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수 / 목사, 변호사

모 군부대에서 군종장교와 기독교인 조교들이 훈련병들에게 세례서약서를 나누어 주며 서명하도록 하여 말썽이 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기독교인 조교들이 기독교쪽으로 가면 편할 것이라고 하며 기독교인들이 될 것을 반 강요하였다는 것이다.

만약 이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훈련병들에게 조교들이 공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기독교를 옹호하거나 선전하는 것은 헌법상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에 위반될 소지가 있고, 법을 떠나서라도 기독교 선교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가의 종교로부터의 중립이 종교의 자유의 중요한 내용인데, 국가의 종교로부터의 중립이란 국가는 특정종교를 공적으로 후원하거나 공인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개인적인 접촉을 통하거나 아니면 공과 시간외에 특별종교활동 시간을 이용하여 특정종교를 선전하면 모르되 공적인 시간에 공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특정종교를 선전하는 것은 국가의 종교에의 중립원칙에 위배된다 할 수 있다. 기독교인 조교들이 훈련시간을 이용하여 훈련병들에게 세례서약서를 나누어 주고 서명케 한 행위는 국가공무원이 공직을 이용하여 특정종교를 후원하거나 공인하였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기독교인들은 위 조교들의 행위를 옹호할 수도 있을지 모르나 반대로, 위 조교들이 기독교인이 아니고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하여 보자. 그들의 행위에 의하여 기독교인들이 상처를 받지 않겠는가. 또한, 선교적 차원에서 생각하여 보더라도 단지 기독교로 오면 훈련생활이 편할 것이라는 등의 말로써는 전혀 선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예전에는 단지 훈련생활을 좀 편하게 해 보려는 생각에 기독교인을 자처하며 주기도문을 외어 교회에 나갔던 훈련병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에 신앙은 없었다. 신앙은 인간의 영혼에 호소하여야지 육신의 안이함에 호소하여서는 아니 된다.

기독교인 조교들의 선교를 향한 불타는 열정은 이해가 되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 조금 미숙한 점이 있는 것 같다. 공적인 훈련시간에는 오히려 하나님의 사랑과 인간다움을 훈련병들에게 보여 주어라. 언젠가는 훈련병들이 그런 따뜻한 행동을 통해 하나님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7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