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광빈 목사

오랫동안 논란을 벌였던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 개정안’(재외동포법)이 2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에 국외로 나가 있던 중국, 러시아 등 250만에 달하는 동포들이 법적 지위를 획득할 수 있게 됐다.
약 3년 전부터 시작된 재외동포법 개정운동은 불법체류자 강제추방을 위해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된 지난 해 11월부터 강력하게 전개됐다. 특히 중국동포 및 외국인노동자들은 예장 통합,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본부, 성공회 대성당 등에서 재외동포법 개정을 요구하며 84일간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재외동포법 개정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끈 인물 중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임광빈 목사(의주로교회, 조선족복지선교센터 소장)다. 임 목사는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중국동포들과 함께 농성하면서 대외적으로는 재외동포법의 불합리성을 적극 알리는 등 이번 법 개정의 숨은 공로자다.

임 목사는 재외동포법 개정을 위한 투쟁은 “고향을 떠나 50~100년 동안 떠돌던 동포들이 광야를 지나 강을 건너 새로운 땅으로 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해방 이후 잊혀졌던 250만 동포들을 다시 역사의 한 실체로 맞아들이는 역사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모두가 힘을 모아 하나가 될 수 있었기에 힘들어도 견딜 수 있었지만 자신과 함께 농성하던 중국동포 김원섭 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너무도 힘들었다고 얘기했다.

임 목사는 “한국교회에 자신을 의탁하고 우리 곁을 찾아온 사람을 도와주고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며 “양을 지키지 못한 목자라는 자책감에 두고두고 마음이 아플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동포들에 관한 문제는 이제 시작일 뿐 아직 풀어야 할 많은 일들이 산적해 있다고 단호하게 얘기했다.

“사실 이번 결정은 70%밖에 만족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국외에서 국적을 취득한 자들만 동포로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즉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무국적자들까지 동포로 인정할 수 있어야 완전한 개정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일본에 약 20만명에 해당하는 무국적 동포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저는 분명 이들이 동포로 인정받아 완전한 한민족 공동체를 회복하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임 목사는 또 법이 개정이 되었지만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손질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 뒤 동포의 기준을 적어도 3~4대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포들은 우리 민족의 자원입니다. 많은 해외동포들이 자녀들을 민족학교 등 우리 민족의 혼을 가르칠 수 있는 곳에서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그들을 동포가 아니라고 한다면 우리는 후손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현재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머무르고 있는 동포들에 대한 전면 사면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약 1만 명으로 추정되는 불법체류 중국동포들에게 적법한 체류자격을 부여해 일을 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투쟁은 이들의 전면적인 사면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 내내 한국 교계의 도움이 있었기에 법 개정이 가능했다고 고마워했다.

임 목사는 “교회는 편협한 민족주의를 넘어서는 보편적인 인류애에 대한 관심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며 “편견과 차별을 넘어서 형제와 이웃으로 대한 한국교회에게 머리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임 목사는 단순히 동포들을 먹이고 입히는 활동을 넘어서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고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청지기의 역할을 감당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향후 10년 내에 중국에 있는 우리 동포들이 100만 명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에 대한 끊임없는 진출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때문에 중국동포들은 우리나라와 중국을 이어주는 가교역할 뿐 아니라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이들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이 꼭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