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희 목사  /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둥교회
지난 2004년 12월 26일에 발생한 리히터 규모 9.0의 인도네시아 강진과 이로 인해 발생한 쯔나미라고 이름 붙여진 시속 700Km의 해일 피해가 급속하게 늘고 있다. 지금까지 보도된 바에 의하면 아시아(스리랑카, 인도네시아, 태국, 인도,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몰디브, 한국, 일본, 중국, 홍콩, 이스라엘, 이란, 미얀마, 네팔, 베트남), 유럽(스웨덴, 독일, 영국, 노르웨인, 덴마크, 프랑스, 핀란드, 오스트리아, 벨기에, 보스니아,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포루투갈, 러시아, 폴란드, 스위스), 미주(미국, 캐나다, 페루), 오세아니아(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아프리카(남아프리카 공화국, 소말리아, 탄자니아, 케냐) 전역에 분포된 국가의 국민들이 피해를 당했다.

한국도 이 재난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한국인은 31일 현재 사망 8명, 실종 8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희생자의 수는 점차 늘어날 지도 모른다. 585명의 한국인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12월 31일 현재 이번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가 12만 5천명을 넘어섰으며, 수십만 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만약 전염병이 창궐하면 피해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가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드러지 리포트가 30일 말레이시아의 베르나마 통신을 인용 보도한 것을 인용한 바에 의하면, 인도네시아 아체주(州)에서만 40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번 재난의 피해자들은 해당 지역 주민들과 여행객들이다. 여행객들은 푸켓 및 안다만 지역에서 성탄절 휴가 중 피해를 입었다. 재난을 당한 동-서남아시아의 주요 휴양지들은 12∼1월중 유럽과 아시아 북부의 관광객들이 겨울을 피해 주로 찾는 곳으로, 기독교 성인 관련 축일이 많은 12월 초부터 크리스마스까지 대거 3, 4주씩 장기 해외 휴가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 지역 숙박업소들은 올 연말 휴가 기간까지 빈 객실이 없을 정도로 성수기를 누렸다고 한다.

스웨덴 관광부는 사고 당시 2만∼3만 명의 자국민이 태국의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고 밝혔으며, 유럽 각국 정부와 여행사 등에 따르면 영국인 1만여 명, 덴마크 6천여 명, 프랑스 이탈리아 5천여 명, 독일 4천여 명, 스위스 3천여 명 등이 현지에 있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의 분석에 의하면 외국인 실종자 수는 스웨덴 1천500여 명, 노르웨이 700∼800명, 뉴질랜드 300명, 덴마크와 체코 각 200명 이상, 독일과 이탈리아 각 100명, 이스라엘 188명 등 3천명을 훌쩍 넘어섰다. CNN은 미국인 100여 명도 이 사태로 실종상태라고 보도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외국인들의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이 엄청난 사건 앞에서 성서의 경고를 생각한다. 이런 엄청난 사건을 두고, 죽어간 이들이 죄가 있어서 혹은 그들이 우상에 젖은 자들이어서 심판을 당하였다고 말할 어리석은 자들은 없을 것이다. 다만 나는 이 사건이 마지막 날의 징조로 생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믿는다. 성서가 그것을 증언하고 있다.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겠고 곳곳에 지진이 있으며 기근이 있으리니 이는 재난의 시작이니라”(막 13:8). “난리와 소요의 소문을 들을 때에 두려워하지 말라 이 일이 먼저 있어야 하되 끝은 곧 되지 아니하리라. 또 이르시되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겠고 곳곳에 큰 지진과 기근과 전염병이 있겠고 또 무서운 일과 하늘로부터 큰 징조들이 있으리라”(눅 21:9~11).

동서고금을 통하여 이렇게 광범위한 나라에서 한 사건으로 동시에 재난을 겪은 적은 없었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정황에서 한 민족이 혹은 두서너 민족이 대량으로 죽임을 당한 경우는 많다. 그러나 이는 인위적인 사건이다. 또한 한 지역에서 지진 등의 자연 재해로 큰 피해를 입은 경우도 있다. 최근 이란에서 일어났던 지진이 그런 예이다. 그러나 그 사건은 이란이라는 단일 국가에서 일어났으며 이란인들만이 피해를 입은 재난이었다. 그러나 근자에 겪고 있는 재난은 전 세계 5대양 6대륙의 나라들을 망라한 사건이다. 실제로 국가 연합에 가입된 191개 국가 중 약 1/5에 해당하는 42개 국가의 국민들이 피해를 입은 셈이다.

며칠 전 만난 나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파키스탄 출신 신학생은 내게 말했다. “나는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에 그 날이 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다. 주님이 경고하신 그 날에 우리는 1/5이 아닌 5/5가 이러한 사건을 겪게 될 것이다. 지금 5/5는 이 사건을 보고, 듣고 있다. 지금 겪고 있지 않지만 그 날에는 모두가 겪게 될 것이다. 그 사건의 전조가 오늘의 이 재난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 급박한 주님의 때를 가늠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임을 확인하는 마음은 참으로 두렵고 떨리기만 한다. 실로암 망대의 무너짐이 하나님의 경고 사인이었듯이 오늘의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다가온 경고이다. 하나님의 심판 앞에서 그 누가 숨을 수 있으랴? 그 날을 위하여 우리는 하나님의 자비하심을 구할 뿐이다.
<이 글은 박찬희 목사가 2004년 12월 31일 뉴스앤조이(http://www.newsnjoy.co.kr)에 올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