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목회는 경북 상주에 있는 무릉교회라는 작은 농촌교회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상주읍교회를 시무하시던 류시홍 목사님께서 당신 곁에 목회를 배우게 하기 위하여 나를 부르신 것이었다. 목사님은 나에게 교인이 10명이 있는 교회라고 소개하셨지만 실제 교인은 7명뿐인 작은 교회 이었다. 나중에 류 목사님을 만나서 교인이 7명뿐이라고 말씀 드렸더니 목사님은 교인 7명에 성부 ·성자·성령께서도 계시니 모두 10명이 아니냐고 농담하셨던 일을 기억한다.

나 역시 교인은 적어도 성부·성자·성령이 계시는 교회라면 할만하다는 생각으로 정말로 열심히 목회를 했다. 전화는 물론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함창읍내에서도 20여 리 떨어진 그야말로 오지의 작은 교회였다. 교통수단은 아침저녁 하루 두 번 학생들 통학을 위해 들어오는 버스가 전부였고 나에게 있어서는 자전거가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이었다.

나의 목회는 결혼 7일 만인 새색시 젊은 사모와 함께 동네에서의 교회 이미지 개선을 우선으로 하여 목회를 시작하였다. ‘줄판’을 긁어서 수작업으로 동네 신문(소식지)을 만들어 돌리고, 청년들을 모아 연극단을 만들고 청소년들을 모아 축구팀을 만들고 동네 발전을 위한 토론회를 하는 등 이 교회에서 나의 목회는 온 동네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목회였다.

나의 무릉교회에서의 첫 목회는 특별한 하나님의 은혜와 함께 전적으로 당시 무릉국민학교(초등학교) 교감이셨던 안성근 교감님의 공(功)이었다. 50세가 넘은 어른이셨던 안 교감님은 30세의 초보 전도사를 하나님을 섬기듯 섬기며 나의 첫 목회의 조력자가 되어 주셨다.
동네의 길흉사(吉凶事)에 참석할 때마다 온 동네 사람들 앞에 나를 세워주셨고, 학교 교사들, 청소년들을 묶어 내 목회 대상으로 만들어 주셔서 그 첫 목회가 내 목회 여정에서 가장 행복한 목회,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해 주셨다.

내가 그 교회를 떠나고 그 어른은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가셨기에 그 뒤로 한 번도 뵐 수 없었고 지금쯤은 고인이 되셨으리라 생각되지만 천국에 가서라도 뵙고 싶은 어른 중에 한 분이시다. 
그 뒤 나는 영주 용상교회로 옮겨 목회하는 중에 장신대를 졸업했고 친구의 소개로 충북 음성의 맹동교회에서 잠시 목회를 하면서 교회를 건축하는 경험을 했고, 하나님께서는 김장석 목사님을 통하여 나를 자양교회로 부르셨다.

자양교회는 전도사인 나를 불러서 목사가 되게 하고 목회에 대한 기본적 바탕을 세워준 교회였다. 특히 김장석 목사님의 목회자로서 교인을 사랑하고 부목사들을 포용하시는 넓은 목회적 인격에 감동한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한 노력으로 부목사의 일을 감당하였다. 나는 자양교회에서 김 목사님과 장로님들 그리고 교우들의 도움으로 대학원(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전공)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자양교회는 시골뜨기인 내가 서울목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참고 기다리고 세워준 교회였다. 

그 뒤 나는 인천 청신제일교회에서 담임목회를 하다가 당시 총회 전도부 총무로 계시던 은사이신 류시홍 목사의 부름으로 총회 전도부 국제선교담당간사로 교단 행정사역 경험을 가졌다.
나의 목회 중에 또 한 번 찾아온 축복은 김형태 목사님의 부름을 받아 연동교회 부목사가 된 것이었다. 내가 자양교회 부목사로 시무할 때 바로 이 연동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었다. 서울 노회가 연동교회서 열린 때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목사 안수를 받았던 그 감격의 강단에 다시 서는 영광을 받은 것이었다. 김 목사님께서는 총회전도부 국제선교 간사로 사역하던 나를 부목사로 불러 주셨고 목회 사역의 상당 부분을 전폭적으로 위임해 주셨다. 당시 교단 총회장이셨던 김 목사님은 교회의 행정적 전결권을 나에게 맡기시고 그 숱한 외국 출타 때마다 나에게 주일예배 설교를 맡기셨고, 은퇴 시에는 대리당회장으로 세워 주셔서 대 교회의 목회사역 전부를 경험하게 해 주셨다.

또한 어린 부목사에게 전통 있는 큰 교회를 맡기시고 전폭적으로 나를 지지해 주어서 목회사역을 감당하게 하셨던 당시 연동교회 장로님들의 넓은 아량을 나는 감사함으로 기억한다. 대리당회장권을 위임 받은 후 첫 번 가졌던 특별새벽기도회의 감격을 나는 기억한다. 연동교회 전통에도 맞지 않는 다소 엉뚱한 철없는 젊은 부목사의 제안을 믿어주고 선뜻 응해 주셨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던 장로님들, 젊은 목사의 사기를 꺾지 않으려고 참석하여 성황을 이뤄 주었던 연동교회의 아름다운 협력을 감사한다. 그것이 바로 연동교회의 저력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연동교회는 누가 목회를 해도 잘 할 수 있는 교회였다. 그만큼 성숙한 교회라는 의미이다. 연동교회는 신앙적 유산과 아름다운 전통을 가지고 있으면서 끊임없이 개혁함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교회였기에 나에게 있어서 참으로 중요한 목회적 경험이었다. 김 목사님은 나로 하여금 한국교회와 함께 세계교회를 바라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갖게 해 주셨고, 교회가 어떻게 시대정신을 이끌어 가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셨고, 사회 선교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와 방법들을 모범으로 보여 주셨다.

사실 내가 오늘 우리 신양교회를 무리 없이 목회할 수 있는 균형 감각은 이때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김형태 목사님의 은퇴 후 잠시 연동교회를 이끌 수 있는 특권을 허락 받았던 나는 자랑스러운 이 신양교회로 부름 받았고 14년간을 목회하는 과분한 은혜를 누리고 있다.
나는 참으로 자랑스러운 신앙의 유산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머님 고 박귀돌 권사의 헌신적인 신앙의 유산, 좋은 스승을 만나고 하나님의 말씀을 집중적으로 공부한 경안성서학원의 경험들. 한신대에서 개방적인 신학훈련과 장신대에서의 신실한 목회훈련, 그리고 김기수 목사님의 목회 안내와, 류시홍 목사님의 신학적 안내와 교단 행정 경험,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시대정신의 향도로서의 목회자의 삶을 보여 주신 김형태 목사님의 목회지도는 목회자로서의 나의 삶에 참으로 소중한 유산이며 축복이었다.
그리고 Morningcome Land Church의 비전을 가지고 사람을 살리고 세우기 위해 협력하는 우리 신양교회의 목회자로 섬길 수 있음을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