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경기도 김포시에서 교회를 개척한 유모 목사는 최근 중대한 결심을 했다. 가족과 친지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야심차게 교회를 시작했지만 날로 늘어가는 은행 빚과, 하루하루 조여드는 생계에 대한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교회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는 부인과 함께 매일같이 인근 지역을 발이 닳도록 돌아다니며 전도했지만 성도들의 숫자는 늘 제자리 걸음이었다고 얘기했다. 어쩌다가 새신자가 나와 교회 등록을 권하면 다음에 다시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목회란 빈자리를 보고 하는 것이 아니고 교회에 나온 성도들을 바라보고 하는 것이라고 수없이 자신을 독려했지만 유 목사의 그 열정적인 초심은 조금씩 약해져만 갔다. 유 목사는 “처음부터 목회에 대해 장밋빛 그림만 그려놓았던 것 같다”며 “이상적인 목회와 현실의 목회가 얼마나 다른지 뼈저리게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부목사로 경험을 더 쌓은 뒤 다시 개척목회에 도전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단 유 목사뿐 아니라 이 땅의 많은 교회 목회자들이 교회를 개척한 뒤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120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교회는 그동안 양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일궈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형교회도 있으며, 전체 인구 중 기독교인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전국 방방곡곡 어디서든 눈만 돌리면 교회 십자가를 볼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목회자들의 막막한 현실을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교회개척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 없겠지만 오늘도 많은 목회자들이 지하에서, 상가건물에서, 조그만 방에서, 산골오지에서 교회를 시작하고 있다. 특히 개척교회로 시작해 대형교회로 성장시킨 입지전적 목회자들은 이제 막 개척을 시작한 목회자들에게 적잖은 도전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큰맘 먹고 교회를 개척한 목회자들은 이내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한다.

가장 큰 고민은 성도들이 모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은 현대인들에게 퍼져 있는 대형교회 선호 사상이 가장 뚫기 힘든 벽이라고 입을 모은다. 큰 교회들의 지원으로 처음부터 규모 있게 시작하는 교회가 아닌 이상 성도들을 모으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2001년 경기도 고양시에서 교회를 개척한 신모 목사는 “아무리 프로그램이 좋고 목사의 설교가 은혜로워도 교회 규모만 보고 평가하는 것이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미자립교회들에게 한 명의 성도를 등록시키는 것이 대형교회에서 100명을 등록시키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푸념했다.

이렇듯 어려운 현실 속에서 목회자들은 생계를 위한 여러 가지 수단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사모는 물론이고 목사 역시 세차장 아르바이트, 택시운전, 과외 등을 해야 교회 임대비라도 맞출 수 있다. 심지어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다단계에 뛰어드는 사례도 있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한 목회자는 최근 고가의 건강식품을 구입했다. 그는 기도원에서 만난 개척교회 목회자가 생활이 어렵다며 하나만 팔아달라고 해서 구입했는데 다단계 제품인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사실은 미자립교회 사이에서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능력 있는 목회자들은 한 달에 수십 개의 교회로부터 후원을 받기 때문에 생계에 커다란 지장을 받지 않는다. 대부분 학연과 지연 등 인맥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이런 현상은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이 가장 빠르게 자립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목회자가 요행수를 바래 나태해 질 수 있고, 더욱이 미자립교회 간에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최근 서울 가리봉동에 교회를 개척한 한 목사는 “미자립교회이지만 많은 후원금으로 인해 별 어려움 없이 목회자들을 보면 나는 뭐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며 “성도들을 돌봐야 할 시간에 후원금을 찾아 교회를 찾아다녀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제3시대 그리스도교 연구소 최형묵 목사(천안 살림교회)는 “교회개척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만 생각하는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며 “목회자가 개척의 당위성을 인식하고 어떤 목회를 펼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목사는 또 “다양한 정보에 노출되어 있는 현대인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기존의 교회에서 느낄 수 없는 특화된 교회를 세우는 것이 보다 의미 있는 교회 개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마로니에 공원 한켠서 주일예배 

 이유성 전도사 / 이웃사랑교회

주일마다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는 조그만 예배당이 꾸며진다. 아직은 많은 성도도, 멋드러진 강대상도 없지만 그래도 오고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한 주도 빠짐없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곳에 교회를 개척한 이는 이유성 전도사(35, 이웃사랑교회). 2003년 9월 교회를 시작한 이 전도사는 많은 고심 끝에 공원 한 켠을 예배당으로 삼았다. 이유는 그의 꿈인 문화사역전문교회와 대학로의 정서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문화사역 전문가들을 키우는 문화사역전문교회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은 젊은이들이 많은 문화1번지이기에 공연을 통한 선교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가장 큰 달란트는 ‘각설이타령’이다. ‘AsC 각설이 동원선교회’(www.andsend.com)를 이끌고 있는 그는 경북 포항 및 부산 지역에서 꽤 유명한 인사였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젊을 때 개척을 시작해 자신의 비전을 이뤄야겠다는 생각에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울로 상경했다.

“저는 기존의 성도들이 아닌 믿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친정이라면 이곳은 시댁과 같습니다. 그만큼 어렵고 조심스럽다는 얘기죠. 매 주일 이곳에서 예배드리는 일이 저에겐 가장 큰 행복입니다.”

개척한지 6개월 여 지났지만 아직 성도는 1명뿐이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매일매일 그가 뿌린 씨앗이 열매가 되어 돌아옴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매주 만들어 대학로 인근 상인들에게 나눠주는 ‘이웃사랑신문’은 열정을 쏟고 있는 또 다른 부분이다.
“주보를 신문처럼 만들어 돌리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눈살을 찌푸리던 분들도 지금은 좋은 일한다며 격려해 주십니다. 인근 찜닭집, 핫도그집 사장님들의 배려가 제게는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 3년 뒤에 자립하고 기반을 닦은 뒤 10년 뒤에는 선교를 떠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 놓았다. 그때까지는 앞만 보고 달려갈 생각이다. 또한 올 봄 안으로 예배당도 마련할 계획이다. 재정적인 어려움은 지인들의 도움으로 조금은 해결하고 있다.

“어려운 부분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처음 개척할 때 받았던 많은 오해와 핍박이 조금씩 단 열매로 다가옴을 느낄 때 모든 어려움이 사라짐을 느낍니다. 당장은 힘들지만 지금의 현실에 감사하며, 또 저의 비전을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