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경 / 힐 커뮤니케이션 전속작가

나에게는 두 분의 젊은 스승이 계시다. 내 나이 22, 23살 무렵 처음 뵈었고, 나에게 큰 전기를 마련해 주셨던 분들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 두 분. 이젠 서로 먼 곳에서 각각의 일로 분주하게 사느라 자주 연락하고 만나지는 못하지만 지금도 만나면 언제나 내게 싱싱한 자극을 주시는 분들이다.

그 중 한 분은 내게 오랜 기간 제자훈련을 해 주셨던 김명철 목사님(현 광천교회 부목사), 또 한 분은 지금 내가 다니는 교회의 부목사님으로 계셨던 이홍규 목사님(현 유신교회 담임목사)이시다.

먼저 김명철 목사님과의 만남
어린 시절부터 열심히 교회 다니면서 아는 척 잘난 척하며 지내던 대학 시절, 놀라운 하나님의 간섭이 내 인생에 시작되었다.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고 떠난 MT를 계기로 ‘거짓말쯤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저급한 양심의 사람’이라는 통렬한 자각을 주심으로 내 인생에 구체적으로 들어오셨던 하나님은 나를 위한 또 하나의 계획을 준비하고 계셨는데, 그것은 바로 성경공부였다.

그 무렵 나보다 고작 세 살 많은 김명철 전도사님을 만나게 되었다. 고교시절 학교 교육문제를 비판하고 자퇴를 한 뒤 검정고시를 보아 신학대에 갔다는 부담스러운 이력과 달리, 소탈하고 속정도 많고 시시한 농담도 잘 하는 장난꾸러기 교회 선배 같은 분이었다. 친구 따라 별 생각 없이 그분께 배우기 시작한 성경공부는 그로부터 장장 7년 동안이나 이어졌다. 그분은 전혀 나이의 권위, 교역자로서의 권위를 주장하지 않았으나 말씀의 권위 하나만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분이었다.

자기 속의 신앙적 고민, 목회의 고민들을 평신도인 우리에게 놀랄 만큼 솔직하게 드러내시고, 또한 그만큼 노력하며 고민하며 성장을 추구하는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내게 계속적인 자극이 되었다.

내가 교회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할 때 명쾌하게 성경적인 방향을 제시해 주셨고, 내가 세상의 영광을 추구하며 극도로 교만하고 건조해졌을 때 우려의 눈빛으로 내 질주를 멈추게 해 주신 분. 하도 잡다한 신앙 서적을 많이 읽어 무질서하게 정리된 지식으로 성경공부 때마다 엉뚱한 소리를 해 대던 나를 보면서 타박하지 않고 여유로운 웃음으로 받아넘기셨던 목사님은 요즈음도 날 보시면 “어유, 그 엉뚱한 소리 작작 해대던 김수경이…! 많이 컸네!” 하며 껄껄 웃으시곤 한다. 그분에게서 성경을 배우는 동안 나는 성경적 세계관으로 세상과 삶을 재해석하는 방법을 배웠고, 예수님의 탁월한 비유와 상징의 기술, 사유의 깊이를 내 글쓰기에 활용하는 방법까지도 터득했다. 베풀기, 대접하기를 즐기셨던 그분의 담백한 애정을 받으면서 그렇게 나의 청년기는 특별한 성장을 거듭했던 것이다.

또 한 분의 스승 이홍규 목사님과의 만남
원래 다니던 교회를 떠나 부광교회로 옮겨서 청년부에 정착했던 22살 무렵에 우리교회의 교육 파트와 청년부를 맡고 계셨던 목사님이셨다.
중학 시절 남들이 칭찬하는 준수한 외모에 내면의 추악함이 감춰지는 것이 혐오스러워 스스로 얼굴을 쥐어뜯고 싶었다는 고백을 하실 만큼 정직한 양심의 소유자이셨던 이홍규 목사님은 탁월한 설교가이며 비저너리(visionary)셨다. 교회 안의 많은 청년들 가운데서도 특별히 나의 재능과 가능성을 눈여겨 봐 주신 그분은 나로 하여금 끊임없이 어떤 일에 도전하도록 자극을 주셨다.

신학생도 아닌 나에게 청년부 ‘침묵 금식수련회’의 내용기획과 총연출을 전폭적으로 맡기시고는 당신은 전혀 관여하지 않으신 채 나 혼자 끝까지 완수하도록 밀어주셨던 일은 지금 생각해 봐도 정말 대단한 신뢰였다.

그 외에도 무수한 교회와 청년부 행사에 나를 참여시키며 일꾼으로 훈련시키시던 목사님은 어느 날 내게 청년부 주보에 매주 한 컷 만평을 실어보라는 특별한 주문을 하셨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질 사이도 없이 “네!” 대답해 버린 나는 그로부터 52주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주보에 신앙 만평을 게재하였다. 그것을 모아 펴낸 나의 첫 책이 바로 그 이듬해 베스트셀러가 된 <하나님은 사랑에 눈이 멀었다>였다.

결국 내가 작가가 되도록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 주신 분이 이홍규 목사님이셨던 것이다. 그분의 인정, 신뢰, 베풀어 주신 다각도의 훈련이 지금의 나를 프로페셔널로 키워 주었음이 분명하다.

김명철 목사님과 이홍규 목사님. 두 분은 지금도 열심히 목회현장에서 뛰고 계신다. 지금도 여전히 제2의 김수경에게 성경을 가르치면서 하나님의 세계관을 심어주고 계시며, 교회 안의 숨겨진 보물들을 발굴하며 그들의 가능성이 미래의 현실이 되도록 거름을 주면서 그렇게 멋지게 살고들 계시다. 내 인생에 그분들이 계셨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고 또한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