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교회와 사회는 깊은 각성 없이 흘러가고 있다. 이때 우리는 ‘아! 대한민국’의 함성이 울려 퍼지던 한 섬, 난지도로 부름 받았다. 한때는 난초와 지초가 어우러지고 철따라 온갖 꽃이 만발하던 꽃섬,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고 수만의 철새들이 날아드는 생명의 보고, 그 아름다운 섬 난지도. 그러나 난지는 개발과 성장의 그늘에서 악취와 오염으로 뒤덮인 거대한 쓰레기 산이 되어 소외된 땅, 저주와 죽음의 대지가 되고 말았다.

그 땅 난지도는, 부활의 땅으로 다시 살아났다. 새 흙을 덮고 가꾸어 생명이 살아 숨쉬는 땅으로 거듭 태어난 것이다.

오늘 우리의 현실은 암울하다. 정치타락, 경제침체, 사회혼란의 총체적 위기는 국민을 불안과 좌절, 고통과 절망으로 흔들리게 했고, 사치와 향락,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와 생명경시 풍조는 우리의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앗아가고 있다.

더욱 부끄러운 것은 한국교회가 조국의 등불이 되지 못하고 세속의 물결에 휩쓸려 교회의 사명을 상실해 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땅은 온통 부패한 일과 썩은 냄새로 가득 찬 쓰레기 더미가 되어 만물이 탄식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민족과 교회가 마치 에스겔 골짜기에 흩어진 마른 뼈같이 생기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새로운 생명의 땅 난지섬에서 한국교회는 미래의 희망을 선포하고자 한다. 밤이 깊고 낮이 가까웠으니 이제 어둠의 일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을 때이다. 한국교회는 일제의 모진 탄압과 핍박 속에서 신음하는 조국을 부둥켜안고 독립운동에 앞장섰으며, 전쟁의 폐허 위에서 통곡하는 민족을 가슴에 안고 한강의 기적을 일구는 일에 헌신했었다.

이제 한국교회는 마른 뼈가 생기를 얻어 하나님의 큰 군대를 이룬 것처럼 온 나라가 다시 일어나 안정과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함성과 함께 부활할 것이다.

우리는 교회가 앞장서서 생명과 희망을 되찾기 위한 생활실천운동을 지속적으로 온 국민과 함께 전개하고자 한다. 2004년 부활절, 거듭난 땅 난지에서 우리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교회로 거듭나, 이 땅에 썩어지는 한 알의 밀알이 되어, 파괴된 환경을 회복하고 민족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내가 먼저’의 운동을 아래와 같이 강력히 전개할 것을 선언한다.

1. 우리는 ‘내가 먼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것을 선언한다.
1. 우리는 ‘내가 먼저’ 나눔과 섬김에 앞장 설 것을 선언한다.
1. 우리는 ‘내가 먼저’ 정직, 청결, 절제, 봉사, 화합운동에 앞장 설 것을 선언한다.

2004년 4월 11일(부활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