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수 장로 / 토기장이 출판사 대표 (2)

제가 평소에 늘 책을 통해 존경해 오던 대천덕(R.A.Torry) 신부님을 만난 것은 1999년 봄 예수원에서입니다. 4월이었지만 강원도 태백산 골짜기의 예수원에는 한겨울처럼 흰눈이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믿음의 주요 또 온전케 하시는 이(The pioneer and perfecter of our faith)인 예수를 바라보자”(히브리서 12:2).

저는 예수원에서 찻잔을 앞에 두고 몇 시간 동안 신부님과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축복을 누렸습니다. 신부님은 지금까지 살아 온 삶을 뒤돌아보면서 이 구절이 특별히 마음에 와 닿는다고 하셨습니다. 즉 우리가 하나님의 능력을 힘입을 수 있다는 것과 때때로 우리 인생이 힘겨울 때도 있지만 예수님은 부활의 능력으로 우리가 시작한 것을 끝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이라는 말씀이라고 해석해주셨습니다. ‘온전케 하시는 이’(perfecter)라는 말에는 ‘끝내게 하시는 이’(finisher)라는 뜻뿐만 아니라 ‘완성케 하시는 이’(completer)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고 자상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날도 신부님은 빨간 티셔츠에 십자가 목걸이를 목에 걸고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내내 함박웃음을 웃으시며 밝은 얼굴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예수원을 찾을 무렵, 한 가지 결정을 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물론 도서출판 토기장이를 통해 유익한 신앙서적을 발간하여 문서선교에 일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늘 기독서적 발간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서출판 토기장이 이외에 오래 전부터 제 마음속에 ‘꿈을 잃고 좌절 속에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잡지를 통해 희망을 주고 싶다는 열망’이 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20세기가 지나기 전에 정리를 하고 새 천년 시작과 함께 구체적으로 시작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저는 신부님께 제 모든 상황과 비전 등을 상세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분은 진지하게 저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시더니 “지금 우리나라(한국)에 꼭 필요한 일입니다”라며 사도행전 17장 22~31절을 찾아주시면서 “이 말씀을 배경으로 믿는 사람뿐만 아니라 안 믿는 사람들도 상대로 모든 동포에게 전하는 잡지를 만드시오!”라고 명쾌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위의 성경구절은 바울이 당시 학문과 철학의 도시 아테네에서 일반인들에게 하나님, 천지창조, 인간의 존재, 예수 그리스도와 구원 등에 대하여 연설하는 내용입니다. 저는 그날 신부님과의 대화와 그 성경 말씀을 통해 수 년 동안 내 마음속에 끊임없이 일어났던 ‘문서 매체’에의 열망이 하나님이 제게 주신 비전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 어떤 잡지를 만들어야 할 것인지 개념을 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의 역사를 꿰뚫는 통찰력과 깊은 영성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1999년 그 해 예수원에서 대천덕 신부님을 만난 후, 1년여 동안 그 말씀을 붙잡고 준비하여 2000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희망과 용기를 주는 작은 잡지 <편지>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비록 작은 잡지이지만 독자들의 다양한 피드백을 통해 이 <편지> 사역이 진정 하나님이 주신 비전이었음을 거듭거듭 확인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천덕 신부님을 뵙던 그날 그 순간이 계속 뇌리 속에 떠오릅니다. 단 한번의 만남이었지만 그 후로 제 신앙생활과 문서선교사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지금까지 <편지>를 만들 때마다 대천덕 신부님이 몹시 그리워지곤 합니다.

이렇게 단 한 번의 만남도 평생 동안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단 한 번 어느 잡지 기사를 읽고도 예수님을 영접할 수도 있다고 믿기에 저는 오늘도 크리스천이든 넌크리스천이든 누구나 읽으며 위로를 받고 예수님을 영접할 수 있는 <편지>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