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수 / 목사, 변호사


요즘 북한 주민들의 우리 나라에로의 귀순이 눈에 띄게 잦다. 그들의 귀순동기는 거의 한결같다. 북한에서 굶어 죽기보다는 남한으로 탈출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귀순은 날이 갈수록 증가될 전망이다.

이처럼 굶주림으로부터의 도피는 죽음을 초월하게 만든다. 굶주림은 인간으로 하여금 상식적인 사고를 마비시킨다. 여유있는 생각과  창조적인 사고를 마비시킨다. 사람이 굶주리게 되면 오로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하면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는가이다. 굶주림이 있는 곳에는 문화생활이 있을 수 없고, 도덕과 윤리를 기대할 수 없고, 신앙생활조차도 기대할 수 없다.

굶주린 사람들은 그 굶주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신으로 여기게 된다. 북한 공산당이 바로 이것을 알고 그 동안 이를 악용하여 왔다. 그들은 북한 주민들에게 식량을 배급하여 줌으로 말미암아 주민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해결하여 주는 신이 되려 하였던 것이다.

오병이어의 이적을 예수님께서 행하셨는데, 그 직후 이스라엘 백성들이 예수님을 임금 삼으려고 한 기사를 성경을 통해서 본다. 그들이 예수님을 자기들의 임금 삼으려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바로 예수님이 자기들의 빵 문제를 해결하여 주실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은 그 동안 김일성 부자가 빵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으로 믿고 신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그러한 환상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하늘이 닫히고 비가 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하늘이 열리고 너무 많은 폭우가 쏟아져 농토는 그 소출을 내지 않는다.  양식이 부족하여 식량원조를 외부로부터 받아도 태부족이다. 굶주리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간다. 김일성 부자가 신이라는 환상이 깨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좋은 일이다.

반면에 우리 그리스도인은 어떤 사람이나 어떤 제도가 우리의 일용할 양식을 공급하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공급하고 있다고 믿는다.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셨는데,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라고 기도하도록 가르치셨다.

이 기도가 오늘날 먹을 것이 지나치게 많아 버리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먹을 것이 이처럼 남아 도는데, 우리가 하나님께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기도할 필요가 있다는 말인가. 일용할 양식을 위해 기도하라고 말씀하신 것은 2천년 전의 제자들에게나 해당하는 것은 아닌가.

그러나 일용할 양식을 위해 기도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현재에도 큰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현재 먹고 있는 식량이 어떤 사람이 정치를 잘해서, 또는 비즈니스를 잘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식량의 궁극적인 생산자는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이 그 의미가 가운데 담겨 있다. 아무리 훌륭한 정치를 펼쳐도, 또는 아무리 경영을 잘해도, 그것만으로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공급된다고 생각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이 하늘의 문을 열어두거나, 닫아두면 우리는 일용할 양식을 잃게 되고 배고플 수밖에 없다. 우리가 먹는 쌀, 채소, 고기 등 그 어떤 식량도 하나님이 생산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매일 먹고 배부를 때는 일용할 양식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여야 하고, 배고플 때는 하나님을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6년 9월호)