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수 / 목사, 변호사

불신자들의 눈에 비친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현재 모습은 어떤 것일까? 정직하고 청빈하지만 반면에 아집과  독선, 그리고 접근하기 어렵고 차가운 그런 모습일까. 아니면, 관대하고 포용력이 있는 모습일까. 우리가 바라기는 그리스도인은 신앙에 기초한 정직과  청빈의 모습뿐만 아니라 관대하고 포용력이 있어 누구든지 접근하고 싶은 그런 모습이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그 동안 사회에 보여준 태도가 아집과 독선이었는지 아니면 사회가 우리 기독교를 잘못보고 갖게 된 편견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 사회는 그리스도인들을 독선과 아집으로 가득 찬 사람들로 그리고 있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최근에 모 텔레비젼 방송국에서 주말연속극 `사랑한다면'이라는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는데, 그 드라마의 극중인물 중 한 가정이 기독교 가정이다. 그들은 정직하고 청빈하며 봉사정신도 투철하지만 타 종교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못하거나 수용하지 못하는 아집과 독선이 가득한 사람들로 묘사되고 있다. 한편, 최근 모 초등하교 교사가 자기반 학생들과 함께 감사기도를 드렸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게 되었는 데  기독교계 일간지에서 징계행위를 비난하자 모 일가지 논설위원이 기독교인들을 향하여 독선덩어리라는 표현을 썼다.

여기에서 기독교인을 독선과 아집의 모습으로 그린 그 드라마 작가를 비난하기를 원치 않는다. 기독교인을 독선덩어리라고 몰아 붙인 사람이 옳은지를 따지기를 원치 않는다. 다만, 기독교인들이 외부인들에게 왜 독선적인 모습으로 보이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기를 원한다. 그리스도인들은 가끔 복음을 전함에 있어 상대방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의문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경우를 본다. 이것도 외인들이 그리스도인을 독선적인 모습으로 그리는데 기여를 한다.

나의 복음을 타인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타인을 이해해 주어야 하고 그들의 말을 먼저 경청해 주어야 한다. 복음을 전하다 논쟁을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타 종교인과 대화할 때는 논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복음을 전하면서 논쟁에 이르게 되면 전도자는 독선적인 모습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복음은 논쟁한다고 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논쟁에 이르게 되면 오이려 복음전달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논쟁을 할 정도에 이르게 되었다 싶으면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다. 그때는 복음의 입을 다무는 것이 좋다. 복음을 전함에 있어서도 입을 열 때와 닫을 때를 분별하여야 한다. 복음을 전함에 있어서 타 종교를 비난해서는 안된다. 타 종교를 비난하면 기독교가 잘 전파되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타 종교가 비판을 받을 일을 하였건 아니 하였건 기독교는 진리이다. 그들로 하여금 그리스도인들의 말로가 아니고 행동으로부터 기독교의 진리를 보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독특하고 탁월한 복음을 가진 자지만 이것이 혹시 외인들로 하여금 교만하게 보이는  행동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외인들에게 겸손과 온유로 대하고 부드럽게 대해야 한다. 외인에게 온유하게 대한다고 우리가 힘이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힘은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7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