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로 교수(한성대학교)

“한국 기독교인은 개인적인 잘못에 대한 회개는 잘하면서도 집단적인 고백에는 굉장히 인색하다. 한국 기독교가 수치스러운 과거사에 대해 집단적으로 고백한 적이 없는데 이제는 과거 잘못을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고백하고 역사 앞에 고백해야 한다.”
윤경로 교수(한성대·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장)가 친일 행적에 대한 기독교의 집단적 반성과 고백을 촉구했다.

 10월 14일 서울YMCA회관에서 열린 시민논단에서 윤 교수는 “기독교는 우리가 죄인이라는 것을 하나님 앞에 고백하는 것”이라면서 “그동안 기독교가 교회를 지키기 위해 당시 어쩔 수 없었다는 논리를 댔지만, 이제 기독교는 역사 앞에 솔직해져야 하며 역사를 엄격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우리 사회 친일청산 노력,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윤 교수는 특히 기독교사적 관점에서 더욱 고백적인 역사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교회가 일제 하에 수난 당한 질곡의 역사에는 분노하면서 진작 한국교회와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부끄러웠던 과거사에 대해 고백하는 일에는 매우 인색했으며, 모든 것을 시대의 탓으로 돌리고 교회를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었던 일로 얼버무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친일진상규명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윤 교수는 △과거의 사실을 진실대로 밝혀 역사화하기 위해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솔직한 고백과 자기 반성을 위해 △어두웠던 역사를 일제 침략이라는 외세의 탓으로만 돌리는 타율론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과거의 올무로부터 벗어나 미래의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기 위해 등의 이유를 들었다.

또 윤 교수는 최근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 논란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용어 사용에서 ‘친일’이란 표현이 법률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부일(附日)반민족행위자’라는 명칭으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부일반민족행위자 범위 설정의 문제에서도 1905년부터 1945년까지의 기간 동안의 △매국형 부일반민족행위자 △매판형 부일반민족행위자 △부역형 부일반민족행위자로 구분했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를 학술원 산하에 두자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국가기구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학술기관이 주도하는 것은 사실상 역사청산 작업을 좌초시키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질의 응답에서는 서울YMCA의 과거사 청산 노력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신종원 부장(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은 “역사를 고백하는 것이라고 보는 차원에서 서울YMCA도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일제 무단통치 시절 만민공동회와 독립협회 개설에 앞장선 운동체로서 초기 민족지도자 안영로 선생이나 일제 말기의 윤치호 선생의 친일행적 등에 대해 고백해야 했는데, 지난해 100주년을 맞아 이에 대한 아무런 반성이 없이 역사 속에서 자랑거리만 드러내 안타깝다”고 밝혔다. 신 부장은 “정치권뿐 아니라 시민사회영역에서도 각 영역별로 자기 고백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소란 기자(뉴스앤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