다. 왜냐하면, 만일 그러하다면 그것은 더 이상 동일한 것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나의 절대 주체의 동일함(sameness)과 일치성(identity)은 또한 자신이 아닌 다른 어떤 것을 향해 열려져 있기는커녕, 그것들과 교통을 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만일 그러하다면 비일치성(non-identity)과 차이(difference)라는 것이 그것(절대주체)에 부과되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일성의 개념들은 - 단자론적인 개념과도 같이 - 배타적이며(exclusive), 포괄적이지(inclusive) 않다. 만일 우리가 삼위 하나님 - 곧 자신을 다른 두 위격의 하나님과 연합하는 하나님-에 대한 성경적 증언에 따라 단일성의 개념을 찾고자 한다면, 우리는 하나의 본질이라든가 하나의 주체라는 개념들을 버려야 한다.

위의 인용 구절은 몰트만이 삼위 하나님의 본질이 하나라는 것으로부터 하나님의 단일성을 설명하려는 시도에 대해 분명히 반대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몰트만은 한 편으로는 삼위 하나님 사이의 신적 본질의 공통성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단 하나의 신적 본질(the one divine substance)이라는 의미에서 삼위 하나님의 단일성을 설명하려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다시 말해, 몰트만은, 삼위 하나님의 본질의 공통성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러한 본질의 공통성이 의미하는 바가 삼위 하나님의 본질의 단일성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신적 본질은 하나일 뿐이라는 측면에서 삼위 하나님의 단일성을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는, 성경상의 증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는 삼위 하나님의 단일성의 이해에 비추어 볼 때, 잘못된 것이라고 몰트만은 주장하는 것이다.

몰트만은, 성경의 증거에 충실히 따를 때, 삼위 하나님의 단일성은 각 위격의 ‘동일성(sameness)’이나 ‘일치성(identity)’에서가 아니라, ‘연합성(unitedness)’이나 ‘함께 하나됨(at-oneness)’에서 찾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몰트만이 이러한 ‘연합성’ 혹은 ‘함께 하나됨’의 단일성이란 말로 의도하고자 하는 개념은 서로를 향해 열려져 있으며 교통할 수 있는 단일성을 의미한다. 몰트만은, 이러한 단일성의 개념은, 성경에 비추어 볼 때, 필연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삼위 하나님의 위격들이 서로 구별되는 차이점을 지니고 있음을 반영하는 단일성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몰트만의 생각에, 삼위 하나님의 차이가 단순한 존재 양식의 차이가 아니라, 위격들 혹은 주체들의 차이라면, 이러한 차이를 반영하는 단일성이란, ‘동일성’이나 ‘일치성’이 아니라, ‘연합성’ 혹은 ‘함께 하나됨’의 단일성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합성의 단일성은 서로를 향해 열려 있으며, 서로를 불러내어 통합을 이루어 가는 단일성이며, 상호간의 교통이 이루어지는 단일성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삼위 하나님은 위격적으로 서로 다른 세 주체들이시다라는 판단으로 인하여 몰트만은  삼위 하나님의 단일성의 개념이 ‘단일본질(the one substance)’이나 ‘단일절대주체(the one absolute subject)’일 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몰트만의 생각에, ‘단일본질’이나 ‘단일절대주체’의 개념은 위격적으로 서로 구별되는 세 주체들로서의 삼위 하나님의 고백과 충돌이 되기 때문이다. 

세 위격의 세 위격적 본질들
‘연합성’, 혹은 ‘함께 하나됨’이라는 개념에 근거하여 삼위 하나님의 단일성을 설명하는 몰트만은 사실상 삼위 하나님의 본질은 하나가 아니라 셋인 것으로 이해를 한다. 즉 몰트만의 생각에 따르면, 삼위 하나님은 모두가 공통된 본질을 지니고 있다 할지라도, 각 위격은 다른 두 위격들과의 상호 관계성 안에서 서로 구별되는 독특한 본질들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삼위의 위격들은 독특하기 때문에, 그들이 공통의 본질에 대해서 갖는 관계성만으로는 그들을 정의할 수 없다. 공통의 신적 본질이라는 점과 관련하여 결코 남에게 양도할 수 없는 개별적인 존재임을 나타내주는 위격성은 또 다른 한 편으로는 다른 위격들과 관련하여 관계의 특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세 위격들은 신적 본질을 공통으로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특별하며 개별적인 본질은 서로에 대한 관계 안에서 결정이 된다.

신적 본질의 측면에서 아버지 하나님은 ‘개별 실체(individua substantia)’로 일컬어지지만, 아들 하나님과의 측면에서는 ‘아버지 하나님’으로 일컬어진다. 이러한 신분은 아들 하나님과 성령 하나님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세 위격들은 서로의 관계에 있어서 아버지 하나님, 아들 하나님, 성령 하나님으로 그들의 개별적이며 독특한 본질들 안에서 존재하며, 그들의 관계성 안에서 결정이 된다.
이러한 관계성 안에서 그들은 위격들인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 위격의 존재됨이란 ‘관계성 안에서의 존재함’을 의미한다.

