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서 1.08%의 지지표를 얻은 한국기독당이 등록취소의 위기에 몰렸다. 총선에 참가한 정당이 2%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등록취소를 한다는 조항에 걸리기 때문이다.
지역구 후보자들도 1퍼센트 내외를 얻었다. 대구 수성갑의 석홍 후보는 0.5퍼센트(545표), 울산 북구의 염동옥 후보는 1.1퍼센트(621표), 충남 당진의 고영석 후보는 2.0퍼센트(934표), 시흥을의 연상경 후보는 3.4퍼센트(1천953표), 안산 상록구을의 이근형 후보는 1.1퍼센트(622표), 은평을의 민승 후보는 0.5퍼센트(627표), 구로을의 조평열 후보는 1.2퍼센트(1천99표), 구로갑의 이강욱 후보는 0.9퍼센트(944표), 강남갑구의 나용집 후보 0.8퍼센트(922표)를 얻는데 그쳤다.

17대 총선을 겨냥해서 창당된 한국기독당의 가장 먼저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기독당 창당에 대한 명분이 적었다는 점이다. 기독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 교계에서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집회결사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창당 자체가 문제가 아니지만 기독당이라는 이름이 주는 교계의 대표성 때문이었다. 적어도 기독교 이름으로 창당이 된다면 대표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교계가 공감대를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러질 못했다. 더구나 몇몇 인사를 중심으로 시작된 출발 동기에 문제가 있었고 교계의 공청회 같은 토론의 장도 거의 없이 이뤄진 졸속 창당이 기독당에 대한 불신을 가져오게 했다.

더구나 창당 이후 보름도 안 되는 기간에 후보를 낸 것도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서 후보검증을 전혀 하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비례대표의 경우 황산성 변호사만이 일반에서 알려진 인물이고 나머지 인물은 거의 교계를 대표할 인물이 아니었다.
최수환 상임대표는 총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다음에는 후보검증을 통해 보다 선명한 후보를 낼 생각이다”고 말해 이번 지역구와 비례대표는 시간에 쫓긴 검증없는 후보선정이었음을 내비치었다. 전국조직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조된 총선후보는 무리였다.

기독당은 너무 막연한 기대를 한 것이 이번 총선의 패인일 것이다. 총선 투표 이틀 전에 기독당 당사에서 기독당 관계자들은 3백만 표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더구나 이번 기독당의 총선 홍보는 거의 일반인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당대표의 총선지원유세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교계 연합단체의 인사나 교계 언론을 냉대했다.
그러나 기독당은 표를 줄 수 있는 곳은 외면하고 일반언론에 매달려 보수층을 대변하는 극동방송에는 아예 CM광고는 물론 정당연설조차 배려하지 않는 전략부재의 홍보를 보여주었다.

총선 일주일을 앞두고 모처에서 국민일보 사장을 비롯한 극동방송 관계자, 기독교텔레비전 사장, 한기총 관계자, 그리고 최수환 상임대표의 회동이 있었다. 국민일보 사장이 마련한 자리였다. 노 사장은 이 자리에서 기독당의 홍보가 너무 일반인들에게 쏠려 있고 정작 표를 얻을 보수 기독교인들을 배려한 홍보가 없다며 극동방송에 광고방송을 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날 모임을 마치고 나온 극동방송 관계자는 곧바로 상부에 보고, 재가를 얻어 가편성을 하고 기독당의 요청을 기다렸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고 한다.
결국 표를 줄 보수권 기독인들을 무시하고 일반인들에게만 매달렸던 기독당의 참패에도 이런 교계정서를 외면한 결과가 한몫을 했다. 

이런 결과 결국 3백만 명 이상의 기독교 유권자가 있었음에도 표는 22만 8천여 명을 얻게 되었다. 22만의 의미는 사표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일부 목회자들의 독려로 얻어진 거의 종용에 불과한 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의미가 없는 지원표이기 때문이다.
만약 기독당이 계속해서 정당을 유지할 생각이라면 적어도 멀리 내다보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정치복음화가 기독창당의 명분이었지만 이번에 후보 선정과 함께 모든 준비들이 그 명분과 걸 맞는 정치적 행보는 전혀 없었다.

앞으로 한국기독당의 앞길은 험난하다. 정말 교계를 대표하는 기독당이 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명분을 축적하고 교계가 공감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