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하 목사 / 아현감리교회

마틴 부버라는 사람은 유태인으로 물질문명에 깊이 젖어 있는 현대 사회에 적잖은 충격과 도전을 준 사람이다. 그는 그의 책 <나와 너>에서 ‘태초에 관계가 있었다’라고 말하면서 인간관계를 두 가지로 분류했다. 하나는 ‘나와 너’라는 것, 다른 하나는 ‘나와 그것’의 관계이다. ‘나와 너’의 관계는 ‘내가 귀하면 너도 귀하다’ 라는 것을 알게 되므로 서로를 존중해 주는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 피조물된 인간은 누구든지 하나님의 창조를 받았기 때문에,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생물도, 흙과 바다도, 해와 달… 자연 모두 역시 하나님의 통치를 받기 때문에 모두 영향을 서로 주고받으며 살아가게 되어 있다. 이것은 마치 연못 한 구석에 돌을 던지면 그 파장이 호수 전체에 미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내가 누구 한 사람을 미워하면 이것은 나와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나지 않게 된다. 온 가족과 이웃과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내가 누군가 한 사람을 사랑하면 그것은 두 사람만의 천국이 아니라 내 가정과 사회와 엄청나게 많은 이웃에게 그 사랑의 파장이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어떤 형태로든지 ‘나’와 ‘너’와의 관계 없이는 살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든 관계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왜 그럴까?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인간관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 인생의 모습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가장 귀한 선물이 있다면 우리 인간을 만드실 때 당신의 형상대로 만드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마음속에 영이신 자신의 형상을 만들어 주셨다. 성경은 ‘하나님은 사랑이라’(요일 4:16)고 기록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사랑하신 것처럼 그 사랑의 형상을 우리 가운데 주셨다는 말씀이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만드실 때 ‘당신의 형상대로 만드셨다’는 성경의 말씀은 살아 계신 하나님의 뜨겁고 풍성한 사랑의 마음을 우리에게도 주셨다는 것이다.

그러나 풍성한 인간성을 가지고 고상하게 앉아서 수양이나 하며 살아가는 것을 보시려고 하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이 허락하신 풍성한 사랑의 마음을 모든 착한 일에 넘치도록 활용하며 살기를 원하고 계시는 것이다.

내 목회의 삶 속에서, 보이지 않는 멘토의 역할을 감당했던 것이 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온유함’이다. ‘온유’란 부드러운 마음을 말한다.
인간은 결코 사무적이며 기계적인 관계로만은 살아 갈 수 없다. 인간의 마음 속에는 뜨거운 피가 있기 때문이고, 또 인간이 사랑의 관계 속에서 살도록 지음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쉽게 분을 내지 않고 지내도록 항상 기도한다. 모든 것을 참고 모든 것을 견디며 좀더 이해하며 포용하는 부드러운 마음을 지니려고 노력한다.

예수님은 “마음이 온유한 사람이 복이 있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이라고 하셨다.
주위를 돌아보면 부드럽고 온유한 사람에게 친구가 있고 이웃이 있는 것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사람은 똑똑하지만 관계성이 결여되어 곁에 있던 좋은 친구들도 잃게 되는 경우도 발견하게 된다. 같은 재능, 같은 기술,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어느 공동체에서나 원하는 사람은 온유한 성품을 가진 사람이다.

왜그럴까? 그것은 이웃과 원만한 신뢰의 관계를 이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유한 마음이 있는 그곳에 훈훈한 인간관계가 형성되며 건강한 신뢰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온유한 마음이 있는 그곳에는 늘 풍성한 삶을 나눌 수 있는 관계성 회복이 이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라는 책이 있다. 제목이 말하듯이 칭찬은 고래마저도 춤추게 할 수 있다.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이루려면 다른 사람에 대해서 장점, 그리고 성공하는 모습들을 칭찬해 주는 긍정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사람에게는 장, 단점이 누구에게나 있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단점도 있다. 아름다운 신뢰관계를 위해서는 그 사람이 장점이 무엇이며, 좋은 점이 무엇인지를 볼 줄 아는 긍정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장점을 보며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아름다운 신뢰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온유함’ 과 타인을 끝없이 사랑하고 신뢰할 수 있는 ‘칭찬하는 마음’이 이 땅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삶에 멘토로 자리 잡게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