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의미심장한 변화의 바람이 나타나고 있다. 소위 ‘뉴라이트 운동(New Right·신보수)’이다. 뉴라이트 운동 바람은 미국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득세와 맞물려 우리나라에서도 일정 부분 공감을 얻어가고 있는 듯하다.

뉴라이트 운동의 중심에는 ‘우파로 전향한 386’들이 서 있다. 다 아다시피 386은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자들을 뜻한다. 이들 세대 중 절반 가량은 40대가 됐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386이란 용어가 정확치는 않다. 다만 이들이 80년대 민주화 투쟁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386은 그 세대를 통칭하는 고유명사화 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1월 23일 뉴라이트를 표방한 ‘자유주의연대’라는 단체가 출범했다. 대표는 신지호 서강대 겸임교수가 맡았고, 이지수 명지대 교수 등 ‘우파 386’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서슴없이 우파 혁명을 원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21세기 시대정신은 산업화 세력의 권위주의도, 일부 민주화 세력의 민중주의도 아니며 세계화 정보화 자유화를 온전하게 실현할 한국적 현실에 맞는 21세기형 자유주의”라며 “수구 좌파와 수구 우파가 주도하는 정치는 종말을 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때를 맞춰 중도통합을 표방하는 개신교 비정부기구(NGO)인 ‘기독교사회책임’도 뉴라이트 운동에 동참했다.

우파 386들이 뉴라이트 운동의 깃발을 쳐들자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여진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노무현 정권을 수구좌파, 한나라당을 수구 우파로 규정하고 타도의 대상으로 삼았다. 따라서 양측 다 이들의 움직임을 가벼이 볼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집권 세력은 겉으로는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무시하는 전략을 쓰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대응전략 수립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은 이들이 신보수를 선점하면서 자신들을 ‘수구꼴통’으로 몰아붙이자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보수 세력의 중심 축이 그쪽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이들의 등장이 2007년 대선 및 주류세력 교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당장 정치세력화 하지는 않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정치의 중심으로 진입할 것이 확실하다. 그래서 2007년 대선에서는 진보 386 대 보수 386의 건곤일척의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노무현 정권에는 386 출신들이 대거 권력에 포진해 있다. 지난 4.15총선에서는 이들 중 상당수가 국회에 진출했다. 사실 노무현 정권의 핵은 386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노무현 정권 탄생의 1등 공신은 386이다. 386 세대인 30대, 40대의 절대적인 지지와 386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뛰어난 활약으로 노무현 후보는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80년대 민주화 운동이 씨앗이 돼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로 386 운동권 출신들이 권력의 중심에 포진하게 된 것이다.

노무현 정권을 창출했고 그 정권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 386들은 현재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 섣부른 개혁과 무지, 독선으로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주장이다. 보수주의자들로부터는 좌파 공격을 받아 이념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파 386들이 집결한 ‘자유주의연대’도 이들에 대한 공격의 칼날을 세워나가고 있다.

노무현 정권에 참여하고 있는 386들은 대다수가 운동권 출신이다. 때문에 이들은 늘 좌파를 추구하는 이념주의자 정도로 매도됐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이들 내부에서 이념적으로 엄청난 분화가 일어나고 있다. 절반 가량이 중도적 실용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노무현 대통령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이광재 의원(열린우리당)이다. 그는 “권력을 담당하게 되면 누구나 실용주의자가 된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집권 세력 내에서 386들의 이념적 분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2007년 대선에는 승리를 위해 온 몸을 던질 것이다. 이들은 이미 권력의 단맛과 권력의 운용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상대에게 권력을 호락호락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차기 여권 주자가 누가 될지 안개 속이다. 하지만 주자를 뽑는 과정에서는 경쟁하겠지만 일단 후보가 정해지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것이란 얘기다. 이들은 그런 결속력이 386의 최대 강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386들, 즉 30, 40대가 2002년 대선 때처럼 진보진영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리란 보장은 없다. 신보수로 무장한 강력한 대안 세력이 나타난 마당에 이들이 386 프리미엄을 독점하기는 어렵게 됐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뉴라이트 운동’을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뉴라이트가 곧 한나라당이 추구하는 이념’이라고 밝혔다. 또 야당의 강력한 예비주자인 이명박 서울시장은 뉴라이트 운동 세력과 연대할 뜻을 비쳤다. 손학규 경기지사는 ‘자유주의만이 살길’이라는 강연을 하기도 했다. 손 지사는 특히 자신이 진보적 자유주의자로 뉴라이트 세력과 코드가 맞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뉴라이트운동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이념이 모호하다는 점과 뚜렷한 리더가 아직 없어서 독자 세력화하기는 힘들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시간은 이들 편에 있는 것 같다. 2007년 대선이 가까워올수록 이들과 손잡으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까지는 3년이 남았다. 강력한 정치 지향성과 뚜렷한 색깔을 가진 386들이 좌와 우로 나뉘어 펼치는 대권무림. 2002년 노무현 후보의 386에 대한 일방적 접수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386들이 펼치는 2007년 대권 활극의 최후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독자 여러분도 흥미로운 대결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