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초장으로, 잔잔한 물가로 양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풀을 뜯기고 물을 먹이면 순한 양들은 잘 자라 하나 둘씩 불어난다. 목동은 외롭지만 양들이 자라고 새끼를 낳아 번성하는 재미로 넓은 들판에서 양을 치고 있는 것이다. 양을 치는 것과 똑같은 심경으로 목회지에서 성도들을 가르치고 양육시키면 시들시들하던 성도들의 얼굴에 금새 생기가 돌고 순한 양들이 어린양을 낳듯이 성도들이 불어나게 된다. 그러다가 가정으로 돌아오면 내 가족도 다른 양들처럼 목자를 기다리고 있다. 피곤하다고 자기 가족을 제대로 양육하지 못하면 다른 양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나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의 역성을 절대로 들어주지 않았다. 그런데 남편은 반대로 자상하기만 했다. 늘 아이들을 감싸고 돌았다. 그래서 나름대로 원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남편의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엄한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군대식의 교육을 하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옷장을 스스로 정리하도록 훈련시켰다. 옷가지를 모두 잘 접어서 제자리에 놓도록 가르쳤다. 한밤중에 불을 끄고도 서랍속의 옷을 정확하게 집을 수 있도록 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홀로된 엄마를 돕겠다고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구두를 모아온 것이었다. 구두를 닦아서 생활에 보탬을 주고자 했던 갸륵한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전화가 걸려오고 동네사람들이 찾아와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구두를 닦아본 경험도 없으면서 표시도 하지 않고 동네 구두를 모아온 것이다.

닦을 구두가 많아서 좋긴 한데 구두 주인을 제대로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집집마다 구두를 빨리 가져오라고 성화였지만 어느 것이 어느 집 구두인지 알 수가 없어서 당황한 모습으로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본 내 가슴은 또 한 번 미어지는 것 같았다. 엄마를 돕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한 아이들을 꾸짖기보다 이런 것 안 해도 되니 염려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타일렀다.

자녀 교육은 부모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다. 부모의 말과 행동이 다르면 아이들이 보고 배울 게 없을 뿐더러 신뢰성이 없어 그만큼 권위를 상실하게 된다. 먼저 실천하고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의 모범이 되는 게 부모의 첫째 교육이다.
질서 없는 생활은 암세포와도 같다. 마음대로 자란 암세포들은 좋은 혈관들이 살 수 없도록 무질서하게 뻗어 나간다. 결국 좋은 세포들은 숨이 막혀 죽을 것이고 온 몸은 암세포로 가득할 것이다. 무질서가 마침내 죽음을 초래하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신앙인의 가정에도 암세포가 기생하여 질서가 무너지면 신앙이 파괴되고, 그 다음에는 가정이 파괴된다. 그러므로 자녀교육은 부모가 실천하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함을 올바로 깨달아야 한다.
언젠가 큰사위의 집에서 가정 예배를 드린 적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어린 손녀에게 부르고 싶은 찬송을 선택하라고 했더니 ‘예수님은 누구신갗를 부르자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찬송가 94장을 펼치면서 누가 가르쳐 주더냐고 물어 보았다. 스스럼없이 “아빠가 가르쳐 주셨어요”라고 말했다. 어린 자녀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가정 예배를 드릴 때 이 찬송을 부르면서 예수님이 누구신지를 가르쳐 주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자녀가 바른 길로 가지 않는 경우 자녀를 위한 기도와 아울러 부모가 무엇을 잘못 하고 있는지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신앙생활 속에서 예수님을 바르게 전했는가를 살펴보아야 하겠다.

이에스더 사모(홀사모 수양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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