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복  / 사모신월동교회

사역자와 결혼하는 동시에 나를 부르는 호칭이 달라졌다. 사모님, 사모님! 왠지 가슴 떨리기도 했지만 내가 과연 이런 호칭에 적합한 사람일까라고 자문하는 등 많은 생각을 했다. 전도사인 남편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격에 맞지 않는 호칭인 “사모님”으로 불릴 때마다 왜 그리 송구스럽고 민망하던지…. 게다가 연세 드신 목사님들이 그렇게 부르실 땐 더더욱 송구스러움에 몸둘 바를 몰랐다.

1년, 2년…. 이렇게 ‘사모’란 옷을 입고 살아오는 동안 교회 안에선 철저히 조용한 사모가 되어달라는 남편의 요구에 늘 조심하고 삼가며 매사 한 걸음 뒤로 물러앉아 바라보고 격려하며 시간을 보내왔다. 그로 인해 때론 “우리 사모님은 아무것도 못해, 바보같아…. 그래서 목사님이 앞에 내세우질 않는 거야”라는 성도들의 말이 나의 귀로 전해 들려오곤 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자꾸 소극적으로 변해가는 나의 모습. 자신감도 없어지고 위축되며 어느 장소에서든 그저 나는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교회 안에서 받는 스트레스, 아무렇지도 않은 척, 감정도 없는 사람마냥 얼굴에 그 어떤 것도 그려낼 수가 없었다. 늘 밝고 행복한 척 환하게 웃어보이며 나를 그 속에 감추어 버리곤 했다. 그저 참고 인내하는 것이 사모의 미덕인양….

그래도 성도들의 신앙이 조금씩 성숙해지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스러웠다. 부모의 마음으로, 부모의 위치로 성도들을 바라보면 성도들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 되고, 성도들의 기쁨이 곧 나의 기쁨이 된다.

그런데 나에게 나의 마음을 열어 보일 상대가 없던 적도 많다. “하나님한테 해! 하나님한테 하면 되잖아….” 이 말이 더 나를 외롭게 만들 때가 많다.

가까웠던 친구들도 신앙 생활을 하다보니 직분을 맡아 각 교회를 섬기고 있고, 또 불신자도 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움에 옛날처럼 수다떨며 깔깔거리다가도 “너 사모 맞니?”라고 친구가 한마디 한다. 또 “사모가 그러면 쓰나?”라고 농담섞인 말을 해도 나는 뒤통수를 한 대 크게 맞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오랜만에 친척을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애교를 섞고 장난끼가 발동해 장난을 치며 함께 웃으며 이야기 나누다가도 끝에 가서는 꼭 “야! 너 교회에서도 그러냐? 사모 맞니 너! 전혀 사모님 같지않어!”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때로 나는 조카의 모습으로, 친구의 모습으로 다가서지만 사람들은 나의 모습 속에 목회자 사모의 모습을 찾으려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고정관념이 사모들을 때로는 점점 외로운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까,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