몰트만에게 있어서, 삼위 하나님이 공통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공통본질은 각 위격의 하나님이 공통적으로 하나님으로서의 인격성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반면에, 각 위격의 하나님을 다른 두 위격들로부터 구별하여 주는 각 위격의 독특성은 각 위격의 하나님이 다른 두 위격들에게는 없는 자기만의 특수한 본질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각 위격 하나님은 신적 본질과 관련하여 서로 동등한 하나님으로서 인격적 존재이시며, 이러한 각 위격의 인격성은 다른 두 위격들과의 관계성 안에서 자신의 독특성을 지닌다. 이것은 세 위격들은 관계성의 맥락 안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각 위격의 독특한 인격성은 각 위격이 다른 두 위격들과는 서로 다른 특별하며, 개별적인 본질들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몰트만은 이해한다.

이런 맥락에서, 몰트만은 한편으로는 세 위격들이 ‘단일한 공통본질’을 가지고 있음을 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삼위의 각 위격이 ‘서로 구별이 되는 독특한 본질’을 가지고 있음으로 삼위 하나님에게 ‘세 본질들’이 있음을 주장한다.
그러나 몰트만은 세 위격들의 ‘세 본질들’에 대한 자신의 주장이 삼위 하나님의 ‘단일한 공통본질’에 대한 자신의 또 다른 주장과 어떠한 모순을 일으킨다고 생각지 않는다.

 왜냐하면 몰트만에게 있어서 ‘단일한 신적 본질의 공통성’이란, ‘단일본질(the one substance)’이나 ‘단일절대주체(the one absolute subject)’의 개념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으로, 삼위의 각 위격이 모두 인격성을 가지고 있으며 신성에 있어서 서로 동등한 분들이라는 것을 의미할 따름이기 때문이다.
삼위의 동등한 신성을 의미하는 ‘공통본질’의 개념은 세 위격들의 개별적이며 독특한 세 본질들이라는 개념과 아무런 충돌을 일으키지 않으며, 이러한 개념들에 따라 삼위일체론을 이해할 때에라야 성경의 증언에 어긋나지 않게 된다고 몰트만은 주장을 한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연합적 단일성과 페리코레시스(perichoresis)
몰트만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삼위 하나님의 단일성, 곧 ‘연합성’ 혹은 ‘함께 하나됨’의 개념이 결코 새로운 것만은 아님을 강조한다. 그는, 고전적 교리 가운데 ‘페리코레시스(perichoresis)’의 개념을 지목하면서, 이 교리는 바로 삼위 하나님의 단일성에 대한 자기 자신의 이해가 정당한 것임을 지지하여 준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한걸음 더 나아가 몰트만은 하나님의 단일성을 ‘연합성’ 혹은 ‘함께 하나됨’으로 이해하는 자신의 주장을 ‘페리코레시스적 단일성(perichoretic unity)’으로 일컬으며, 삼위일체론에서의 ‘하나이심(oneness)’의 단일성과 ‘셋이심(threeness)’의 복수성의 문제에 대한 나름의 주장을 전개한다.

이와 같은 단일성의 페리코레시스적인 형태(perichoretic form)가 삼위일체 하나님의 삼위일체론적 단일성의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개념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개념에 의할 때에, ‘셋이심’과 ‘하나이심’이 서로 어느 하나에게로 환원되지 않는 방식으로 통합을 이루게 되며, 그 결과 양태론의 위험성과 ‘삼신론’의 위험성  둘 모두가 배제될 수가 있게 된다.

이러한 이해에 비추어, 삼위일체론의 단일성의 개념은 신적 본질의 동일성(homogeneity)이나 단일절대주체의 개념 안에서 추구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페리코레시스적 단일성(perichoretic unity)의 개념에 따라 이해되어져야 한다고 몰트만은 주장을 한다.
‘셋이심’과 ‘하나이심’의 문제와는 별도로, 몰트만이 삼위 하나님의 페리코레시스적 단일성을 가장 삼위일체론적인 것으로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페리코레시스의 교리가 서로에 대하여 ‘개방적이며(open),’ 서로를 ‘부르며(inviting),’ 서로를 ‘통합한다(integrating)’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는 데에 있다.

몰트만의 이해 안에서 볼 때, 삼위일체의 단일성은 결코 각 위격의 위격적 차이를 가리우거나 훼손시키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삼위일체의 단일성은 세 위격들이 서로 안에 내주하며 교통하며 심지어 사람들과 세상에 대해서조차도 개방되어 있는 ‘연합성,’ 혹은 ‘함께 하나됨’의 단일성이다.

그러나 삼위일체는 이처럼 개방적임에도 결코 부족하거나 불완전하지 않으며, 피조물들에게 그들의 삶을 위한 삶의 공간과 그들 자신의 자유로운 개진을 위한 영역을 제공하여 주는 사랑이 차고 넘친다. 몰트만의 자신의 이러한 이해에 따른 삼위일체의 단일성을 ‘연합성’의 단일성, ‘함께 하나됨’의 단일성, ‘개방적이며, 서로를 부르며, 통합하는’ 단일성 등으로 일컬으며, 이 모든 것을 망라하는 통합적 개념으로서 ‘페리코레시스의 단일성’으로 요약한다.

김병훈 교수 /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