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창 목사 / 연신교회(3)

그리스도의 섬김은 언제나 우리에게 큰 도전을 준다. 많은 신앙의 선배들은 그리스도의 섬김과 순종의 삶을 사셨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른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랑의 실천이 오늘날 한국교회가 지탱할 수 있도록 한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고인이 된 박승팔 목사님 역시 섬김과 사랑을 실천하셨던 분이시다.
박 목사님은 경인여자중학교 교장으로 계셨던 분이다. 그분은 항상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지 않아 학생들 사이에서 ‘스마일 할배’로 통했다.

신학대학원을 졸업하지 얼마 되지 않아 나를 부르셨다. 나는 당시 어린이교육선교회에 다니면서 어린이교육에 대한 열정을 쏟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박 목사님께서 어린이 교육에 대한 내 태도를 주목하고 계시다가 나를 불러 학교 교목을 맡으라고 하셨다.
그 때 내 나이 스물 여섯이었다.
그분의 부름으로 나는 경인여자중학교 교목으로 5년 동안 지냈다.

교장이란 직분은 학교 전체를 이끌어 가는 권위 있고 위엄 있는 자리이다. 그래서 교장을 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런데 박 목사님은 그런 권위를 내세우는 분이 아니셨다.
그저 할아버지처럼 편하고 친근한 분으로 존재하셨다.
목회자의 교회 사역 중에 힘든 사역이 새벽기도이다. 그래서 목회자들은 종종 외부로 출장이나 강연을 가서 며칠 지낼 때면 새벽기도 압박감에서 해방된 기쁨을 누린다.

그런데 박승팔 목사님은 교회 사역을 하지 않으시면서도 교장실에서 새벽기도를 하셨다. 교목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박 목사님은 나를 불러 함께 새벽기도를 요청했다. 박 목사님은 새벽기도를 통해 학교의 운영을 하나님께 맡기셨고, 나도 덕분에 지도자의 덕목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새벽기도는 남이 하라고 해서 할 일도 아니고 또한 교회 담임목사라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님 앞에 사는 모습이고, 그것 역시 즐거운 섬김이라는 것을 박 목사님은 아셨던 것이다.

그분의 ‘스마일 할배’라는 별명처럼 그분의 제자들 사랑은 남달랐다. 당신의 월급의 일부를 장학금으로 내 놓으셨다. 하지만 그 장학금은 늘 교목인 나를 통해서 하셨다. 결코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으셨다. 사랑은 말보다 행동이고 결코 자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신 것이다.
박 목사님은 학교의 말썽꾸러기를 법적인 절차로 처리하지 않았다. 모든 학생들을 동등하게 대하시고 또한 기도로 처리하셨다. 마치 예수님이 그릇되고 잘못된 죄인들에게 다그치고 훈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상황 가운데 들어가서 이해하시고 하나가 되신 것처럼 그분은 조용한 가운데 학생들의 처지를 이해하려 애쓰셨다.

박 목사님은 교장이 아니라 아버지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만큼 아버지의 사랑으로 학교를 돌보  셨다.
보통 지도자들은 권위와 권력으로 다스린다. 하지만 박 목사님은 자신의 권력을 결코 휘두르지 않으셨다. 기도하고 나눠주고 행정하는 모든 일을 덕으로 하셨다. 교목이었던 나로서는 매우 편안하게 직분을 수행할 수 있었고 또한 박 목사님의 삶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분의 성품을 본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박 목사님이 내게 주신 정신은 목회에서 큰 유익이 된다. 교인들의 처지를 십분 이해하고 모든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더라도 결코 정죄하거나 상처를 주는 것보다 감싸게 하는 덕이 있는 목회를 할 수 있도록 하셨다.
학생들에게 베풀고 장학금을 주셨던 정신은 지금 있는 교회에 어린이 유치원 14년째 무료로 운영하도록 하는 동기부여를 하셨다.

더구나 박 목사님의 섬김은 지역 어른들을 섬기는 마음을 주셨다.
연신교회는 조금 있으면 새 성전 건축을 마칠 예정이다. 새 성전에는 노인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된다. 또한 2백명의 옥상에는 롤러스케이트장을 개설하여 동네 아이들이 와서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예정이다.
어린이집이나 지역 어른들을 섬기고 베풀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제공하신 것은 박승팔 목사님이 내게 남기신 신앙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