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한국 기독교 역사에 있어서 건전한 신학교육을 수반하지 못한 선교정책은 교역자나 신도들을 결국 지성적인 이해가 결여된 감정적인 신자들이 되게 했다.”

서울신학대학교 강근환 명예교수는 <기독교사상> 6월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선교(복음전파) 이후 개심자들의 수는 증가하였지만 질적인 면으로 신앙에 대한 확신도는 수적 증가율에 비해 미진하였다”고 분석했다. ‘한국교회 신앙 유형의 뿌리와 현주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강 교수는 신학교육이 신앙유형 형성에 중추적인 몫을 감당했음을 지적하고 나아가 초기 신학교육의 소홀로 인해 신사참배, 해방, 5·16 군사 쿠테타 등 삶을 뒤흔들었던 문제들을 대처할 신학적 준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즉 이러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신학적 능력을 갖춘 지도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이러한 결과를 낳은 직접적인 요인이 한국에 복음을 전파한 선교사들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선교사들은 대부분 강한 보수주의자들이거나 근본주의자였기에 당시 이들로부터 시행된 신학교육이 객관적인 비판성이 전혀 없이 특정 근본 교리를 전수시키는 정도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그러한 결과로 해방 후 갑자기 닥친 혼란 상태에 직면하자 지도력의 결핍과 상황에 따라 대처할 만한 신학성의 부족으로 한국교회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대처할 수 없었다는 것이 강 교수의 견해다.

특히 그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로 선교사들이 한국이나 일본과 관련된 정치에 관해 중립적인 태도를 표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한국 교인들로 하여금 독립운동으로부터 멀어지게 했고, 한국교회의 비정치화를 고착시키는 원인이 됐다”고 꼬집었다. 결국 교인들의 관심은 개인주의적인 것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고 현실적인 관심으로는 자기가 속한 개체 교회에 관한 것뿐이었다는 것이다. 내세에서 얻게 될 신비한 자기만의 영광에 도취되어 역사적인 현실 문제로부터는 멀리 격리되어 갔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선교사들에 의해 시작된 신학교육은 수준 높은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한국교회의 건전한 지도력 결여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강 교수는 풀이했다.

“보수주의적인 신학교육을 통해 이를 고스란히 전수받아 오늘의 한국교회의 모습을 구형하는 역할을 했다. 즉, 소극적 성향의 한국교회 신앙 양태 형성 또한 여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강 교수는 “다행스럽게도 1960년대 이후 신학교육의 주도권이 한국교회에 넘어오면서 한국인 신학자들의 자체 신학 시도의 몸부림이 일어났다”고 지적한 뒤 “이로 인해 인권 및 민주화운동이라는 사회참여적 신앙 양태가 한국교회 일각에서 나타나게 된 사실은 한국교회사에서 주목할 일”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