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TV의 내용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무절제한 텔레비전 시청은 아이들만 아니라 어른들에게 나쁜 영향을 줍니다. 우리의 운동은 TV의 내용 개선을 기다릴 게 아니라, 시청 시간을 스스로 조절하겠다는 보다 적극적인 시민운동을 지향합니다.”

지난 1월 18일 오후 숙명여대 서관에서 열린 ‘TV 안 보기 시민모임‘의 창립 총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서영숙 교수(숙명여대 아동복지과)는 “‘TV 안 보기’를 통해 가정의 의미를 되살리고 본인의 삶의 질을 향상하며 영아기나 유아기 자녀들의 올바른 텔레비전 시청 습관을 형성시켜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모임에서 제시된 시청 습관을 보면 유아를 둔 가정에서 텔레비전 시청 시간은 평일 하루 평균 2~3시간에 이르고 주말에 유아는 2~3시간, 아버지는 3~4시간, 어머니는 3~4시간으로 유아나 부모 모두 평일보다 주말의 텔레비전 시청이 많다.

서 교수는 “유아기 때 텔레비전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오감(五感) 중 시각과 청각만 사용해 언어 발달 장애 등 심각한 병리 현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조사에 의하면 텔레비전은 70% 이상이 혼자 본다”며 “그 결과 텔레비전이 부모의 존재를 잊어버리게 하는가 하면 나아가 부모를 성가신 존재로 느끼게 만든다”고 말했다.

과도한 텔레비전 시청은 말하기 시작하는 시기에 엄마와 대화(상호 작용)가 부족하고 수동적으로 텔레비전을 많이 본 아이들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해져 학력 저하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또한 심할 경우 텔레비전 중독으로 자폐증까지 유발되며, 요즈음 대학생들이 글쓰기나 토론 능력의 미숙한 현상도 ‘성장기 TV 과다 노출’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모의 텔레비전 시청 시간과 아이들의 시청 시간이 정비례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서교수는 “아이들이 텔레비전을 많이 보게 되는 현상은 두말할 필요 없이 부모들의 책임”이라고 못 박는다. 그는 “가정에서 부모들의 무절제한 텔레비전 시청이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얼마나 나쁜 영향을 주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반성을 촉구했다.

텔레비전에 대한 유아의 시청 시간은 부모의 텔레비전 시청 습관, 텔레비전 시청에 대한 인식, 부모의 지도나 중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즉 부모의 텔레비전 시청시간이 짧을수록, 텔레비전 시청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할수록 자녀의 텔레비전의 시청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텔레비전 시청으로 인한 문제 극복을 위한 방법으로 일정 시간 텔레비전을 보지 않으며 가정의 변화된 생활을 경험해 보는 ‘TV 안 보기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텔레비전을 끄고 살아보기로 결정할 때는 먼저 금단 현상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자녀들이 텔레비전을 켜달라고  짜증을 내고 부모들 역시 할 일을 못찾고 안절부절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녀들과 놀이와 책보기, 어린 시절 이야기하기 등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합니다.”

서 교수는 모든 가족을 위한 가장 확실한 실천 방안으로 “일단 리모컨부터 치워보세요”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