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인근 목사/ 수유리성결교회

교회력으로는 곧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준비하며 기다리는 대강절이 시작됩니다. 주님의 더 높으신 모습을 뵈려고, 주님의 더 깊으신 내면을 체험하려고, 주님의 더 온전하신 모습에 다가가 바다보다도 더 깊고 넓은 주님, 하늘보다도 더 높으신 주님을 만나 그런 주님 모시고 새해를 시작하려고 주님을 기다림으로 한 해는 열리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예수님 제자들을 체포하려고 다메섹으로 가다가 제자가 아닌 주님을 만나지요.

그는 주님을 만남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생애에 종지부를 찍고 전혀 새로운 삶을 열게 됩니다. 주님을 만나는 일은 이렇게 삶에 혁명을 가져오는 놀라운 사건이었던 것입니다. 아니, 이미 주님을 만난 사람들은 새롭게 주님을 만나야 합니다. 사도 베드로와 주님과의 첫 만남은 갈릴리 바다에서였지요. 고기 한 마리 못 잡고 밤새 시달리기만 하다가 주님의 코치를 받고 엄청난 고기를 잡게 되자 그는 배를 버려두고 주님을 좇았습니다.

그런 그가 가이사랴 빌립보에서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으로 주님을 새롭게 만나게 되지요.
주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자 좌절감에 빠져 방구석에 처박혀 있다가 여인들의 말을 듣고 무덤에 달려가 부활하신 주님을 뵙고 충격을 받습니다. 그후 마가 요한의 다락방에서 다시 성령 안에서 주님을 만난 그는 마침내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하는 위대한 수제자가 됩니다. 주님을 새롭게 만날 때마다 그는 달라졌습니다. 그는 변화되었고 그의 구원은 온전해졌으며 더욱 위대한 제자로 성숙해 갔습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한때 서울에서 장기 공연되었던 사무엘 베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의 한 장면이 떠오르곤 합니다.
허허 벌판, 무대 위에는 이파리마저 다 벗어 던진 나무 한 그루가 덜렁 서 있는데, 언제 올지도 모르는 고도를 기다리는 초라한 몰골의 사나이들이 거기 마냥 서 있는 것이지요. 좀 막연해 보이던 그 장면이 불쑥불쑥 머리를 들고 일어서곤 하는 것이지요.

기다림이 성경의 주제다 그러기도 하고 인생과 역사의 존재양식이다 그러기도 합니다마는 기다림 속에 소망이 있고, 기다림 속에 꿈이 있으며, 기다림 속에 인생과 역사의 목표가 들어있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싶습니다.
구약시대 사람들의 삶의 내용과 성격을 규정한 것이 다름 아닌 그들이 기다린 메시야의 내용이었고, 기독교인들의 삶의 내용 또한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다시 오실 메시야의 내용이니 하는 말입니다.

부자 되는 날을 기다리는 사람은 그 기다림 때문에 오늘 열심히 돈을 모으는 삶을 살게 마련이고, 챔피언이 되는 날을 기다리는 권투 선수는 오늘 열심히 스파링을 하게 마련이며, 도를 깨치려는 사람은 열심히 수도를 하게 마련이듯이, 기다림 속에 인생과 역사의 목표가 들어 있고, 기다림의 내용이 삶의 내용을 결정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러한 이치로 하여 이 모든 기다림의 정상에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기다림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창조주 하나님이시므로 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것은 곧 하나님을 기다리는 것이기에, 예수 기다림은 기다림의 정상이며 기다림의 알파와 오메가가 된다는 말이지요. 또한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기다림은 모든 기다림의 종합인 것입니다. 그분 속에 가장 낮은 차원의 구원으로부터 시작하여 가장 높은 차원의 영적 완성까지 다 들어 있으니까요.

어떤 예수님을 기다리고 계십니까? 그 예수님이 우리의 삶의 목표를 결정하고 삶의 내용을 결정하는 것인데 도대체 우리는 어떤 예수님을 기다리고 있는 거냐는 말입니다.
대강절은 해마다 찾아옵니다. 작년에도 대강절은 있었고 내년에도 있을 것입니다. 해마다 맞이하는 대강절이지만 베드로처럼 주님을 새롭게 만나지 못하면 아무 뜻도 없는 것입니다.

더 온전한 모습의 주님을 만나기 위하여 성실한 자세로 마음의 첩경을 고르게 하고 기도하며 준비하여 금년에는 꼭 주님과의 새로운 만남이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