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포함하여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만물을 돌이켜 볼 때 남성과 여성, 암과 수의 상대적인 관계가 조화롭게 이루어질 때에 생명이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그 기제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처럼 인간과 다른 생물을 한 데 묶어서 표현하는 것이 무리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인류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 지구상에 발 붙이고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우매한 노릇인가를 느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60억 지구인의 절반이 여성이고 남성이며 자신의 존재 자체가 이 절반씩을 입고 있는데, 나머지 절반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반쪽을 존중하지 않는 결과라 생각한다. 특히 성서가 기록될 당시부터 이 인류의 사회문화적 환경이 남성 일변도의 가부장제에 예속되어 있었고, 이를 깨뜨리고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고자 한 분이 예수라 볼 때, 우리는 그분을 절대적으로 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기독교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저귀 발언’이나 ‘감신대의 여교수 재임용 탈락’과 같은 일련의 사태들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며, 의식조차도 할 수 없는 일들일 것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여목회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리서치한 결과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예장 통합의 3개 교단과 기타 군소교단을 모두 합해 간신히 천여 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그런데 기독교인이 총인구의 약 25%이고, 이중에서 약 70%, 즉 900만여 명이 여성이라는 통계에 의하면, 여성 목회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누구도 함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천적으로 여성 목회자 안수가 허용되지 않는 현실에서, 이들의 활동을 활성화하고 위상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논외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한국교회에서 선교 초기부터 여성의 희생적인 역할이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양적, 질적 성장은 없었을 것이다. 또한 교회에서의 여성의 역할이 얼마나 지대한가 하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를 당연시하며 남성 목회자가 목회자 되게 한 여성들을 무시하고 간과하는 태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된다. 목회자가 교회 구성원의 70%를 차지하는 여성을 아무리 잘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그 한계가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므로 남성 목회자들은 여성 목회자와 파트너십을 가지고 절반씩의 성향이 목회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교회 여성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애초부터 가부장적 배경에 의해서 기록된 성서를 남성의 시각과 관점으로 해석하여 선포하는 것을 아무런 여과 없이 받아들여 온 교회여성들은 이제 새롭게 성서를 보고 다시금 신앙을 정립하는 계기를 반드시 맞이하여야 할 것이다.

이 과정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여성 목회자가 강단에서는 일이 여성들 스스로에 의해서 거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교회 현장에서 이러한 현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목회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 교회 현장에서의 목회가 무엇보다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한 해에 교회에서 필요로 하는 목회자의 수보다 훨씬 많은 목회자가 말 그대로 양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교회만을 고집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본인은 오랫 동안 출판계에서 일해오면서 일종의 문화사역을 담당하고 있으며, 한국의 신학의 줄기를 잡아간다는 소명감을 가지고 일해왔다. 만약에 여성 목회자가 각기 자신의 온 힘을 기울여서 일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그 분야에서의 전문가로서 일인자가 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이 역시 그 문이 넓은 것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더욱 많은 여성이 이처럼 자리매김을 해나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상에 선 모습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교회 내에서 모성성을 지닌 여성 목회자로서의 돌봄은 오늘날 목회의 가장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미국 렉싱턴 신학교에서 목회학을 강의하고 있는 잰 린(Jan G. Linn) 교수는 성격도 목회자의 지도력의 한 부분이라고 피력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는 여성성이 강조되고 있고, 심지어는 여남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부드러운 남성이 더 선호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교인들은 카리스마를 지니기보다는 따뜻하게 보듬어 안을 수 있는 목회자를 선호한다. 따라서 여성 목회자는 기성목회자를 따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닌 본래적인 성향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적인 기독교를 탈피하여 교인 모두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유학 당시, 일단 여성이든 남성이든 신학교육을 마치고 목회자로서의 자격이 갖추어지면 교인들은 이를 충분하게 인정해 주고 존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히려 똑같은 자격을 갖추었을 때에 여성 혹은 유색인종을 선택하는 것을 너무도 많이 보아 왔다.

그러면서 그들이 우리보다 더 성숙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 자신의 잣대가 아니라 합리적이고도 객관적인 잣대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을 보면서 교회공동체에 속한 우리 모두가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할 것임을 깨달았다.
여성 목회자가 교회현장에서 목회를 하는 데 있어서의 어려운 점은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다. 단독목회를 하는 데 있어서는 물론이고 공동목회를 해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목회를 해도 마찬가지의 현상이 빚어진다. 이는 제도적 장치가 갖추어져야 함과 아울러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본다.     

이순임 사무총장
(한국여신학자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