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복남 사모 / 추부성결교회

“우리가 예약한 시간이 1시 반이에요. 꼭 볼일이 있는 분은 빨리 집에 다녀오시고, 오늘은 점심 한끼 굶어야겠어요. 12시 반에 출발합니다.”
오늘 영화를 보러 간다고는 했지만, 상영 시간은 예배드리러 나오셔서 아셨다. 점심이나 먹고 출발하려니 하셨을 텐데….

10장의 표를 예매했는데, 가실 것 같은 김 집사님이 못 가시고, 못 가신다고 하셨던 임 집사님과 김 집사님이 가실 수 있다신다. 그렇게 되면 한 장의 표가 부족하다.
“서 권사님이 집에 가보셔야 안다니까, 만약에 가신다고 나오시면, 내가 다음에 갈게요.”
“당신이 안 가면 집사님들이 서운해서 가시겠나? 가서 표를 구해보자구.”
“당일에 표를 구하기는 어려울 텐데, 가서 구하면 다행이고 아니면 난 다른 일이나 보다가 만나서 오자구요.”

집에 가신 서 권사님은 아들이 산소 돌보러 내려와서, 못 가시겠다는 연락이 왔다. 나도 같이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출발 10분 전에 모두 차에 타셨는데, 안 집사님이 늦으신다. 12시 30분 출발시간에 안 집사님댁 앞으로 갔다. 집사님은 꾸러미 꾸러미를 들고 나오신다.

“이게 다 뭐예요?”
떡, 고구마, 찬물, 더운물, 음료수, 골고루도 챙겨 가지고 오셨다.
“부리나케 와서 압력솥에 고구마 찌고, 전자레인지에 떡 찌고, 목사님 차 내려오나 옥상에 올라가서 바라보고….”
“옥상에는 왜 올라가세요? 시간을 보셔야지.”

“시계도 바라봤지만, 그래도 옥상에 올라가서 목사님 차도 바라봐지네요.”
워낙에 기민하신 분이라, 잘 챙겨 가지고 오셔서 모두가 요기를 할 수 있었다. 
“목사님 저 한 40년 만에 극장에 가는 것 같아요.”
소풍이라도 가는 아이들처럼 얼마나 좋아라 하시는지, 우리끼리 가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사님! 권사님! 장로님! 전도사님!”
극장에 대기중인 사람들은 모두가 집사님, 권사님, 장로님, 전도사님, 교인들이다. 여기 저기서 부르는 호칭이 모두 그렇다. 주일 오후라 학생들도 상당히 많았다.
“사모님, 이 영화 얼마야? 내가 걷어서 드릴께.”

“아녜요, 됐어요.”
“그럼, 나하고 둘이 나눠 내요.”
“아니래도….”
“그래도….”

좌석을 찾아 앉자마자 안 집사님이 내 귀에 대고 하시는 말씀이다.
영화는 우리가 너무나 다 잘 아는 이야기고, 그동안 비슷한 영화도 많이 보았다. 나나 우리 성도들은 오늘 영화를 보고, 나의 죄를 속하시기 위해서 주께서 받은 고난, 수많은 매를 맞으시며 가시관을 쓰시고 손과 발에 못이 박히시고 창에 찔리시며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기까지의 그 아픔을 조금이라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못된 인간들, 그 물이라도 잡숫게 두지, 그것마저 엎어 버리고….”
영화가 끝나고 집에 다 오도록 권사님은 흑흑 흐느끼며 우셨다.
“목사님, 우리 가다가 묵밥 먹고 가요.”

정 집사님이 묵밥을 먹고 가자고 하셨지만, 목사님은 다음에 가자시며, 집으로 직행을 하셨다. 독한 감기에 걸려서 여러 날 밥도 못 먹는 정집사님이 묵밥을 먹자고 한 것은 순전히 목사님을 위해서 한 말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