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수 / 목사, 변호사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하나님께서 기름부어 세운 정치 지도자들이 많은데 특히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도자들로 기름부음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종말이 분명하게 대비되는 지도자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사울과 다윗이다. 그들은 모두 하나님의 기름부음을 받고 이스라엘 정치 지도자로 택함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지도자들이었다. 그들 모두는 하나님의 택함을 받았을 당시 다른 일반 백성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준수한 인품과 겸손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지도자로서의 인생이 극명하게 대비된 때는 그들이 지도자로서 백성들과 함께 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사울은 택함받은 정치가였지만 처신을 잘못하면서 하나님의 미움을 받게 되고 백성들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고 몰락의 길을 걸어가는 비운의 정치가가 된다. 반면, 다윗은 백성들로부터 인정받는 지도자로 부상하면서 사울의 두려워하는 존재가 된다.

사울과 다윗의 지도력에 있어서 어떤 점이 다르기에 서로 상반된 길을 걷는 지도자들이 되었을까? 물론 그들의 차이점에 대해 사울왕은 하나님의 버림을 받았기 때문이고 다윗은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지도자로 택함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그러나 이 두 지도자들의 차이를 현실적인 눈으로 보았을 때 통치 스타일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본다.

삼상 18장을 보면 다윗이 백성들의 사랑을 받게 되는 이유가 기록되어 있는데 동시에 그것은 사울이 다윗을 두려워하고 미워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윗은 천부장으로 임명을 받고 지도자로서 수업을 받기 시작한다. 다윗은 지혜롭게 행하였고 모든 백성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다윗이 백성들로부터 사랑을 받게 되는 이유가 16절에 기록되어있다. “온 이스라엘과 유다는 다윗을 사랑하였으니 그가 자기들 앞에 출입함을 인함이었더라.” 다윗이 백성들 앞에 출입하였기 때문에 백성들은 다윗을 사랑하였다는 것이다.

여기 출입하였다는 단어는 매우 중요한 단어이다. 백성들 가운데 침투해 들어가기도 하고 함께 기거하기도 하였다는 뜻이다. 요즘 언어로는 다윗은 눈높이 정치를 하였다는 것이다. 정치적 용어를 쓴다면 다윗은 민심을 알고 통치를 하였다는 것이다. 백성들과 함께 눈높이 정치를 할 뿐만 아니라 민심을 알고 정치를 하였다면 어느 백성이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반면에 사울은 어떠한가? 사울이 하나님께 불순종하는 죄를 범한 후에 선지자 사무엘이 이를 지적하였다. 사울의 태도를 보자. “사울이 가로되 내가 범죄하였을지라도 청하옵나니 내 백성의 장로들의 앞과 이스라엘의 앞에서 나를 높이사”(삼상 15:30). 그의 통치 스타일은 매우 권위적이다. 또 다른 곳을 보자. 이스라엘 군사들이 블레셋과 싸움을 하느라 피곤하였다. 사울은 백성들을 경계하였다. ‘블레셋을 다 무찌를 때까지 아무 식물도 먹지 말라’(삼상 14:24). 백성들은 이것을 불평했다. ‘우리가 먹을 것을 먹고 피곤함을 물리쳤더라면 좋았을 것을’. 사울은 민심을 모르는 지도자였다.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백성들의 눈높이에서 통치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지도자가  백성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없는 것은 뻔한 이치이다.

너도 나도 대권주자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대통령감이 이렇게 많은 것도 우리에게 주어진 축복이다. 이들중 누가 눈높이 정치를 하는, 민심을 헤아릴 줄 아는 지도자일까?
(월간 <교회와신앙> 1997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