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의 신앙이 묵인되는 즈음에 어머님은 어린 나를 새벽이고 밤이고 언제나 데리고 다니셨고 나는 어린이 예배와 어른 예배 등 모든 예배에 참석을 하여 주일이면 몇 번의 예배를 드리는 어린시절을 보냈다. 아마 산길을 다니시는 적적함 때문이기도 했고 목사가 되기를 기대하는 어머님의 염원 때문이기도 했으리라.

나는 늘 지루하게 이어지는 나와 내 동생이 목사가 되기를 원하는 어머님의 기도 소리를 들으며 기도가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다 기도하는 어머님 곁에 잠들어 버리기가 일쑤였지만 거의 모든 새벽 나는 어머님과 동행을 했다.

나는 어느 겨울 아침 새벽 기도회를 마치고 돌아오다 보았던 참으로 아름다운 아침 햇빛을 기억한다. 산언덕 넘어 찬란히 떠오르는 눈부신 아침 햇빛이 어린 나에게 주었던 그 감동은 지금까지 내 삶에 강한 힘을 부어 주고 있다.

사실 나는 어릴 적부터 나는 자라면 목사가 된다는 것을 숙명처럼 받아드렸고 목사가 되기로 태어난 사람으로 생각하며 자랐다. 그래서 어릴 적 우리 가정의 많은 어려움을 “하나님께서 한 사람의 신실한 종을 세우기 위하여 때로는 온 가족에게까지 어려움을 주신다”는 생각으로 삶 속에 부닥치는 어려움을 극복하며 자랐다.

교회 지붕을 덮기 위하여 새벽마다 볏짚을 머리에 이고 가시던 어머님, 헌금을 위하여 새 돈을 준비하시던 어머님, 추운 겨울 일찍 나가셔서 장작 난로를 피우고 추운 겨울 꽁꽁 얼은 걸레를 얼음물에 풀어 교회 바닥을 닦던 어머님, 꽁꽁 얼어붙은 손으로 램프 청소를 돕다가 램프를 수 없이 깨트려 꾸중을 듣고, 예배 시간에는 절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어머님의 엄명 때문에 소변을 참지 못해 바지를 적시고 어린 마음에도 창피스러웠던 일들을 기억한다.

숱한 어려움을 극복한 어머님은 차츰 교회에서나 동네에서 지도력을 가지셨고, 우리 집은  우리 동네에서 대표적인 신앙인의 가정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나 역시 교회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의 대상이 되어 정말로 행복한 유년 시절을 목사를 꿈꾸면서 자랄 수 있었다.
그 중에도 나는 지금은 원로 장로님이 되셨지만 당시에는 집사님이셨던 안문영 집사님을 기억한다. 그 분은 나의 어린시절 나의 보호자 역할을 단단히 해 주셨다.

그리고 지금은 소식조차 알 수 없지만 커다란 램프를 들고 주일이나 수요일 밤 함께 교회를 다니면서 어린 나를 위하여 그토록 배워야 한다, 공부를 해야 한다고 격려하고 사랑해 주셨던 당시 안정 남부국민학교 김용기 교감님을 기억한다. 어린 나에게 비전을 심어 주셨던 분인데 김천 어느 학교로 전근을 가신 뒤 소식이 끊겼고 지금쯤은 이미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셨으리라 생각되지만 그분이 심어준 비전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리고 나는 나의 고등학교 시절 우리 고향 교회의 전도사님으로 오셔서 나를 격려하고 도와주시면서 나중에는 같이 신학공부(안동 경안 성서학원)를 하고 늘 믿음의 동지처럼 함께하셨던 스승이요 선배요 동지셨던 김영기 목사님을 기억한다. 그분은 안동 성소병원 원목 실장을 마지막으로 은퇴하시고 지금은 불편한 몸으로 계시지만 어렵고 힘들 때 나의 신앙의 후견인이셨다.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큰 은혜 중 하나는 어느 곳에 가든지 언제 어디서나 나를 돕기 위한 사람들을 준비해 두셨다는 것이다. 철없는 어릴 적부터 신학을 공부하고 처음 목회를 시작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지금도 내 주위에는 언제나 나를 돕기 위해 준비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내 고향교회인 대룡산 교회를 지켰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이선생’으로 통했고, 교회의 숱한 험한 일로부터 교회학교 교사, 때로는 어른 예배 설교까지 담당하면서 교회가 내 생활 반경의 중심이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어릴 적부터 교회라는 온실에서 자라서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염려도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나는 신앙 안에서 성장했던 어릴 적 교회 생활, 교회의 독특한 문화와 메커니즘에 대한 감각을 그 때부터 익혔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자란 우리 삼숙질(三叔姪)은 교회를 중심으로 성장했고 지금은 다 주님을 위해 쓰임 받는 축복을 받았다. 내 동생 상규는 목사가 되어 지금 고신대학교에서 역사신학교수로, 유복자로 태어난 내 조카 종대는 지금 부산 감전교회 장로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