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립교회의 성장이 곧 한국교회의 성장이라는 사실에 반론을 제기할 이는 없을 것이다. 특히 단기간에 성장을 거듭한 한국교회의 역사는 세계 교회사에 그 이름을 아로새길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도약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장의 요인 중 하나를 전국 곳곳에 십자가를 꽂은 목회자들의 헌신적인 노력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개척교회 목회자들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과거처럼 십자가만 보이면 사람들이 모이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주5일 근무제의 시행, 웰빙(Well-being)문화의 도래 등 편리함과 안락함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인식 변화는 교회로 향하는 발걸음을 점차 돌려세우고 있다.

그밖에 목회자 과잉배출, 같은 지역 내 여러 교회가 밀집해 있어 어쩔 수 없이 경쟁할 수밖에 없는 현실 등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은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개척교회 건물을 내부 집기까지 통째로 매매하는 행위가 급증하고 있어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의 현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미자립교회의 총체적인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교단 및 규모 있는 교회들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미 각 교단은 총회 및 노회 차원에서 미자립교회들을 돕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시행 내지 계획하고 있다.
예장 통합(총회장 김순권)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미자립교회 후원을 일원화하기 위해 ‘미자립교회 교역자 생활비 평준화 정책’을 마련, 2005년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통합측은 지난 3월 30일 총회재정부 주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정책과 관련,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통합측의 이번 평준화 정책은 전국의 미자립교회 자료를 수집해 교역자 가족 2인을 기준으로 기본 100만원에 생계가족 1인 추가시 10만원을 더하는 방식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자녀들의 경우 중·고·대학생으로 구분해 금액이 차등 지급된다.

통합측의 이러한 움직임은 목회자의 생계문제 뿐 아니라 각 교회로부터 받는 후원금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미자립교회 간의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총회장 김순권 목사는 “평등화를 해치는 사례를 신중히 고려해 평준화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미자립교회에서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얼마나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이 정책은 올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한 해 연기된 것이다.

총회 관계자들은 그 원인을 각 노회의 미자립교회 파악이 미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각 노회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라 파악한 통합측 미자립교회는 1천142개. 하지만 교회별로 지원하는 교회를 기준했을 때의 미자립교회는 2천290개로 파악돼 1천148개가 노회의 집계에서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측 재정부장 홍희천 장로는 “평준화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각 노회가 미자립교회를 정확히 파악해야 생활비 배분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미 상당량의 재정을 각 교회의 후원금으로 감당하고 있는 미자립교회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총회 재정통일위원회 위원장 김범렬 장로는 “평준화 정책은 이해가 엇갈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평준화 정책을) 실현하기까지 적잖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장 김옥남 목사)의 경우 총회 내에 생활보장제위원회를 통해 미자립교회를 지원하고 있다.

기장은 월 최저 생활비를 정하고 월간 생활비 보조금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미자립교회 목회자를 돕고 있다. 2003년의 경우 398개 교회(목사, 전도사 시무교회)를 선정, 보조금을 지원했다.

기장은 특히 1년에 2회 수혜대상자를 철저히 심사해 불필요한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밖에 지난 2002년에는 개척교회 10곳에 예배용 악기를 지원하는 등 총회 차원의 다양한 관심을 쏟고 있다.

예장 합동(총회장 임태득 목사)은 농촌교회 목회자 중 생활이 어려운 목회자를 선정 5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 교역자 최저생계비 연구위원회를 발족해 각 지역의 실태를 조사한 후 오는 89회 총회에서 미자립교회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총회장 이용규 목사)의 경우 교단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6월 총회 이후 개척교회에게 월 30만원씩 보조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또 교단 내 980여 개로 파악되는 미자립교회 중 약 30% 교회에게 월 7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밖에 많은 교단, 노회, 지방회, 교회별로 미자립교회 지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대형 교단이 아닌 군소교단들의 경우 대부분 미자립교회를 지원할 만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아 여전히 많은 교회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목회전문가들은 미자립교회들이 지나치게 후원 내지 교단의 지원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차세대목회연구원 원장 김기영 목사는 “마치 점포를 차리듯이 교회만 차려놓고 교회를 기다리는 방식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며 “개척을 준비하는 목회자들은 건물을 먼저 세우기보다 개척 사역에 동참할 핵심인원(Core member)을 세우는 일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원장은 특히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에 대한 교단의 지원은 생계문제에 한정되어 있어 더욱 돈에 집착할 수밖에 없게 만들 우려가 있다”며 “재정적 지원뿐 아니라 교단 차원에서 교회를 건강하게 이끌어 갈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같이 제공되어야 비로소 바람직한 지원의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