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목사 / 변화교회

“향연이 성도의 기도와 함께 천사의 손으로부터 하나님 앞으로 올라가는지라”(계 8:4).
비행기가 공항 상공에 다다랐다. 사람들은 마음으로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안전벨트를 잠그고 젖혀진 의자를 바로 해달라는 방송이 나왔다. 비행기가 다시 상승했다. 그러기를 몇 번, 사람들은 영문을 모르는 불안한 표정이 되었다. 방송이 비행기 안의 불안한 공기와 웅성거림을 갈랐다.

“비행기 바퀴가 빠지질 않아 착륙이 지연되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부인을 지그시 바라보며 키스를 나누는 부부가 있었다. 편지를 급히 쓰는 사람이 있었다. 비명을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욕을 해대는 사람도 있었다. 후회하는 사람도 있었다. 식은땀만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눈을 감고 기도하는 사람도 있었다.
비행기는 비행기 바퀴가 어렵사리 나와 공항 활주로를 미끄러지듯 내려와 착륙에 성공했다. 사태가 진정이 되자 많은 사람들은 다시는 싼 비행기를 타지 말아야지 하는 모래 씹은 표정을 지었다.

신학교 7년을 다니는 동안 교회에서, 성경에서, 신자의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되는 기도의 속성과 방법을 딱 이러니저러니 하고 배우거나 훈련을 받은 기억이 잘 나지를 않는다.
70년대 사당동 총신 채플실 호롱불이 뜨거운 공기를 밝히고 있었다. 신앙수련회 강사 목사의 번들거리는 머리가 반짝거렸다. 두루마기 걸친 팔은 자연스럽게 물결쳤고 입은 느리지만 힘이 있게 달싹거렸다. 예배실을 가득 메운 신학생들은 모기가 물어뜯고 나방이들이 시야를 어지럽혔지만 마음은 말씀과 깨달음과 감동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호야불의 심지가 낮아졌다. 강사의 두루마리 색으로 변한 예배실은 가난이 짓누르고 있는 신학생들의 통성기도로 채워졌다.
살면서 그 때 그 어두움 속에서 침을 튀기고 온몸을 흔들고, 두 팔이 허공을 휘저으며 부르짖던 것들이 다 이루어져 가는 것을 체험할 때 세상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그 때 그 시절의 추레한 신학생들은 교회에서, 신학교에서, 선교현지에서 세계적인 지도자들로 변했다.

이제 일주일에 두어 번만 가도 되던 교회를 매일 새벽기도하고 출근해야하는 때가 도적같이 임한 것이다. 고민스러웠다. 이런저런 신학과목을 수박 겉핥듯이 두루 섭렵했지만 교회에서 어떻게 할지를 배운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종의 기도가 아닌 고민도 어여삐 여기셨던지 여전히 덜 다듬어진 신출내기 전도사를 능력 있는 기도의 종으로 인도해줄 모세가 지팡이가 아닌 성경책과 찬송가를 가슴에 꽉 끼고 나타났다.

그 선배님의 새벽기도에 대한 한 수 가르침으로 아무 두려움 없이 새벽기도하는 교회 전임전도사로 부임할 수 있었다.
선배님은 선지자처럼 고백하지도 않았는데 내 고민을 족집게처럼 집어 말씀하셨다.
“자네 이제 전임전도사가 될텐데 새벽기도를 매일 나가야 될 것 아닌가?”
“네, 나가야 되겠죠.”

“그러면 자네가 새벽기도회를 참석하든 인도하든 교인보다 먼저 엉덩이를 들면 안 되네.”  그 가르침은 계시처럼 내 뇌리에 박히고 체화되었다.
그렇다. 새벽기도건 철야기도건 무슨 기도건 고민할 게 없었다. 기도를 어떻게 하든 형식과 시간이 평신도보다 길면 하나님이 아닌 월급 주는 사람들 보기에 괜찮으면 되는 것이었다.
부임한 신출내기는 인도자가 되든 참석자가 되든 눈을 뜨고 기도하는 교인이 남아있나 안 남아있나를 확인함으로 최소한의 의무인 밥값은 하는 교역자로 인정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