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숙 / 경기대학교 교수

  2003년은 달력만 새롭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가 기대되는 해이다.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을 필두로 한국사회의 새물결이 예상된다. 1월 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이 새물결을 가져올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국정 과제 내용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건설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 △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 △국민통합과 양성평등사회 구현 △교육개혁과 지식문화강국 실현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부패없는 사회, 봉사하는 행정 △정치개혁 실현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제, 사회, 문화, 외교, 정치, 행정, 교육,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어 균형 있는 사회발전을 기대하게 만든다. 특히 그동안 압축경제성장을 경험하면서 항상 후순위로 밀렸던 분배정의와 복지가 과거 어느 정권보다도 더 강조되고 있음이 눈에 띈다. 

새정부 10대 국정과제 중에서 국민복지의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되는 것은 △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 과제이나 이 외에 △국민통합과 양성평등사회 구현과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과제에도 복지향상에 직결된 주요 실천과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복지와 직결된 주요 실천과제를 보면 △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의 주요 실천과제에는 ‘전국민 건강보장제도 실현’, ‘기초생활보장제, 보육, 고령화대책,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국민복지증진’, ‘주택가격의 안정 및 주거의 질 개선’, ‘농어민 생활향상 대책마련’이 있다.

△국민통합과 양성평등사회 구현의 주요 실천과제에는 ‘성, 장애, 학벌, 비정규직, 외국인에 대한 5대 차별의 철폐’, ‘빈부격차 해소 등을 통한 계층통합’, ‘양성평등한 가족정책과 여성대표성 제고’가 있다. 마지막으로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과제에는 ‘세제개혁’이 들어 있다. 

현정부에서도 사회복지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국민연금의 확대와 의료보험의 통합이 이루어졌고 빈민들을 위해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되었으며, 사회복지서비스도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그러나 이보다 더 진일보한 복지정책을 세우고자 하는 새정부의 의도를 10대 국정과제에서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의도가 나타나는 부분은 우선 ‘참여복지’라는 단어에서 나타난다. 2003년 1월 13일 김성호 보건복지부장관은 유관단체장 신년인사회에서 2003년도 주요 보건복지정책방향으로 현 정부의 ‘생산적 복지’를 참여복지라는 철학이 계승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참여복지가 새로운 정부의 복지정책방향을 대표하는 중요한 개념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미 노무현 당선자는 복지정책의 3대 핵심사항의 하나로 ‘민간참여확대’를 주장한 바 있다.

두번째로, 현 정부와 차별화된 부분은 ‘5대 차별의 철폐’이다. 여태껏 차별 철폐는 주로 양성평등 차원에서만 논의되어 왔다. 현 정부에서는 남녀차별금지법이 유일한 차별금지법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장애와 학벌, 비정규직과 외국인에게까지 차별 철폐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비정규직에게도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러한 차별철폐의 확대가 실질적인 논의단계로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세번째로, ‘빈부격차 해소를 통한 계층통합’과 이와 관련된 ‘세제개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월 7일에 발표한 ‘1996∼2002년 상반기 빈곤·소득분배 동향 연구자료’에 따르면 절대빈곤율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었으나 상대빈곤율은 아직 회복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997년 당시에는 하위 50% 계층의 소득이 상위 20%의 58.5%였다가 외환위기 후 49.3%까지 떨어졌다. 그 후 점차 상승하고 있으나 2002년 4분기에 52.64%로 여전히 1997년보다 적은 실정이다.

이러한 부의 집중을 완화시키기 위해 세제개혁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최근 논의되고 있는 상속과 증여의 완전포괄주의와 근로자 소득공제의 확대는 이러한 과제를 실현시키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발표한 감세안에 포함된 ‘상속세 폐지’에 대한 미국 부자들의 반응은 새정부의 세제개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1년 미 의회를 통과한 감세안에 따르면 상속세는 향후 수년간 단계적으로 줄어들어 2010년에는 완전 폐지되도록 되어 있다.

상속세 폐지에 찬성해야 할 미국의 부자들이 오히려 그로 인하여 빈부격차가 커지면 사회의 건강을 해치게 된다고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나선 것이다. 이러한 운동의 주도자들은 세계적인 부자로 유명한 국제투자가 조지 소로스, 워렌 버핏, 마이크로소프트 빌게이츠의 부친인 윌리엄 H. 게이츠 2세, 테드 터너 등이다. 상속세 폐지가 재정적자를 가져와 공공사회복지의 축소를 불러오는 동시에 자선단체에 대한 부자들의 기부 의욕을 떨어뜨려 민간사회복지도 축소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네번째로, ‘양성평등한 가족정책’이다. 여성의 대표성을 제고시키는 작업은 현 정부에서도 중요한 과제로 삼았었고 여성부의 탄생과 함께 여성공무원의 확대를 가져왔다. 그러나 새 정부에서는 더 나아가 가족정책을 양성평등하도록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가족은 가장 중요한 일차적 집단이다. 양성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양성평등이 실현되는 가족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호주제도의 폐지’와 ‘친양자제도의 도입’ 등이 이러한 과제를 진전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사회화과정이 가장 먼저 일어나는 가족부터 성평등이 실현되지 않고는 사회에서의 양성평등은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 사회에서의 양성평등을 위해 노력한 결과 여성의 사회참여는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현대 여성들에게 직업과 가사의 이중 부담을 안겨주었다. 이는 아직 가족에서의 진정한 성평등이 달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여성들의 반응은 결혼을 늦게 하거나, 아이를 낳지 않거나 적게 낳는 것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출산현상으로 인한 인구의 고령화현상이 바로 이러한 여성들의 반응에 의하여 야기되고 있는 사회문제인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가의 보육정책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도 있지만 가족정책을 양성평등하도록 만드는 것이 급선무인 것이다.

이렇듯 현정부와 차별화되면서 사회복지의 발전을 도모할 10대 국정과제는 구체적인 실천과제들을 정비하여 2월말쯤 새정부의 국정과제로 확정될 것이다. 이 실천과제들이 만들어지면 실제로 이들을 집행하는 기관인 각 정부부처와 긴밀한 협조하에 하나씩 목표를 달성해나가야 할 것이다.

어떤 정부이든지 새롭게 출범할 때에는 큰 비전을 가지고 국정과제를 제시해왔다. 그러나 정권초기의 공약과 국정과제들을 평가한 결과들을 보면 모두가 다 계획한 대로 되었던 것은 아니다. 도중에 이익집단의 반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것도 있고, 너무 무리한 계획으로 현실성이 없어 못하는 것도 있다.  
새정부는 사회복지발전을 위해 내놓은 국정과제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실행과제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먼저 새정부의 복지방향을 대표하는 ‘참여복지’에 대한 개념정립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복지 전반에 걸쳐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는 혼합사회복지(welfare mix)로 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생산적 복지에서 자활계층의 더욱 적극적인 참여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것을 의미하는지 아직 분명치 않다. 이 참여복지는 교회의 사회복지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개념이다. 교회도 새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한 관심을 갖고 앞으로 국가의 복지발전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방향정립을 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