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삼 / 전 <빛과소금> 편집차장 , 분당우리교회 전도사

주말에 연예 오락 프로그램을 잠시 시청했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최진실·조성민 부부의 파경 소식을 급보 형식으로 다루고 있었다. 이 부부는 심한 부부 싸움 끝에 별거에 들어간 지 2주일 된 가운데 조성민이 공개적으로 이혼을 요구했고, 최진실은 “이혼만은 안 된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에 따라 불가피하게 법정으로까지 갈 수밖에 없으며 자세한 소식은 들어오는 대로 시청자들에게 친절하게(?) 알려주겠다는 멘트까지 나왔다.

방송은 계속해서 파경의 원인을 누가 제공했느냐 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방송은 이들 부부가 모두 상대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인터뷰를 서로 비교해가며 내보냈다. 조성민은 결혼 이후 최진실이 자신에 대한 내조가 소홀했고 시부모도 제대로 모시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비해 최진실은 조성민이 몰래 사귀는 여인이 있으며 그녀로 인해 부부간의 불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세기의 결혼’이라며 만인의 부러움을 산 지 꼭 2년 3개월만의 일이다.

싸움의 법칙을 만들라
이 사건을 보면서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우선 이 사건의 발단은 평소 부부간의 대화 부족 때문으로 보인다. 조·최씨는 오해에서 비롯된 서로의 잘잘못을 지적하며 그것이 감정 싸움으로 번졌고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너간 것처럼 말하고 있다. 가정사역 전문가들은 어느 부부나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한 부부 싸움을 할 수 있으나 싸움을 하더라도 원칙을 갖고 하라고 충고한다.

내가 아는 한 중년 부부는 ‘싸움의 법칙’을 공유하고 있다. 이 부부는 옛날 잘못 들춰내지 않기, 상대방 성격 물고 늘어지지 않기 등 ‘이것만은 지키자’는 불문율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한 번 싸운 일은 재탕하지 말고 싸움의 원인이 된 문제만 놓고 싸우기로, 한마디로 싸움에 충실하기로 했다”며 “때때로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도 있지만 싸우고 나면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고 한다.     

“이혼하자”는 말은 금물
두번째 교훈은, 부부 싸움을 꼭 해야 한다면 “둘이서만 싸워라”는 원칙을 벗어났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부부 싸움에 부모 등 ‘제3자’를 끌어들이면 과장과 오해가 커지기 쉽다고 한다. 현재 이들 각각의 부모는 자신의 자식들 입장을 편들고 있다. 이와 함께 특히 자녀 앞에서의 부부 싸움은 금물이라고 한다. 아이는 ‘나 때문에 싸우는 게 아닐까’라는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낀다고 한다.

세번째 교훈은 ‘더러운 싸움’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것을 벗어났다는 점이다. 신체든 언어든 마찬가지로 폭력은 범죄다. 욕을 하거나 외모나 성적인 능력을 비하하는 말, 시가나 처가를 헐뜯는 말을 하지 않는 부부 싸움의 철학이 필요하다.

학력이나 나이를 언급하는 것도 피해야 하며 싸움 중에 “이혼하자”는 말도 금물이다. ‘복수’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상대방의 늦은 귀가 때문에 싸웠는데 다음 날 더 늦게 들어가는 방식으로 되갚음하거나 늘 차려주던 밥을 차려주지 않는 것 등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부끄러운 세계 일류
살다보면 어떤 부부든 크고 작은 싸움을 하게 된다. 그런데 상당수는 이혼으로 치닫는 것이 현실인 듯싶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2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2001년 이혼한 쌍은 13만5천 쌍에 달한다. 이는 세계 3위 수준이다. 부끄러운 세계 일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