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동 목사 / 온양벧엘교회

민심은 천심이라 했던가.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천심을 담은 민(民)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라와 국민의 고통을 외면해 온 한국 정치를 새롭게 하시기 위해서 이 민족을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이 땅의 백성의 손을 통해 역사하셨다고 감히 고백하고 싶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 한국 정치는 나라를 염려하고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와는 거리가 먼 분열과 불신의 정치였다. 최근까지도 자기 당의 이익을 위해서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도 탄핵하고, 국민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귀담아 듣질 않았다. 내가 살기 위해서 너는 죽어야 한다는 자생타사(自生他死)의 정치가 한국 정치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백성은 화해를 원했다. 여야의 힘의 균형을 이루어주었고, 부패하고 낡은 정치인들을 어느 정도 교체해주었다. 대통령도 소신껏 국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다행스러운 것은 노동자와 농민, 장애인과 여성들이 국회에 입성하게 되어 소외 받은 이들의 목소리도 담아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번에 국회의원이 되어 한국 정치를 이끌어갈 이들에게 간곡히 바라는 것은 대립과 분열의 정치에서 상생(相生)의 정치로 국민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희망을 노래해 주길 바란다. 그런데 상생이란 함께 살기 위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하는 식으로 대충 손잡고 가자는 것이 아니다. 상생을 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자기 반성, 자기 희생, 자기 부정이 전제된다는 것이다. 이 상생(相生) 속에는 십자가의 원리가 들어 있다. 국민과 민족을 위해 자기 희생, 자기 헌신이라는 십자가를 지겠다는 굳은 신념이 없이는 상생은 허울 좋은 구호에 불과하다.

이제는 자기 당이 손해를 보더라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라면 과감하게 상대 당과 손을 잡고 함께 가야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비로소 정치를 통해 희망을 노래할 수 있다. 우리 주님께서 십자가를 지심으로 부활의 소망을 우리에게 주셨던 부활절 절기에 이루어진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우리는 부정과 부패, 분열이 없고, 차별과 빈부의 차이가 사라지고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나라, 그리고 마침내 민족의 화해와 통일이라는 큰 희망을 품고 함께 갈 수 있는 나라가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